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감기

푸딩

큰 푸딩을 한 입 가득 물자 혓바닥 위로 사르르 녹아내린다. 삶아지다 만 계란의 껍질을 깨서 흐르는 액체도 고체도 아닌 것을 입에 들이부은 느낌이지만, 맛은 정말 좋다.

불행하게도 코감기에 걸린 메리는 일주일간 꼼짝없이 코가 막힌 상태로 살아야 했다. 시도때도없이 흐르는 콧물을 닦아내느라 동이 난 휴지, 헐어버린 코, 반쯤 감겨버린 눈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소다가 그렇게 좋아하는 피자를 사오는걸 멈추고 집에 있는 찻잎가루를 몽땅 꺼내서 종류별로 소분하고 하루에 다섯잔씩 차를 타주는 극진한 간호를 했다. 다음에는 피자에 차를 곁들여서 어떤 맛과 어떤 향이 어울리는지 알아내야겠다는 농담도 하며 짜증 한 번을 안 냈다. 그 덕에 메리는 감기에 걸린지 일주일이 지나자 간신히 상태가 호전되었다.

아직도 코를 훌쩍거리고 코 끝이 빨갛고 마스크를 쓰고 지내야 하지만 메리의 기분은 한결 나아졌다. 그도 그럴것이 코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퉁퉁 붓고 콧물로 빈틈없이 막혀있던 코가 한 줄기 숨통을 틔우자 메리는 아주 느리고 천천히 쉬어지는 답답한 숨을 마음껏 쉬었다. 얼마 안 가 다시 입으로 숨을 쉬었지만 향긋한 차 냄새가 맡아진다는 기쁨을 만끽하느라 불평이 나오지 않았다. 코가 막히면 정말로 음식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는걸 깨닫고 속상한 마음에 차라리 그냥 끓인 맹물을 마시겠다며 얼마나 투덜거렸던가.

찻잔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김이 콧속으로 들어갈 때마다 콧물이 흘러나왔다. 그러면 휴지로 코를 훔치고 다시 차를 마시길 반복했다.

채소를 듬뿍 썰어넣은 닭죽을 씹었을 때 익은 채소의 단맛과 닭고기의 맛이 느껴지자 메리는 푸딩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소다가 날을 잡아 하루에 30개만 파는 특대형 푸딩을 사왔다. 오랜만에 둘이 함께 식탁에 앉아 숟가락을 들었다. 일반적인 크기의 숟가락을 갖다 대도 작아보일 정도로 큰 푸딩은 그 크기에 맞지 않는 부드러움과 윤기를 뽐냈다. 메리가 먼저 설레는 기색으로 한 숟갈 크게 뜨자 달콤한 냄새가 퍼졌다. 그 냄새를 캐치한 콧구멍이 기대감으로 벌름거리고 침이 흘러나올듯한 입술이 달싹거렸다. 메리가 큰 푸딩을 단번에 입에 넣자 일주일만에 맛보는 설탕의 단맛이 퍼졌다. 캬라멜같기도 한 진한 향이 퍼지며 혓바닥을 감쌌다. 그 위에서 뭉개지고 부서지는 푸딩은 채 삶아지지 않은 계란이 흘러내리는 것처럼 입 안에 고였지만 그것도 맛이 좋았다.

메리는 행복에 젖어 입에 넣은 푸딩 한 입을 오래오래 음미했고, 맞은편에 앉은 소다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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