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춤을 추는 꽃
클로버
메리의 눈에 클로버가 보였다. 자연스럽게 네잎클로버를 찾던 그는 하얀 꽃이 활짝 피는걸 목격했다. 이미 활짝 피어있던 것이 아니고 하얀 꽃잎이 순식간에 펼쳐지는 모습을 본 것이다.
바람이 불지 않는 그곳에서 살랑살랑 흔들리기까지 하는 그 기묘한 꽃을 바라보던 메리가 손을 뻗었다.
이 믿을 수 없는 모습을 소다에게도 보여주기 위해 맨손으로 흙을 파기 시작한 메리가 뿌리를 보기도 전에 꽃의 줄기가 꺾였다. 맥없이 바닥에 떨어진 꽃은 건전지로 작동하는 장난감처럼 계속 몸을 흔들었다.
그 꽃을 집어든 메리는 소다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렸다. 달리는 메리와 흔들리는 흰 꽃의 모습이 제법 잘 어울렸다. 평범한 후드티와 청바지를 입은 털털한 차림의 메리에게 포인트를 준 것처럼 눈에 띄는 꽃은 곧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소다, 이 꽃을 봐. 바람이 불지 않아도 혼자 흔들리는게 정말 신기하지 않아?”
소다는 메리의 예상과 조금도 다르지 않게 신기해하고 박수를 쳤다. 두꺼운 장갑을 낀 것처럼 답답한 소리가 났다. 자기도 혼자 흔들리는 꽃이 잔뜩 피어있는 것을 보았다고 말하는 소다의 입에서 벌이 날갯짓을 하는듯한 이상한 소리가 났다. 그 점을 지적하기 위해 메리가 손을 들자 거울처럼 손을 든 소다가 손등을 감싸듯이 잡았다. 그 손에는 수백송이의 꽃이 피어있었다.
순식간에 피부를 가릴 정도로 빼곡히 피어나고 개화한 꽃에 뒤덮인 소다가 빨리 가자며 재촉했다. 이번에는 보리밭의 보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자연의 소리는 태풍이나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같은 거친 소리가 아니라면 사람의 마음을 안정되게 하지만 메리는 전혀 편안함을 느끼지 못했다.
이상함을 느낀 메리는 도망쳤다.
사랑하는 쌍둥이가 이상한 것으로 변했다는 두려움이 뒷목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얼음물을 끼얹은 것처럼 차가워진 심장이 마구 뛰었다.
손에 들고 있던 꽃을 던지려 했으나 손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억지로 줄기 위쪽을 잡아당겨도 마치 접착제를 바른 것처럼 붙어있을 뿐이었다. 초조해진 메리는 온 힘을 다해서 당겼고, 줄기와 닿아있던 피부와 함께 뜯겨졌다. 피가 흘렀다.
메리는 여전히 제멋대로 흔들리는 흰 꽃을 버리고 달리기에 박차를 가했다. 아무도 쫓아오지 않지만 두려움을 느끼면서 달리고 또 달려서 잠에서 깨어났다.
잠에서 깬 메리는 등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있는걸 깨달았다. 땀이 식어가며 느껴지는 불쾌한 축축함과 차가움이 몸을 떨리게 했다.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읽다가 잠깐 졸아버린 대가로 꾼 꿈이라기엔 너무 소름이 끼쳤다.
안정을 위해 마시멜로를 띄운 코코아를 타던 메리의 등 뒤에서 활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메리~ 내가 네잎클로버를 찾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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