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포멜로
유독 맑은 날이었다. 말마따나 ‘푸른 하늘’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머리 위는 구름 하나 없이 청명했고, 그 아래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은 내리쬐는 햇빛을 조금이라도 피하고자 양산을 펼쳐 들거나 건물의 그림자를 쫓아 걸었다. 시기상 가을이라 불러야 할 때임에도 한낮은 아직 더웠다. 흰 레이스가 달린 분홍색 양산을 손에 든 채 차분히 보도블록 위를 걷는 소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소다 스윗은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이른 아침부터 내리던 비는 정오가 지난 지금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장마 사흘째, 세상은 그야말로 물에 잠긴 것처럼 어둑하고 습했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비는 다음 주까지 지속되어 내일도, 내일모레도 해가 뜰 일은 요원해 보였다. 비가 내려 야외 행동에 제한이 생기는 것은 좋지 않다.
렉스가 좋아하는 와인은 포도주치고도 도수가 제법 높았다. 오랜만에 마신다는 핑계로 절제하지 못해 2/3병가량을 마셔 버신 렉스는 취기에 흥이 올라 리처드의 추천대로 하우스 와인을 몇 잔 더 비웠고, 적당히 마시다 눈치껏 귀가하겠다는 처음의 다짐이 무색할 정도로 취해버렸다. 리처드의 부축을 받아 겨우 기숙사로 돌아오니 제법 늦은 시각이었다. 부대의 일원이지만
자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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