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교환

푸딩

2024년 9월 스윗 쌍둥이 연성교환. 836자. 짧지만 딱 맞게 떨어지는지라 더 쓰지 않았습니다. 평소에 길게 썼으니 봐주세요.

유독 맑은 날이었다. 말마따나 ‘푸른 하늘’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머리 위는 구름 하나 없이 청명했고, 그 아래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은 내리쬐는 햇빛을 조금이라도 피하고자 양산을 펼쳐 들거나 건물의 그림자를 쫓아 걸었다. 시기상 가을이라 불러야 할 때임에도 한낮은 아직 더웠다. 흰 레이스가 달린 분홍색 양산을 손에 든 채 차분히 보도블록 위를 걷는 소녀의 뒤를, 나무 그림자 아래서만 발걸음이 느긋해지는 다른 소녀가 쫓았다. 물론 소다도 제 몫의 하늘색 양산을 가지고는 있었다. 그러나 양산 아래에 숨기엔 날이 너무 좋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따가운 햇빛을 견디지 못하고 그늘 아래로 도망쳐버린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딸랑, 경쾌한 소리를 내며 종이 울린다. 비스듬히 열린 유리문을 통해 두 사람이 차례로 가게 안에 들어선다. 에어컨을 세게 틀어둔 것인지 내부는 제법 시원했다. 몇 평짜리 좁은 공간엔 달콤한 냄새가 가득하고, 곳곳이 키치한 오브젝트며 귀여운 인형 따위로 장식되어 있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든 직원이 경쾌한 목소리로 외친다. 어서 오세요. 두 사람은 쇼윈도 앞에 서서 진열된 푸딩을 바라보았다. 노란색, 갈색, 녹색.

“소다는 뭐 먹을 거야?”

“나는 초콜릿 맛 먹을래.”

“그럼, 초콜릿 맛이랑 말차 맛, 그리고 기본 맛 하나씩 주세요.”

작은 종이 박스 안에 푸딩 세 개를 집어넣은 직원이 솜씨 좋게 손잡이 부분이 리본을 달아주었다. 쌍둥이의 눈 색과 꼭 닮은 분홍색 리본이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찾아주세요. 그런 인사를 뒤로한 채 두 사람은 다시 후텁지근한 거리로 나섰다. 소다의 손에 들린 종이상자가 무게 하나 없는 것처럼 가볍게 달랑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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