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있기를
안트라드 가도. 예술가들이 모이는 곳이자 여덟 왕국의 유행이 시작되는, 가장 낮은 무대라 불리는 곳이자, 온갖 예술가들이 제 기량을 보이려 안간힘을 쓰는, 탈라사로 들어오기 위한 관문이나 다름 없는 곳이다.
그 말인 즉, 이곳에 루벨리온의 이름을 모르는 이 따위는 단 한 명도 없다는 뜻이다.
이 자리에 선 이는 엘레나 드 루벨리온. 안트라드 여덟 왕국에서 가장 유명한 화랑의 주인이자, 가장 거대한 극장의 주인. 그리고 루벨리온을 송두리째 제 손아귀에 움켜쥔 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루벨리온의 엘레나를 알아본 이들은 슬슬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노랫소리는 더욱 커지고, 춤은 더욱 정교해진다. 그들의 눈에는 인정을 향한 열의와 갈망이 번들거렸다. 그리고 엘레나는, 그런 이들을 살피고 휘어잡는 법에 무척이나 익숙했다.
엘레나는 가볍게 미소지으며 그들 중 한 무리에게 다가갔다. 류트를 뜯으면서도 힐끔힐끔 시선을 주던 앳된 얼굴들이 환하게 밝아진다. 가벼운 통성명을 시작으로,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에 대한 대화가 이어진다. 그 대화는 그들의 서툴지만 신선한 음악에 대한 칭찬과, 머물고 있는 곳이 어디냐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탈라사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하는 목소리는 그들의 표정을 더욱 환하게 끌어올린다.
그를 시작으로, 거리에 있던 이들은 앞다투어 제 재주를 보이려 몰려들기 시작했다. 엘레나는 태연한 웃음으로 그들을 대했으며, 심지어 악기 하나를 골라 안트라드 거리에 한창 유행했던 노래를 한 소절 연주하기까지 했다. 시선은 점차 몰리고, 인파는 자연스레 쏠린다. 본디 평범하고 특색없던 잡화점으로는, 어떤 시선도 몰리지 않을 정도로. 그리하여 잡화점의 위층을 궁금해하던 이들이 손쉽게 그곳에 다가갈 정도로.
그렇다고 이것만으로 끝낼 수는 없지. 엘레나는 악기를 내려두고, 가볍게 오가는 대화 속 질문을 섞어넣는다. 이 거리에 대하여, 사람에 대하여, 근방의 가게에 대하여. 앞다투어 쏟아지는 말들 중 겹쳐지는 것을 추리고 골라 믿을만한 정보를 추려낸다. 때때로 들려오는 드문 소문과 같은 것도 하나도 빠짐없이 머릿속에 집어넣는다. 그리하여, 엘레나 드 루벨리온은 제 역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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