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ong
Lucian
(루시안은 깃펜을 내려놓고 잠시 눈을 붙였다. 이제는 아주 오래된 것처럼 느껴지는 기억이 있었다. 에오르제아의 영웅이 누명을 뒤집어쓰고 이슈가르드에 입성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牡丹
— 팔자가 좋아 보인다고? 자고로 사람은 잠을 잘 챙겨 자야 하는 법이라고!
Lucian
내가 그런 일이 있으면 잠도 안 올 것 같아서 말이지. (다분히 비아냥거리는 투였다.) 그리고 왜 계속 파우치에서 자려고 하는 거야? 멀쩡한 침대 놔두고.
牡丹
어우~ 잔소리! 우리 엄마 아빠도 나한테 잔소리 안 했는데. (파우치에 납작 엎드렸다.) 그냥... ... 와신상담?
Lucian
와신상담? 웃기네. 그냥 딱딱한 잠자리가 취향에 맞는 모양이지.
牡丹
알면서 왜 물어봐? 고약한 잔소리꾼!
Lucian
먹이고 재우는 은혜도 모르고 호통이구나, 멍청아. 기운찬 것 보니 저녁은 먹었나?
牡丹
아직이지! 맛있는 거 해 주라.
Lucian
맡겨 놨나? 뻔뻔하긴. (이내 남은 식재료를 뒤적거렸다. 코카트리스 미트볼을 할까... ...) 진전은 좀 있었어? 동료들을 찾는 거 말야.
牡丹
(기다렸다는 양 할 말을 쏟았다.) 아니~ 타타루가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지만 감감 무소식이네. 마음 같아선 다시 울다하 왕정청에 처들어가고 싶어! 문전박대는 익숙하지만 궁금해 죽을 지경인 곳에 못 들어가는 건 또 처음이다. 나도 유우기리처럼 복면 쓰고 가 볼까? 어때?
Lucian
가 보든가. 명줄을 재촉하고 싶다면 말이지. 너 같은 하루살이는 처음 본다. (냉정한 투로 말하며 능숙한 솜씨로 미트볼 소스를 만들어냈다.) 이슈가르드 체류 기간이 길어지겠어?
牡丹
흥~! 냉정한 녀석. 혈관에 피 대신 미트볼 소스가 흐를 녀석. (투덜거리면서도 그의 요리를 구경하러 주방에 가 앉았다.) 그러겠지? 그동안 너를 엄청 귀찮게 해야지.
Lucian
(거슬리는 대답이었지만 그는 별말 않고 넘어갔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영웅은 이곳에 길게 머물러야 했다. 그래서 공적을 세워 줘야지, 그게 그를 이곳에 두는 이유였으니.) ... ...
牡丹
갑자기 말이 없어져서는... ... 무슨 생각해~? 루시안.
Lucian
친한 척 이름 부르지 말아 줄래?
牡丹
뭐~! 같이 뜨거운 밤을 보내는 사이끼리 너무 내외하는 거 아니냐?
Lucian
이슈가르드의 밤은 언제나 차갑기 그지없지, 안 그래?
牡丹
흥. (입이 댓발 나왔다.) 미트볼이나 빨리 해 줘, 루~쨩.
Lucian
(마찬가지로 거슬리는 호칭이라고 생각했지만 더 딴죽을 걸지는 않았다.) 계속 독촉하면 굶길 거야. ... ... 스프나 좀 저어라.
牡丹
예이, 나으리! 쇤네가 야물딱지게 저어 드립죠, 홀홀홀... ... (스프를 젓고 있자면 고소한 향이 났다. 간을 본다는 핑계로 몇 차례 퍼먹었다.)
Lucian
너는 진짜... ... 입만 열면 비호감이야.
牡丹
으 흐흐흐? (입 닫으면?)
Lucian
비호감이야. 어떻게 이런 왈패가 이슈가르드에 굴러들어왔나 몰라.
牡丹
주인님은 너무나 냉정하시구만유... ... 쇤네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주둥이 나불거리기 뿐이여유... ... (그러고는 스프 한 입 더 먹었다.)
Lucian
돌쇠야, 스프 그만 퍼먹고 이 그릇에 담거라.
牡丹
예이~ (돌쇠는 스프를 그릇에 듬뿍 담았다.) 배고파 죽겠슈, 뱃가죽이 등에 착 붙었슈.
Lucian
돌쇠 많~이 먹어라. (스스로가 바보 같다고 생각하며 미트볼을 양껏 퍼주었다.)
牡丹
주인님은 왜 돌쇠에게만 미트볼을 주셨을까?
Lucian
주인님은 쇠 돌왜에게만 미트볼을 주셨을까?
牡丹
적당히 혼란스러워지고 마음에 쏙 드네... ... (이내 미트볼을 입에 쏙 넣었다.) 매일매일 느끼지만 너 요리 진짜 잘하네. 도련님같이 생겨서는.
Lucian
(그다지 크지도 않은 미트볼을 나이프로 잘게 잘라 먹었다.) 잘해야지. 남이 주는 거 덥석덥석 받아먹으면 탈 난다.
牡丹
윽... ...! 갑자기 배가... ...!!!
Lucian
죽어라, 영웅!
牡丹
억울해서 벽에 (비위생적 단어 검열)칠하고 죽어야겠다... ...
Lucian
그냥 💩도 아니고, 으휴... ... 더러워라... ...
牡丹
원래 우리 나이가 💩💨얘기가 제일 재밌을 때인 거 알지?
Lucian
나이가 몇인데 그런 걸 재밌어하냐? 철 좀 들어라.
牡丹
개 빠르게 손절하네... ... ('그런' 얘기 실컷 하고도 입맛이 떨어질 줄 모름) 밥 먹으면 뭐 할 거야?
Lucian
요즘은 계속 바빴어서, 오늘만은 좀 여유를 부릴까 하는데. 좋아하는 책을 읽고 싶어. 너, 책은 읽냐?
牡丹
루~쨩은 어디 틀어박혀서 책만 읽는 이미지긴 하지. 나는 당연히 책 잘 안 읽지! 글자를 잘 몰라서 재미 없어.
Lucian
아, 글자를 잘 몰라? 마법을 잘하고 싶다고 했잖아. 마법을 쓰기 위해서라면 글을 알아 둬야 편하지. 내가 아주 바짝 가르쳐 줄까?
牡丹
뭐~! 그런 거야? …… 당연한 건가? 그래도 기본적인 건 읽을 줄 안다고? 루~쨩에게 가르침 받으려면 얼마나 시달릴지 무섭다…….
Lucian
마법이라면 더더욱 기본만으로는 안 되지. (좀 괴롭혀 줄까? 삐딱하게 웃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럼 같이 책을 읽으러 가자.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봐야겠어.
牡丹
(그는 도통 책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는 사람이었기에 조금 떨떠름한 표정이 됐다.) 너무 어려운 거 주면 안 돼! 나는 잘 못 읽는단 말야. (이내 그를 졸졸 따라나섰다.)
Lucian
어느 비에라족 학자의 이백 년 평생이 집적된 인공 요정 소환서를 읽혀 볼까? 후후. (이내 그는 앞장서서 지하실로 이어지는 긴 통로로 이끌었다.) 그러고 보니 너에게 서고를 보여준 적이 없구나. 르페브 가문은 학식을 중요시했어. 과거에는 갖은 의술과 비술 따위로 용들에게서 사람을 구해내곤 했지. 이제는 그 이름이 퇴색된 지 오래되었지만.
牡丹
헤에~ 그랬구나. 나름 유서 깊은 가문이라는 거지. 나는 그런 건 통 모르겠지만! (나의 가족, 나의 뿌리…… 그런 이야기는 남의 일일 뿐. 이제는 가족들의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이렇게 으슥한 곳에 있어? 사실 데려가서 은밀하게 처리하려는 거 아냐?
Lucian
들켰군…… 죽어라!
牡丹
큭…… 네놈을…… 믿었는데……
Lucian
난 책에 물 들어가는 거 엄청 싫어해서, 다른 곳에서는 죽여도 서고에서는 절대 안 죽여. (먼저 시작해 놓고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牡丹
개 빠르게 손절하네22…… 어디,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 볼까?
Lucian
(서재 문을 열면 책 냄새가 훅 끼쳐 왔다. 그에게는 눈을 감고도 다닐 만큼 익숙한, 그러나 모르는 이라면 길을 잃어버릴 정도로 거대한 서재를 천천히 거닐었다.) 자, 이쪽은 마법학 도서야. 낮은 곳에 쉬운 책을 뒀으니까 읽어도 좋아. 높이 있는 책은 조심해, 고약한 주술이 걸려 있을 수도 있어.
牡丹
헤에엑, 엄청 넓잖아! (엘레젠 기준으로도 거대한 책장을 올려다보며 란은 깜짝 놀랐다. 그렇게 책이 많은 공간은 살면서 처음 보았다.) 네 기준에서 쉬운 책이면 나는 읽지도 못하는 거 아냐? 여기 있는 책을 다 읽었어?
Lucian
믿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나도 마법을 모르던 시절이 있었단다. 쉽고 어려움 정도는 분간할 줄 안다는 말이지. (어린이용 마법서를 챙겨 주었다.) 다는 못 읽었어. 그래도 절반은 넘게 읽었나... ... 어렸을 때는 여기서 살다시피 했거든.
牡丹
여기서 절반이나? 나는 세 권도 읽기 전에 눈이 빠져서 마룻바닥에 굴러다녔을 거야. (마법서를 펼쳐 보면 간단한 마법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안목이 있군! 역시 전문가네!) 책 읽는 걸 좋아했나 봐?
Lucian
좋아했다기보다는... ... 할 게 그거밖에 없었지. (어쩌다 보니 시시콜콜 말하고 있군. 괜한 이야기는 관두기로 했다.) 관심 있는 분야 같은 건 없어? 웬만한 건 다 있을 텐데.
牡丹
흐~음. (그는 루시안을 유심히 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렸다.) 나? 책에 취미 같은 건 없지만... ... 그런 건 없어? 어쩌다가 용시전쟁이 시작되었는지.
Lucian
그건 그냥 내가 알려줘도 될 것 같은데? 어려운 얘기도 아니고. (이내 그는 서재 깊은 곳의 작은 독서실에 다다랐다.) 자, 이쪽으로 들어와.
牡丹
(그는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독서실에 들어와서는, 이내 눈앞에 보이는 긴 소파에 털썩 앉았다.) 여기 좋다~! 뭔가... ... 루~쨩의 비밀 공간에 들어온 기분.
Lucian
비밀은 무슨. 아무나 들여보내지 않는 건 맞지만. (생각해 보면 제법 프라이빗한 공간이긴 했다. 이내 책 하나를 꺼내어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 그래서, 용시전쟁에 대해 얘기해 줄까? 동료들이 얘기한 적 없어?
牡丹
언젠가 얘기했겠지, 까먹었지만~! 헷.
Lucian
멍청이. (일갈하고는 마법으로 독서실에 밤하늘의 환영을 비추었다. 별들은 하늘을 유영하다가, 열세 명의 사람 형상이 되었다.) 자, 토르당 1세와 열두 명의 기사들이 이곳 커르다스에 당도했어.
牡丹
(밤하늘 속 별자리처럼 이어진 사람 형상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우와, 이거 신기하다! 사람 같네! 이렇게 추운 곳에 오다니 부동산 사기당한 거 아냐?
Lucian
누누이 말하지만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춥지 않았어. 7재해 이후에 기후가 바뀌었을 뿐. (이윽고 그가 손짓하면 거대한 용이 열세 명의 사람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룡 니드호그를 만나 격전을 벌였지. 전투를 거듭하며 기사들은 용의 힘의 원천이자 약점이 그들의 눈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
牡丹
(거대한 용의 눈 모양으로 변하는 별들을 보며 인상을 썼다.) 으~ 이렇게 거대하니까 어쩐지 좀 무서워! 그래서 눈을 뽁! 뽑아 버리기로 한 거야?
Lucian
그래.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토르당 성하의 아들이었던 기사 할드라스가 해냈지. 그리고 니드호그는 눈을 빼앗긴 데에 크나큰 원한이 생겼어... ... (별들은 포효하는 니드호그의 모습을 이루었다가, 이내 흩어졌다.) 그는 여전히 갈망하고 있어. 눈을 되찾기를, 그리고 복수하기를.
牡丹
눈은 지금 에스티니앙이 가지고 있지? 그걸 뺏기기라도 하면... ... 으, 이슈가르드가 잿더미가 될지도... ...~ (평화로운 밤하늘로 변모한 루시안의 마법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럼 니드호그는 왜 처음 인간들을 공격한 거야? 괜히 불개미집을 쿡 찔러본 격 아닌가?
Lucian
포악한 용들의 생각을 어찌 알겠어? 천 년간 인간들을 못 죽여 안달인 족속의 생각, 알고 싶지도 않아. (그가 휘휘 손짓하여 마법을 없애거든 다시 본래의 독서실 풍경이었다.)
牡丹
그런가... ... 그럼 이단자의 수장이란 사람은 왜 용들의 편을 들어주는 거지? 그, 이젤 말야.
Lucian
전쟁에 지친 사람들이 이단자 무리로 많이들 빠진다고 들었어. 그런 사람 중 하나 아닐까 싶은데. 방어진을 무너뜨려 큰 희생을 야기한 건 이해하고 싶지도 않지만. (일전에 있었던 이슈가르드 성도 방어전을 떠올리며 혀를 찼다.) 어째서 자진해서 죽음과 불화를 몰고 다니는 건지... ... 이해가 안 돼.
牡丹
(나쁜 사람으로 느껴지진 않았는데... ... 그렇지만 선명한 적개심이 전해지자 잠시 입을 다물었다.) 뭐어, 여기 있는 동안에는 이슈가르드를 도와줄게! 오르슈팡도 너도 나를 도와줬으니까. 아, 루~쨩이 좋아하는 책은 뭐야?
Lucian
그래, 그래야 은혜를 아는 '외부인'이지. (그는 귀족이었으나 도통 곱게 돌려 말할 줄을 몰랐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 어렸을 때 보았던 영웅 이야기야. 마침 잘됐지, 네 글 실력을 알고 싶었는데. 읽어보겠어?
牡丹
술술 잘 읽을 자신은 없는데... ... (그가 건네는 대로 받아든 건 낡디낡고 얇은 책이었다. 글자를 훑어보면 더듬더듬 읽을 정도는 되었다.) 음... ... 먼 옛날, 아주 평범한... ...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 ...
Lucian
(주변 사람들을 도와주기를 좋아하던 소녀는 점차 인망이 두터워지고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마침내 거대한 위협을 제거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칭송받다가 평범한 노년을 지냈다. 루시안은 란이 느릿느릿 읽는 이야기를 가만 듣고 있었다. 간혹 모르는 단어는 알려주기도 하면서.)
牡丹
... ... 여기에 책이 이렇게 많은데 가장 좋아하는 게 이거야? 뭐랄까, 좀... ... (말을 고르다가) 평범한데.
Lucian
평범하지? 난 그 결말이 좋았던 거야. 영웅은 죽을 때까지 추앙받으면서 살거나, 혹은 마지막까지 영웅처럼 죽거나... ... 아니면 아무도 그 끝을 알 수 없게 되잖아. 하지만 이 소녀는 말년에도 소소한 삶을 살지. (드물게 부드러운 표정이 되었다.) 나중에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해본 적 없나요? 에오르제아의 영웅님.
牡丹
나중에... ... (그는 자신이 왜 그리다니아에 오려고 했는지 떠올렸다.) 나도 평범하게 살고 싶지. 어딘가에 정착해서. 자꾸 복잡한 일에만 엮이고 있는 것 같지만!
Lucian
(그때 나는 뭐라고 답했더라. 기억을 되짚으면, 분명... ...) 모험가로서 수많은 장소를 돌아본 네가 어디를 정착지로 선택할지 궁금해지네.
牡丹
— 아, 찾았다!
(이제는 눈 감고도 돌아다닐 수 있을 만큼 익숙해진 르페브 가문의 서재를 돌아다니다가, 독서실에서 막 잠에 빠져들 것 같은 루시안을 발견했다.) 루~쨩, 여기서 자려고?
Lucian
잠깐 옛날 생각을 했어... ... 그러다 보니 잠이 왔네.
牡丹
에~ 무슨 생각? (그가 쓰다가 만 종이를 뒤적였다.) 용시전쟁에 대해서 정리하고 있었구나. 다시 들려주면 안 돼? 그때처럼.
Lucian
그래, 그러면 들어줘. 그때처럼. (그때처럼 독서실에 밤하늘의 환상이 비추어졌다. 별들이 모여들어 용과 인간의 형상을 이루었다.)
牡丹
어디서부터 시작이야? 미드가르드오름 할아버지가 일곱 알을 품고 행성 하이델린에 당도한 거? (시시각각 변하는 밤하늘의 환상을 보며 웃었다.) 할아버지의 자손, 칠대천룡은 하이델린 곳곳에 퍼져 저마다의 터전을 꾸렸지. 그중 커르다스에 머무르던 용은 니드호그와 흐레스벨그, 라타토스크였지!
Lucian
처음에 용과 인간은 대립했지만, 평화를 원한 인간 시바의 노력으로 화합을 이루었어. 흐레스벨그와 시바는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고. (별들이 인간과 용의 형상을 이루었다.) 그러나 니드호그는 용의 별을 말살시킨 병기, 오메가의 존재를 여전히 경계하고 있었지. 그러고는 생각했어. 나약한 인간은 별을 지킬 수 없을 거라고. 그러니 강한 용족이 행성 하이델린의 수호자가 되어야 한다고.
牡丹
그리고 그 생각은 용시 짓기를 좋아하던 라타토스크에 의해 토르당에게 전해졌지... ... 그래서 토르당은 이 별을 용족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고 오해해 버린 거야. (별들은 커다란 무기를 들어올린 인간의 모습을 이루었다. 그 형상이 용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Lucian
오해로 인해 불거진 싸움은 끔찍했어. 용의 힘의 근원이 용의 눈이라는 걸 알게 되어 토르당을 위시한 기사들은 라타토스크를 죽이고 눈을 나누어 먹었지. 용과 맞설 힘을 얻기 위해서. 그리고 맹렬하게 공격해 오는 니드호그의 눈마저 빼앗아 힘의 원천으로 삼았어. (니드호그의 모양을 이룬 별들은 힘없이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갔다.)
牡丹
그러고는 이게 다 화합을 주도한 너 때문이라며 고함치는 니드호그에게 흐레스벨그는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눈 한 쪽을 주었지! (눈을 얻은 니드호그 형상의 별무리는 다시금 힘차게 도약하여 하늘을 날아갔다.) 흐레스벨그는 인간과 용, 어느 쪽에도 협조할 수 없었어. 시바와 불살의 맹세를 했고 니드호그의 마음 역시 헤아릴 수 있었거든. 그러니 신세한탄을 하며 시간을 죽일 수밖에.
Lucian
그렇게 천 년간 인간과 용은 전쟁 속에서 살았어. 복수심에 불타는 용이 사실 별을 수호하고자 했었음은 잊어지고, 위협으로부터 인간을 지키고 싶었던 초대 토르당의 마음은 퇴색되어 권력을 공고히 하는 수단이 되었지. (죽어가는 생명들을 별로 재현하며 루시안은 서글픈 표정이 되었다.) 언젠가부터... ... 본래의 마음들은 눈송이처럼 덧없이 녹아내리고, 복수심과 전쟁이라는 행위밖에 남지 않게 되었어.
牡丹
그랬지, 그래... ... (가만히 밤하늘의 환상을 바라보던 란은 문득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만 천 년 후에 어떤 인간들이 나타났지! 그렇지?
Lucian
그래, 나타났지. 어두운 하늘을 밝히는 혜성처럼. (그 또한 옅게 웃었다.) 하나는 니드호그처럼 용을 향한 복수심에 불타오른, 그렇기에 그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던 푸른 용기사. 다른 하나는 시바의 재림을 자처하며 용과 인간의 화합을 원한 얼음의 무녀. 그리고 또 한 명은… …
牡丹
또 한 명은~ 동분서주 끝에 어찌저찌 용시전쟁을 끝낸 빛의 전사랍니다. (쾌활하게 말하며 제 가슴께를 툭툭 쳤다.) 이슈가르드 곳곳을 발바닥에 불 나도록, 아니! 발바닥에 동상 걸리도록 뛰어다녔다죠.
Lucian
그래. 어느날 나타난 '외부인' 때문에 이슈가르드는 전례 없는 변혁을 맞이했답니다. 아직도 모든 것이 서툴고 두렵지만, 그래도... ... 이슈가르드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요. (그러고는 허리를 숙여 란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나의 영웅이 있었기 때문에.
牡丹
악!! 또 남친처럼 군다!!
Lucian
넌 부끄러우면 고함을 치는 아주 나쁜 버릇이 있어. 나참,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 (녀석을 끌어당겨 소파에 함께 앉았다.) 남자친구 맞잖아?
牡丹
헤에... ...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해 줄 때에는 너랑 이렇게 찐~한 관계가 될 줄 몰랐다고. (부끄러운 마음에 그의 품에 고개를 묻었다.) 아무튼, 예전에 들려준 이야기와는 사뭇 다르네.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Lucian
그랬지. 그때의 넌 이용할 가치가 있는 멍청이였는데. ... ... 정확히는, 그렇게 믿고 싶었지. 사실은 처음 봤을 때부터 너에게 이끌리고 있었어. 애써 부정했을 뿐. (유난히 진실한 목소리로 말했다.) 용들과 화합을 이루고도 용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기에 천 년 전과 같은 비극이 있었다고 생각해... ... 그래서 나는 용과 인간이 서로를 더 알아갈 수 있도록 힘쓰고 싶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거야. 다시는 그런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牡丹
처음 봤을 때의 나는 완전히 감자였을 텐데! 나도 너 엄청 잘생겼다고 생각했어. 말하는 건 조~금 재수 없었지만! (그러고는 품에 안겨 뿔을 비벼댔다. 부끄럽기도 하고 좋기도 해서 마음이 간질거려.) 응,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나도 도와줄게. 넌 이슈가르드 사람들을 잘 알지. 나는 남들보다는 용들과 좀 가까운 편이거든. 우리가 합쳐지면 무적이지! 용시전쟁을 맺는 과정은 그다지 매끄럽지 않았지만, 서로를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 진정한 의미의 화합이 이루어질 거야.
Lucian
화합은 믿음에서 오고, 믿음은 이해에서 오지. 인간의 짧은 생으로는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할지라도 이 마음은 이슈가르드의 후대로 이어질 거야. 인류는 그렇게 마음을 전해받으며 살아 왔으니까... ... (그 역시 사랑하는 영웅을 품에 안고는 눈을 감았다. 별빛의 환영이 두 사람에게로 쏟아지듯 비추었다.) 그리고, 이슈가르드의 역사 이야기를 한 다음에 읽었던 책도 기억나?
牡丹
그걸 오래오래 지켜볼 수 있으면 좋겠다. …… 다음 생에도 네 옆자리에 있고 싶어. 그때도 내 모험을 지켜봐 줘. (그렇게 말하고는 아주 포근한 기분이 되었다.) 물론 기억하지. 평범한 여자애이자 영웅의 이야기.
Lucian
나는…… 네가 원하는 위업을 모두 이루고 난 후, 내 곁에서 평범하게 살다가 별바다로 돌아가기를 바라. 너는 영웅이고 모험가이고 또한 내가 사랑하는 평범한 사람이니까. 그래, 너에게는 그 칭호들이 모두 어울려. 그 모든 게 너니까.
牡丹
(영웅의 삶은 필연적으로 고달프다. 모험가의 삶은 필연적으로 위험하다. 그럼에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나는 강해, 그 모든 걸 감당하고 살아낼 수 있을 만큼.) 물론이지. 그때는 꼭 네 옆에 붙어 있어야지. 그때는 케알을 걸어 줘, 네 꿈을 꾸며 잠들고 싶어.
Lucian
(언젠가 나의 영웅이 별의 바다로 돌아가는 날. 그날을 생각하면 사무치게 서럽다가도 안식에 들듯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했다.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서 살아가다가 같은 바다를 유영하게 되겠지. 내가 너에게 바라는 건 단 하나─)
그날의 네가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고 잠들기를.
牡丹
(그는 몹시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서 조금 웃었다. 지나간 여정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행복했던 만큼 괴로운 일도 많아서.) 어려운 요구를 하네. 후회되는 건 아주 많겠지만―
단 하나, 너를 만나고 사랑한 것만큼은 결코 후회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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