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물을 감지하였습니다.]

츠카네네 전력 주제 <사이버 펑크>

프로세카 by 헵타
33
0
0

숲을 이룬 빌딩이 하늘을 꿰뚫을 듯 솟아오르고, 화려한 네온사인이 별도 뜨지 못한 밤을 물들였다. 도로에는 정체 모를 회색 가스가 시끄러운 음악과 클랙슨 소리에 맞춰 이리저리 퍼졌다.

발전된 기술과 문명을 잃은 세상. 곰팡이를 가리기 위해 금칠을 선택한 도시. 밝은 도로의 신호등 위, 헬멧이나 보조장치 대신 간단한 천을 선택한 청년이 마스크를 벗고 입김을 흘렸다. 츠카사는 익숙한 환경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귀에 착용한 기구에서 스크린 두어 개가 떠 그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북쪽, 310m]

[목표물 움직임 없음. 주변 위험 요소 탐색 중….]

"됐어. 없다고 했잖아. 그 짧은 새에 폭탄이라도 만들었겠어?"

다시 마스크를 쓴 츠카사는 손을 저어 창을 없앴다. 최근 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집단 하나를 쫓고 있었다. 인원이 몇인지도,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를 베일에 싸인 이들이었다. 알아낸 정보라고는 도시를 둘러싼 보호망을 뚫고 바깥에서 침입해 온 자들이라는 것뿐. 실력이 대단한지 침입 과정이 요란하지도 않았고,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쥐 죽은 듯 조용해 처음에는 존재마저 깨닫지 못했다.

며칠 전. 거리의 카메라로 자신을 감시하는 눈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줄곧 그랬을 터였다.

'왜 나를 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츠카사는 구부렸던 다리를 펴고 몸을 조금씩 움직였다. 아무튼 어렵게 저를 감시하는 이를 추적하는 데 성공했으니, 궁금한 점은 직접 만나서 물으면 되겠지. 겸사겸사 시민들을 위협할 만한 집단이라면 처리도 하고. 적당히 몸을 푼 츠카사는 잠시 몸을 굽혀 신발의 출력을 조절한 뒤, 곧장 신호등 아래로 추락했다.

눈 깜짝할 새에 인영 하나가 골목으로 날아들었다. 금색 눈앞에 치워두었던 창이 다시 한번 나타났다. 반경 120m 이내 목표물, 반경 100m 이내, 반경…. 같은 말을 반복하던 창이 붉게 물들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경고! <해커>가 당신을 인지했습니다.]

"알아."

<해커>는 쓰러진 이들 위에 앉아 게임기를 들여다보고 있던 소녀였다. 평소였다면 평범한 양아치라 생각해 잘 타일러 수갑을 채웠겠지만 이번은달랐다. 보라색 눈이 그와 마주치자마자 크게 뜨이더니, 곧장 골목의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목표물이다. 츠카사는 입꼬리를 올렸다.

"잠깐 서지 그래!"

"서란다고 서는 사람이 바보지…."

길을 막은 텔레비전 더미야 그에게는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발이 땅에 닿자마자 쓰러진 텔레비전을 짚고 다시 한번 뛰어올랐다. 고개를 들자마자 녹색 네온 빛줄기 하나가 일렁였다. 거리를 벌린 <해커>가 꺼내든 레이저 건이었다. 모델 TN-1720을 감지했습니다. 시스템이 말을 끝내기도 전, 상대가 방아쇠를 당겼다. 츠카사는 몸을 굴려 피했다. 이 정도 인간이야 몇 번이고 상대해 보았다. 아니, 매번 사고만 치고 다니는 녀석들보다 몇 배는 쉬웠다.

"잡았다."

정말, 쉬웠다. 찾는 데만 한 달이 걸렸다는 사실을 잊은 듯 츠카사가 눈을 휘며 상쾌하게 웃었다. 그러쥔 손목을 잡아당기자 <해커>는 균형을 잃고 휘청이며 총을 놓쳤다. 짧은 신음과 함께 인상을 잔뜩 찌푸린 걸로 보아 상당히 분한 모양이었다. 물론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츠카사는 품에서 꺼낸 수갑으로 골목의 쇠기둥에 네네의 손목을 묶었다. 불법적으로 개조 혹은 반출되었을 레이저 건을 확보하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자, 그럼…. 우리 이야기를 해볼까?"

"하, 이 상태로 이야기?"

덜컹. 수갑을 잡아당기는 소리에도 츠카사는 사람 좋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스토커한테 배려를 해줄 필요는 없지 않나. 당장 서에 데려가지 않은 것만으로 감사하도록."

"스토커…? 아아. 그런데 사람 잘못 찾았네."

그러나 잠시 후, 수갑이 퍼즐과 같이 푸르게 빛나자 미소는 <해커>에게로 넘어갔다.

"난 스토커가 아니라 해커거든."

"잠깐…!"

"소개라도 필요하면…. 그래, 해커 네네라고 불러줄래?"

상황을 파악한 츠카사가 몸을 날리기 직전, 네네가 기계를 던졌다. 푸른빛을 띠던 작은 기계가 채찍처럼 츠카사의 발목을 휘감았다. 목표물….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와중 네네의 손이 귓가에 닿자, 스크린과 기계음이 사라졌다. 이어 우당탕, 츠카사가 포장된 바닥을 굴렀다. 땅에 머리를 부딪친 츠카사가 신음을 흘렸다. 머리가 멀쩡하기에 수갑까지 아날로그일까 걱정했지 뭐야. 짧은 웃음소리가 울렸다.

사라진 기계음, 네온사인이 밝힌 하늘, 어두운 골목. 그 아래로 보라색 눈동자가 살짝 휘어진 채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이야기는 다음에 하자, 바보 비질란테(Vigilante)."

츠카사는 헛웃음을 뱉었다. 차가운 골목, 발이 묶인 바보 하나가 홀로 남겨졌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