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커

여전히 좋아해.

그렇지만 내 마음을 예쁘게 접어서 묻어두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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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자각했던 때는 글쎄, 언제였지. 기억도 잘 안 나네. …그냥 내가 기억하기 싫은 걸지도 몰라. 단지 자각했을 땐, 이미 커져버린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어떻게든 네가 몰랐으면 했어.

왜 빠졌냐고 물어도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네. 그냥, 어느 순간부터 너밖에 안 보였어. 네 행동과 말 하나하나에 조바심을 느끼고, …마치 내가 아니게 된 것 같았어. 네가 다른 애와 이야기 할때면, 왠지 모를 조급함을 느꼈고, 출처모를 질투를 했어.

날 싫어하게 되면 어떡하지, 너무 애같이 구는 건 아닐까, 유치하게 구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내 머릿 속을 한 가득 채워 어지럽혔어.

너는 알까? 네가 무심코 툭, 내뱉은 한 마디에 나는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는 것을. 너에게 한 마디 하는 것조차 내겐 힘겨웠어.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평소의 나를 최대한 덧씌우고, 엉망진창인 내 머릿 속과 어지러운 마음을 최대한 가지런히 새까만 상자에 넣고서, 평온한척, 태연한척, 나의 마음을 ‘나’로 열심히 감추었어.

좋아하는 상대가 생기면, 나는 평소처럼 대할거야. 이건 나의 다짐이고, 신념이야. 내가 좋아하는 게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해서, 일말의 찝찝한 감정을 남게 하고 싶지 않아서. 어떻게든 내 마음을 예쁘게 접어서, 최대한 작게 접어서, 감출거야.

몇 번이고 다짐하고 다짐했어. 내 감정을 절대 너에게 전하지 않으려고. 지금의 너와 내 관계가 무너지지 않았으면 했어. 고백을 할까 생각도 했지만, 금방 그만뒀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지금의 내가 잘 알고 있는 형태의 감정이어서. 네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잘 보였어. 그래서 내 감정을 전할 생각을 그만뒀어.

너는 나처럼 마음 고생하지 않았으면 해서, 곱게 감정을 접었어. …감정이라는 게, 내 마음대로 안되는 거더라. 너를 볼 때마다 가슴 한 켠이 욱신거렸고, 네 말 한마디에 가슴이 설렜어.

그래도, 이 감정을 전할 일은 없을 거야.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게 뻔해서, 네게 내 감정의 무게를 대신 지게하고 싶지 않아서, 내가 …너를 무지무지 좋아하니까. 그러니까 절대로 전하지 않을거야.

있지, 너는 상냥하고 다정하고 착하니까,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나는 먼발치에서 네 행복을 응원할게. 그러니까, 내가 샘이 날 정도로 행복해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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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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