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어째서 불공평한가
언제나처럼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낸 블레이드는 뒤를 돌아 어딘가에 있을 작은 제 동료를 찾았다.
역시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서 홀로 우두커니 서 어딘지 모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
언제나 그랬다.
잔뜩 살기를 내비치며 거침없이 적을 베어내던 때와는 달리, 소강상태가 되고 나면 가벼운 한숨과 함께 조용한 평소의 상태로 돌아오던 아이.
제가 다가가 달랑 안아들 때에서야 온 몸에 긴장을 풀어 추욱 늘어지던 아이를 기억하는 그는 살이 차오르는 기묘한 느낌을 애써 무시하며 그녀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제 손이 닿기도 전, 아이의 몸은 순식간에 침몰하듯 무너져내렸다.
아래로….
아래로…….
그 장면을 굳은 듯 바라보던 블레이드가 정신을 차린 건 아이의 몸이 완전히 바닥에 닿은 후였다.
“…루이.”
바닥에 낭자한 핏물 속의 작은 몸이 어쩐지 낯설어서, 발걸음은 점차 빨라졌다.
마침내 닿은 아이의 몸은 평소보다도 훨씬 차가워…
…….
… 차가워?
믿기지 않는 냉기에 그는 다시금 아이의 뺨에 손을 대었다. 평소처럼 핏기가 없는 모습이었지만, 그날따라 더 새하얬고, 더 차가웠다. 인간의 몸에 이만한 냉기가 도는 것이 흔한 일인가?
아니.
수많은 죽음을 겪은 사내는 곧장 답할 수 있었다.
이 정도의 냉기는 생명이 끊겨간다는 신호임을, 그는 알 수 있었다. 그 여자의 날붙이에 몇 번이고 베이고 꿰뚫리며 느꼈던 감각이지 않은가. 그리고 그가 그것을 깨달았을 때, 그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
…….
그럼 이 아이는?
이 작은 아이는 죽는 건가?
“…루이.”
“…….”
작은 부름에도 아이는 대답하기는 커녕, 눈살을 찌푸리는 짓 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이의 몸은 식어가고 있었다.
더는 여유부릴 시간이 없다.
블레이드는 축 늘어진 아이를 들처안았다. 그러자 비릿한 피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루이는, 아이는 엘리오가 예견한 미래의 언젠가에 반드시 필요한 요인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곳에서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된다.
머리로 인지하고 그대로 달음박질 치면서도, 그의 가슴에서는 불규칙적인 박동이 요동치고 있었다.
그것이 잔잔했던 마음에 큰 돌덩이를 하나 던져넣는다.
무엇으로 인한 파동인가?
언제나 곁에 있던 아이가 떠나갈 거라는 두려움인가?
아니면…
자신이 그토록 갈망했던 것을, 이리도 쉽게 얻어버린 루이를 이해할 수 없어서일까.
블레이드는 아이를 안고 달려가면서도 이를 악물었다.
이 작은 아이조차 손쉽게 죽음의 손길에 들어가면서.
나는 왜.
이렇게나 큰 죄를 짊어진 나는,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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