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이 되어
믿을 수 있겠어, 소다?
조각조각 흩날리는 유리조각을 본 적이 있는가?
비산하는 날카로운 잔해가 바닥에 떨어지면 그 일대는 엉망이 된다.
침묵 속에서 메리 스윗은 자신의 손에서 미끄러져 산산조각이 난 유리컵의 색깔이 반투명한 노란색이었음을 기억하고 있지만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왜냐하면 원형을 찾을 수 없게 된 유리컵 조각들은 붉은색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한 일이야.”
자신을 걱정해줄 쌍둥이는 외출을 했기 때문에 오늘은 메리 혼자 집을 지키고 있었다. 메리는 다급하게 다가오는 발소리나 괜찮냐는 걱정의 말을 상상하며 바닥을 치우기 시작했다. 빗자루질을 하고, 종이에 잔해를 모아두고, 바닥에 달라붙은 미세한 조각을 청소기로 빨아들이는 일련의 과정들.
소다라면 분명히 컵이 하나 없어진 것을 알아채겠지만 다친 곳이 없어서 앞으로 조심하라는 말 정도로 끝날 것이다. 메리는 그렇게 믿으며 유리조각이 담긴 종이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어떤 기시감이 들었다.
이상한 일을 많이 겪어서 기시감이 낯설지 않은 소다는 지금까지 느꼈던 것들과는 무언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집중했다. 종이를 몇 장이나 가져와서 사방을 두껍게 감싸고 테이프를 덕지덕지 감아서 보일리가 없는 그 속의 유리조각을 보듯이 시선을 고정했다. 눈을 다섯 번 깜빡일 시간이 지나자 어떤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메리는 기억 같기도 하고 꿈의 잔상같기도 한 어떤 광경을 지켜봤다.
메리가 ‘나’라고 인식한 누군가가 달리고 있다.
‘나’는 한참을 달리다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투명한 유리가 되었다.
움직일 수 없지만 정신은 움직일 수 있어서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생각의 꼬리를 이어가다가 허무함에 미쳐버리기 직전, 누군가 ‘나’의 앞에 섰다.
“메리. 우리는 항상 함께 다녀야 한다고 했잖아.”
그가 손을 대자 모든 것이 깨지고 ‘나’도 깨졌다.
어둠 속에서 ‘나’의 조각들이 합쳐져 하나가 되었다.
모든 것을 지켜본 메리의 인식이 현실로 돌아왔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메리는 서두르지 않고 하던 일을 끝마쳤다.
예상치 못한 청소를 하고 기운이 빠진 메리는 주방에 가서 물을 끓였다. 소다가 오면 함께 마시려고 했던 차 티백을 세라믹 컵에 담아 물을 붓자 붉은색 차가 서서히 우러났다. 깨진 유리컵에서 봤던 것과는 다른 색이지만 메리는 아까 그 이상한 일을 떠올렸다.
그런 반투명한 붉은색을 가진 컵은 이 집에 존재한 적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말했던대로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그 컵은 깨져서 다시는 붙을 수 없지만 나는 원래대로 돌아왔어.”
크지 않은 목소리는 집 안의 적막을 뚫지 못했다. 차를 마시는 소리가 은은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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