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끝
포말이 산산이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저 멀리 수평선에서부터 달려오는 파도는 끝내 사라지고 만다. 거대한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또 가라앉는다. 호즈노미야 란은 하얀 모래 위에 선 채로 그 파괴의 반복을 내내 지켜보고 있었다. 만들어진 모든 것은 언젠가 부서져 버린다. 영원이라고 믿는 것들은 그저 반복이었다. 그가 생각하는 것처럼, 또 다시 하늘 위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짠 내음을 가득 담은 바람이 얼굴에 닿아왔다. 제멋대로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이 시야를 가리지만 그는 굳이 그것을 치우지는 않았다. 그저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형님!"
그의 팔을 누군가 확 끌어안았다. 그는 별로 놀라지 않았는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매달린 사람을 바라보았다. 어딘지 불안해보이는 표정을 한 이엔이었다.
"웬일로 일찍 일어나셨어요? 일어났는데 형님이 없으니까 놀랐어요."
"미안... 많이 놀랐어? 그냥 아침에 창 밖을 보니까 경치가 좋길래..."
"저도 깨워서 같이 나오시지..."
"너무 곤히 자고 있으니까 깨우기 미안했어..."
"다음엔 깨워주세요..."
어리광을 부리듯이 그가 팔에 얼굴을 부벼온다. 어차피 창 밖으로 바로 보이는 해변이었기에 바다를 바라보는 란을 실컷 구경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저 먼 곳, 바다의 끝을 바라보는 란이 어쩐지 위태롭게 느껴졌기 때문에 이엔은 제대로 준비할 새도 없이 뛰쳐나오고 말았다. 먼 곳. 아무도 모를 곳. 그런 생각을 하면 어쩐지 심장이 선뜩해져왔다. 이엔은 부러 란의 팔을 힘주어 끌어안았다. 그 매달림에 란은 이엔을 바라보며 웃었다. 다정하고 부드러운 웃음. 그리고 속을 모를 웃음. 그는 다른 손으로 이엔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아무데도 안 가는데..."
"저만 빼고 나오셨으면서..."
"음... 그건 미안... 앞으로는 꼭 이엔을 깨워줄게."
"약속한 거예요."
응. 약속. 차분한 목소리에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소리가 겹쳐 들렸다. 그는 이엔과 함께 하얀 모래사장에 발자국을 남기기 시작한다. 왔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두 개의 자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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