[7디페/샘플] 유키모모 - 모모의 황금비

CP: 유키모모 AGE: 전연령가 TYPE: 소설

빠레빠레 by 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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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디페 현장판매(선입금 X). 통판은 행사 후 남는 재고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회지 정보

종류: 소설

페이지: 110p(후기+축전 포함)

가격: 11,000원

CP: 유키X모모 (전연령가)

작업중에 있으나 구매 특전으로 책갈피 예정중입니다. 이 부분은 추후 트위터 인포를 확인해주세요!

( ※ 웹 가독성을 위한 공백으로 실제 종이본에서는 대사-대사간의 엔터는 없습니다. )

( 어느 정도 붙여야 될지 모르겠어서 일단 10페이지 내외로… )

노란색으로 물들여 별처럼 반짝이는 조명 아래 식용색소를 아낌없이 집어 넣은 덕에 형광핑크에 가까운 칵테일이 조명 빛을 받으며 색을 뽐냈다. 잔 주둥이에 묻어 있던 소금 부스러기의 낱알 두어 개가 바테이블 위로 떨어져 있는 것을 보다 손가락으로 훔쳐냈다.

손가락에 붙은 알갱이와 광이 나는 매니큐어의 붉은 색이 조명을 받아 은은하게 빛난다. 의도를 담아 매번 정성껏 덧칠하는 만큼 멋스러우면서 항상 손톱을 뒤덮고 있어 갑갑하다. 오프 날이면 매니큐어를 지워 손톱을 쉬게 할 텐데 그 오프 날이 좀처럼 찾아오지 않아 연중무휴로 고생이 많다. 남 일처럼 굴지만 그런 손톱의 주인인 나도 겨우 빡빡한 스케줄을 모두 끝내고 늦은 밤 혼자 좁은 바에 앉아있다.

 

마스터가 취미의 연장선으로 기분 좋을 때만 문을 여는 변덕스러운 가게는 갖가지 술을 진열한 술 찬장과 일렬로 이어진 바테이블 둘, 바체어 넷으로 공간을 꽉 채울 만큼 협소해 손님이 적었다. 덕분에 눌러 쓰고 있던 모자도 얼굴의 반을 가리던 마스크도 벗어 벽 가까이 밀어둔 모모가 턴테이블 위로 회전하는 레코드를 흘겨보았다. 음악에 큰 조예가 없는 모모에게는 우아하면서 좁은 공간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듣기 좋은 클래식이라는 감상뿐이지만, 파트너인 유키라면 레코드판에 녹음된 음악을 새겨진 길대로 틀어줄 뿐인 바늘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유키에게는 그런 재능이 있으니까. 유키는 처음 만난 라이브하우스의 무대 위 반짝이던 조명 아래 더욱 빛을 발하는 지상의 별, 노래 하고 싶어 우주 저편에서 실수로 굴러떨어진 맹한 구석이 있는 아름다운 우주의 보석.

 

속으로 찬사를 늘어놓다 올라오는 무거운 숨을 그대로 내뱉었다. 유키와 리바레를 시작한 지 5년을 넘기고 이별을 각오한 순간 5년 이후를 기약하고 이제는 6년째를 코앞에 둔 지금에서도 모모는 때때로 행복한 솥단지에 빠져 꿈꾸는 감각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마법사가 쓰는 거대한 솥단지에 온갖 행복한 감정, 행복한 순간, 추억을 모두 모아 커다란 국자로 휘저은 솥단지에 맨몸으로 퐁당 빠져 은하수 흐르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몽롱함. 날 이런 행복으로 가득한 솥단지에 넣어 준 마법사가 바로 유키다. 유키 덕에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도 못 하는 낮밤이 언제까지고 계속되고 있다. 평소에는 친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시간을 선호하는데 이런 생활이 사실 길고 긴 꿈이 아닐까 불안이 고조되는 밤이면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는 한다.

 

눈을 감고 그날의 좌절을 떠올려 보면 평소에는 잊고 살던 것이 고개를 들고 입을 열어 사방으로 외쳤다. 내 전부가 끝나버렸다고 꼴사납게 우는 나. 울적해 하는 동생을 보듬어주고 독려해주고 라이브하우스로 데려가 주었던 누나와 함께 무대를 보러 간 날, 올려다본 곳에 걸린 두 개의 별. 모모가 눈을 깜빡이다 작은 그릇에 담긴 하트 모양 프레첼을 집에 입에 넣었다. 사랑을 본 따 짠맛을 내는 것마저 사랑을 닮았다.

 

 

 

 

 

 

* *

 

 

 

유키는 온갖 아름다운 것과 섬세한 것으로 만들어져 있다. 영양가 있는 먹이와 스트레스 없는 환경 속에서 곱게 자란 누에가 정성껏 뽑아낸 고운 실타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햇빛을 곧바로 받아내는 얕은 수면의 색을 몇 번씩 뽑고 섞고 엄중하게 선별한 푸른색을 담은 한 쌍의 구슬, 먼지 하나 묻지 않고, 손길 한 번 닿지 않은 고운 모래를 긴 시간 동안 구워서 겨우 겨우 가마 밖으로 모습을 보인 흰 빛깔의 자기, 듣기 좋은 소리 중에서도 긴 시간 사랑받기 좋은 음색을 골라 모아 담은 소리 상자, 외에도 수많은 좋은 것을 모두 한 사람에게 쏟아내 태어난 것이 유키. 바로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고 목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쿵쾅쿵쾅 요란스러워진다. 조금 옛날에 태어났다면 유키를 차지하기 위해 전국시대가 열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희대의 팔방미인을 파트너로 두게 된 나는 유키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 유키의 옆에 서도 누가 되지 않는 파트너이고 싶었고, 반씨의 빈자리를 잠시간 채워야 했으니까.

 

노래도 춤도 초짜, 연예계에 무지하고 사회에도 어두운 주제에 무서움 모르고 우리를 박차고 나온 나는 어리고 못 났었다. 몇 시간이고 유키의 발목을 잡고 영양가 많은 신선한 채소도 노곤노곤하게 몸을 녹일 수 있는 이불도 집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툭하면 눈물이 났다. 눈물이 나올 때면 뭐 잘한 게 있어서 눈물이 나오는지 스스로가 싫기만 했다. 부모님이 지켜주고 누나가 살펴주고 친구들이 어울려주는 좋은 환경에서 소중하게 다뤄줘 세상은 행복한 것이라 떵떵 소리를 내던 애송이에게 울타리 밖 세상은 험난했고, 지키고 싶은 사람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할 만큼 자신은 볼품없었다. 완벽하던 파트너가 사라진 자리에 굴러들어 온 어리숙한 것이 파트너 대리를 자처하는데 유키는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이 생각마저 모모를 울적하게 만들어 모모는 매번 눈을 돌려왔다. 어리숙하고 아는 것 하나 없는 나지만, 그래도 지금 이 자리를 차지한 만큼의 노력을 해야만 했다. 스노하라 모모세는 다행스럽게도 노력에 대한 재능이 있으므로 모모는 과감 없이 그 재능을 앞세워 기반을 다져나갔다. 내가 있더라도 분명 유키와 유키의 노래라면 5년 동안 모두의 귀에 들어가 사랑받을 게 분명하니까. 5년 이후에도 유키가 편하게 즐겁게 노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싶었다. 이른바 포석이다.

 

축구는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공을 차며 필드를 달려나가 네트망 속으로 넣기만 하면 되는 게임이기도 하지만, 정해진 공간 속에서 11명이라는 인원이 다채롭게 움직이는 만큼 공을 쫓는 것 외에도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만 하는 게임이다. 그런 게임을 반평생 사랑해왔던 모모는 감각적으로, 이지적으로 판을 굴릴 줄 알았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오늘 애드리브 괜찮던데? 신인답지 않은 솜씨였어.”

“시노다씨가 먹기 좋은 멘트를 해주셔서 그런 거죠!”

“어이고, 먹성도 좋아. 다음에도 잘 부탁해. 모모라면 레귤러도 같이 해 볼 만 해.”

“감사합니다!”

“오늘 뒤풀이도 갈 거지?”

“네! 따라가게 해주세요!”

 

유키가 드라마와 영화라는 연기 영역에서 자리를 만드는 동안 모모는 언뜻 필드 위와 비슷하게 돌아가는 버라이어티에서 자리를 꾸리기로 했다. 유키와는 암묵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고 둘이 소속되어 있는 오카자키 사무소와는 매니저를 통해 의사를 전달해두었다. 유키는 ‘리바레’의 음악을 보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면 예능은 삼가달라고. 계약부터 아티스트의 의사를 존중하겠다고 도장 찍어둔 배려심 깊고 솜씨 좋은 매니저인 린토씨는 모모의 의사를 따라 유키에게는 되도록 우스꽝스러운 예능이 돌아가지 않도록 조율해주었다. 약소한 사무소에서는 이런 의사 조율마저도 힘들다는 사실을 눈치껏 깨우친 모모는 보답을 겸해 의무적으로 유키에게 일이 갈 수 있도록 두문불출 여러 술자리를 전전하고 있다.

얼굴을 알리고 익히는 걸 시작으로 술이 들어가 가벼워진 입에서 나오는 업계의 잡다한 정보를 값싸게 얻을 수 있는 하나의 보너스 판. 겸사겸사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술을 잘 마셔주는 사람을 보면 정이 쌓인다는 것을 알아서 그랬다. 세상에 나쁜 사람은 정말 많지만, 아주 나쁜 사람은 또 그렇게 많지 않다. 적어도 모모가 보고 경험한 세상은 그랬다. 그러니 모두가 늘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랄 수 있는 거겠지. 모모가 옆에 있는 술병을 들어 빈 잔 가득 채웠다. 기포가 보글보글 오르며 거품이 터지는 소리가 요란스러운 가게 안에서도 유독 경쾌하게 들려온다.

 

“모모 덕에 잔이 빌 틈이 없네.”

“얼굴은 학생인데 아주 술고래야. 모모가, 리바레였지? 내일 일은 괜찮은 거야?”

“저 숙취 없는 체질이라 괜찮아요!”

“타고났네. 타고났어.”

 

업계에 오래 몸 담고 있는 예능인 선배와 총감독, 음향감독이 요즘 아이돌이 어쩌니, 같은 시간대 라이벌 예능 시청률이 높더라, 전에 조감독으로 있던 감독이 새롭게 찍은 드라마가 인기가 제법 괜찮더라. 쉴 틈 없이 화제가 쏟아져 나왔다. 출연하는 예능은 출연진은 물론 스태프까지 빠짐없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작품을 만들었는지 찾아서 머리에 우겨 넣고 있는 모모가 술기운에 한없이 느려진 머리를 억지로 굴렸다. 학교처럼 꾸민 세트장에서 매 회차마다 게스트를 초대해 어울려 노는 거였었나? 제목이 뭐였지.

 

“‘파랑새가 물어준 손수건’ 맞지?”

 

‘파랑새가 물어준 손수건…… 이름이 익숙해. 감독님 작품이 아닌데. 어디서 들었지. 반응이 늦어지는 걸 가리려고 든 잔을 빤히 바라보다 입으로 털어 넣었다. 연배 있는 사람들이 많은 자리인 만큼 값싼 맥주에 비해 목 넘김이 부드럽고 쓴맛 사이로 곡식 특유의 고소함이 맴돌았다. 아! 유키가 찍고 있는 드라마잖아!

 

“‘파랑새가 물어준 손수건’이요!?”

“오, 어, 전에 같이 작품 하던 친구가 요즘 자기 딸이 로맨스에 꽂혔다면서 투덜거리더니 하나 물어왔더라고. 소설인가 만화인가가 원작이라던데. 모모도 알아?”

“알아요! 유키. 제 파트너인 유키가 이번에 거기 나오게 돼서 원작 소설도 다 읽었어요!”

“유키가? 그래?”

“네! 아직 방영 안 된 분량에서부터 나오는데 엄청난 미인으로 나와요!”

“무슨 역할인데?”

“직접 봐주세요!!!”

“모모는 이미 본 거야?”

“아직요!”

“근데 엄청난 미인이라고?”

“유키는 엄청난 미인이니까요!”

 

진심을 가득 담은 외침이었는데 역으로 먹혔는지 주위가 웃음바다가 되었다. 술이 도와 텐션이 오를 대로 오른 주변이 저마다 웃으며 그렇게 미인이면 봐야지 아무렴. 남의 드라마 홍보를 이렇게 당하는 건 처음이라고 안주를 가까이 밀어주었다. 암묵적인 웃음 MVP 보상이었다. 모모가 얌전히 소금 묻은 감자튀김을 입에 넣자 기획 스태프인 후미씨가 옆 테이블에 넘어와 잔을 내밀었다. 감자튀김을 잡지 않은 손으로 잔을 들어 건배를 나누자, 눈을 반짝이며 모모를 보았다. 드라마 아니면 원작. 직감적으로 동류임을 깨달은 모모가 경청을 위해 자세를 고쳐냈다.

 

(중략)

한 번 입을 열자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막차가 지나서 린토씨가 차로 데려다 준터라 미안한 마음에 몇 번이나 고개를 숙여야 했다. 린토의 차가 주택길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랐다.

이음새에 문제가 있는 건지 아니면 나무판 자체가 썩었는지 조금만 밟아도 끼익 소리가 나서 혹여 곤히 잠든 유키를 깨울까 매번 맘 졸이며 계단을 올랐다. 문도 조심조심. 가로등이 고장 나 바깥에서 들어오려는 빛이 없는 게 이럴 때는 다행이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유키는 깨어있었다. 창문턱에 걸터앉아 창밖을 보던 고개가 느리게 돌아 곧 눈이 마주쳤다. 종종 들춰 보는 앨범도 휘갈긴 잉크 자국이 눈에 띄는 오선지도 없이 미술관에 전시된 조각품처럼 덩그러니 있던 유키가 문턱에서 떨어져 나와 현관까지 다가왔다.

 

“늦어.”

“아, 죄송… 미안. 한 번 이야기하기 시작하니까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그만.”

“후후. 모모는 욕심이 많네. 어떤 게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으음… 늦었으니까 내일 말할게. 내일도 드라마 촬영이잖아. 늦게까지 깨어있어도 돼?”

“일어날 자신은 없는데 모모가 없으니 잠이 안 왔어. 빨리 씻고 와.”

 

종종 돌아오는 어리광 부리고 싶은 시기가 모모가 나가 있는 사이 유키를 찾은 모양이다. 모모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애써 달래며 재빨리 욕실로 사라졌다. 유키는 찰싹 피부를 때리는 물소리를 즐겁게 들으며 모모를 기다렸다. 진작 둘의 이부자리를 깔아두어 앉은 자리에서 까슬한 바닥보다는 부드러운 감촉이 났다. 달이 가려져 캄캄한 밤에도 여전히 소소히 빛나는 별빛 덕에 모모의 큼지막한 눈만큼은 선명하게 보이는 게 퍽 우스웠다. 잠이 오지 않았는데 옆에 모모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눈꺼풀이 내려앉는다. 빨리 나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하자 마음을 읽은 것처럼 딱 맞추어 모모가 욕실에서 나왔다.

 

모모는 대단한 아이다. 영문 모를 짓을 하는 신기한 아이기도 했다. 지금처럼 굳이 쭈뼛거리며 다가오는 발소리라던가. 왜 아직도 긴장하는지. 서운하기도 했고 변함없는 태도가 모모다워 사랑스럽기도 했다. 손을 뻗어 발목이 있을 위치를 잡아채자 목을 물린 초식동물 같은 소리가 들려와 나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모모가 옆에 있으면 저절로 웃게 되니 이것도 신기하다. 마치 마법 같다. 유키가 굳어버린 모모를 그대로 끌어와 품에 안은 채 잠들었다. 품 안의 온기가 따스하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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