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이 불던 날, 가지가 부러졌다.
강풍
꽈지직!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부피있고 무거운 것이 찢기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 소리는 창문 바로 밖에서 들렸다.
메리는 이 소리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길거라는 징조로 여기고 노끈과 초콜렛이 든 크로스백을 집어들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공간은 높은 확률로 이런 물건들이 소용 없어지지만 무언가를 대비하고 있다는 안정을 얻을 순 있었다.
어깨에 맨 크로스백에 핸드폰을 넣고 지퍼를 잠근 메리는 한 손에 들어오는 손전등을 창문을 향해 켰다. 분명히 이상한 것이 붙어있을 거라고 예상한 창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을 보아도 안도하지 않은 메리는 창문 걸쇠를 돌렸다. 빈틈없이 닿아있던 창문에 틈이 생기자 매서운 강풍에 흔들려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났다. 창문을 열면 통째로 날아갈 것처럼 불안한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 위협에도 겁먹지 않고 창틀에 손을 댄 메리는 힘을 줬다. 마치 힘 센 장정이 미는 것처럼 저항이 거셌지만 온 몸을 기대면서 힘을 주자 창문이 조금 열렸다. 그 틈으로 손전등을 내밀어서 손이 닿는 모든 방향을 비췄지만 수상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강풍에 실려 총알처럼 날아가는 나뭇잎이 손에 부딪히고 긁어대서 오래 살필 순 없었지만 메리의 방 밖에 이상한게 없다는걸 확인할 수 있었다.
손전등과 손을 회수하고 창문을 잘 잠근 메리는 시간을 확인했다. 열시 십칠분. 이상한 일은 때와 시간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잠에 들기 좋은 시간이라고 방심할 순 없었다.
소다가 있을 방으로 가서 문을 노크하자 대답이 들려왔다.
“메리,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피자는 내일 시켜먹기로 했잖아.”
“맞아. 페퍼로니를 가득 채운 피자는 내일 먹기로 했지. 그냥… 잠이 잘 안 와서.”
“메리… 무슨 일 있구나?”
작은 발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머리를 풀어서 메리와 더 똑같이 보이는 소다가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무언가 알았다는 표정을 지은 그는 메리를 포옹하며 말했다.
“이상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알잖아, 우리가 그 곳으로 가게 되면 바로 알 수 있는거.”
메리는 소다의 포옹을 받으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입을 열어 나오는 목소리에는 불안이 조금 섞여있었다.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어. 내 창문 바로 바깥에서 말이야.”
그 날카로운 소리를 떠올린 메리의 얼굴이 조금 찌푸려졌다. 소다의 얼굴은 변함없이 평소와 같았다.
“아, 나도 그 소리 들었어. 아마 집 건너편에 있는 참나무가 강풍 때문에 부러진 모양이야. 지금은 밖에 나가면 위험하니까 아침에 상황이 괜찮아지면 확인하러 가자.”
메리를 달래는 소다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큰일이 생겨도 평소와 다름없는 태평한 모습은 항상 메리를 안심시켰고 이번에도 성공적으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몸을 떼고 다시 마주한 메리의 얼굴은 한결 밝아져 있었다. 자신만 겪은 이상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한 메리는 잘 자라는 인사를 남기고 방으로 돌아가서 잠에 들 수 있었다.
메리가 잠든 뒤에도 강풍이 계속해서 불었고 태풍이 올라온 것처럼 험악한 날씨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아침해가 뜬 후에도 위협적으로 부는 바람 때문에 집에 갇힌 두 사람은 창문을 통해 건너편 나무를 확인하기로 했다.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집 안에서 창문 앞에 모여 망원경을 든 똑같이 생긴 두 사람이 큰 나무를 샅샅이 살펴봤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해보이는 참나무는 안쪽에서 돋아난 큰 가지가 길게 찢어져서 다른 큰 가지에 뉘여져 있었다. 하얀 속살이 드러났지만 나뭇잎이 풍성한 지금은 언뜻 봐서는 쉽게 알아차릴 수 없을만큼 교묘하게 가려져 있어서 쌍둥이의 고개를 기울어지게 했다.
왜 바깥쪽 가지가 꺾이지 않았는지, 어떻게 다른 가지에 기댈 수 있는 각도로 꺾어진건지, 나뭇가지가 꺾일 때 강풍을 뚫고 그렇게 크게 소리가 날 수 있는지….
궁금증은 많았지만 그것을 해결해 줄 사람은 없고 아침을 먹지 않은 두 사람의 배가 점점 고파졌다. 메리와 소다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피자를 시켜먹기 전 아침으로는 뭘 먹어야 좋을지 논의하기 시작했다. 가지가 꺾인 참나무는 곧 그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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