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2024년 10-11월 스윗 쌍둥이 연성교환
10월 24일의 토요일, 이때쯤 되면 거리는 온통 호박과 거미, 으스스하기보다는 귀여운 유령 장식으로 꾸며지고 계피 사탕과 초콜릿의 달콤한 향으로 가득해진다. 어린아이들은 큰 목소리로 핼러윈에 뭘 입고 다닐지 떠들어댔으며 어른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는 않아서, 그들도 무리 지어 만나기만 하면 어느 파티에 초대받았는데 옷을 어떻게 입고 가야 한다던가, 아이 의상 때문에 얼마를 썼다던가, 포틀럭 파티를 하는데 음식을 뭘 준비해야 좋을지 고민 중이라던가 하는 이야기를 수군거리느라 바빴다. 성인이 되었으나 어린아이의 마음가짐을 가진 스윗 쌍둥이에게 핼러윈은 연중 큰 행사 중 하나였고, 여기저기에서 날아오는 초대장을 읽고 비교하며 어느 파티에 가야 할지 머리를 맞대고 고심해야만 하는 시기였다. 올해는 마침 메리가 최근 자주 참석하던 모임-라이트 비건 모임 말이다-에서 초대장을 받았기에, 어느 파티에 갈지에 대해선 그리 오래 고민하지 않고서도 정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의상이었다. "사실, 작년에 입은 걸 또 입는 것도 그렇게 나쁘진 않아. 그때 우리 제법 유명 인사였잖아, 안 그래?" 그렇게 말하는 소다는 제법 심각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하지만—또 같은 옷을 입는 건 너무, 질려! 게다가 그 옷들은 딱 한 번 입고 잘 보관해 둔 거니까, 괜찮은 가격에 중고 거래할 수 있을 거라고. 비록 우리가 작년에 다운타운에서 가장 유명한 쌍둥이였다고 해도 말이야, 소포로 보내는 건 좀 늦었다 쳐도 블로그 글을 읽고 건넛마을에서 자동차 타고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는 것 정도야 그렇게 큰 일도 아니잖아. 안 그래?" 정성스레 밑밥을 깔며 일장 연설을 늘려놓은 그가 의기양양하게 전단 하나를 식탁 위에 척 내려놓았다. 다소 올드한 미감의, 그러니까 쨍한 주황색과 탁한 보라색을 사용해 눈이 아프기만 하고 내용은 잘 보이지도 않는 전단엔 크게 '핼러윈 의상, ~70% 세일!'이라 쓰여 있었다. "최소 30%에 최대 70%니까 괜찮은 거 하나쯤은 건질 수 있을 거야. 새 옷 사기엔 딱 좋은 시기잖아!” 이제 소다는 자신의 쌍둥이를 간절하게 바라보았다. “제발, 메리, 응?”
다음 날, 느지막이 점심을 먹은 쌍둥이는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섰다. 새 의상을 고를 생각에 신난 메리는 맨 뒷자리에 앉아 늑대인간도 해 보고 싶고 미라도 해 보고 싶은데 역시 클래식하게 좀비를 고르는 것도 괜찮지 않겠냐며 떠들어 댔고, 그 옆에 앉아 들뜬 쌍둥이의 수다를 들어주는 메리 역시 제법 기대 어린 표정이었다. 하늘은 약간 흐렸지만, 추울 정도는 아니었고, 정거장에서 내린 소다는 지도 앱을 켠 뒤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저쪽이야!” 하며 구석진 골목을 가리켰다. “우와, 진짜 쥐라도 튀어나올 것 같이 어둡네.” 태평한 낯으로 건너편을 구경하던 소다가 먼저 골목 안으로 들어서고 그 뒤를 메리가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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