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리타르트
겨울에는 공기에서 겨울 특유의 향기가 났다. 반짝반짝 얼어붙은 공기가 차갑게 목 안을 훑고 내려가 폐에서 냉기를 활짝 펴면, 커다란 박하사탕을 힘차게 깨문 것처럼 입안을 가득 채우는 싸한 향기가 났다. 선배는 그것이 겨울의 향기라고 말했다. 네 개의 계절에서는 각각의 향기가 난다고, 그렇게 말하며 선배는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사레가 들렸는지 켁켁거리며
「이츠키이-!」 귀신 들린 마냥 풍경이 앞뒤로 마구 흔들리며 열렬한 소리를 냈다. 평소의 듣기 좋은 낭랑한 청음은 어디로 갔는지, 땡땡땡땡, 콕콕 쪼이는 고막보다도 풍경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폭음이었다. 아시야는 입을 꾹 다물고 아베노를 힐끔 쳐다보았다. 아베노도 답지 않게 기가 눌린 채 족자를 바라보았다. 머리카락으로 가리려고 했으나 덮어지지
“내일 유성군을 볼 수 있대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툭 던진 말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불쾌함 가득한 저음에 “관심 없어”라고 일축되었을 한 마디. 아시야조차 인터넷 창 귀퉁이에 박혀 있던 뉴스를 읊었을 뿐, 이대로 깜빡 잊었다가 모레나 되어서야 사가에게 “어제 유성군 봤어?”라는 안부 인사에 떠올렸을 말.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랑이 있다. 가족애, 친애, 우애, 성애 등. 누군가를 소중하고 생각하는 마음은 같지만, 애초에 이 감정들은 모두 성질이 다르다. 귤과 탱자가 다른 종인 것처럼 사랑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것들을 사랑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해버리는 것은 인류 최대의 태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터다. 정의되지 못한 사랑은 사랑이 아닌가? 분류된
❄ 추운 거랑 더운 거 중에는 역시 추운 게 나아. 아이오나는 종종 그렇게 말했지만, 그 아이가 추위를 타는 일은 없었다. 루비나트가 털옷을 껴입고 불까지 피우고 있음에도, 아이오나는 반바지를 입은 채 눈 위를 걸어 다녔다. 그런 차림새로 잘도 돌아다니는구나. 루비나트가 비아냥을 섞어 말하면 아이오나는 저의를 눈치채지 못한 채 고개를 갸웃거리곤 했다.
높이 치켜든 검이 섬광과 같이 적을 꿰뚫고는 그대로 살갗을 갈라 베어버린다. 꽃잎처럼 흩어지는 핏방울이 더러운 것인 양 히어로는 갑주를 찬 팔을 들어 피가 튀는 것을 막았다. 거기까지 채 1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여 춤을 추는 듯 우아한 동작이었다. 윈드스토커는 그 모습을 쳐다보며 휘이,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여전히 무시무시하네.’ 비웃음 섞인
밤새 별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날이 흐리더니 동이 트기 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부슬거리며 잘게 흩어진 빗방울은 아르젠타와 제레인트가 움직일 때마다 팔이며 다리에 들러붙었다. 딱히 비를 피할 이유는 없었지만, 피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겨우 몇 시간 쉬어간다 해도 케이어스의 조각들이 크게 잘못되거나 날뛸 리는 없었다. 비가 오니 잠시 쉬어간
단 한 순간의 맹점이었다. 샬롯의 손끝에서 퍼져나간 오로라 색깔 빛이 기사들 앞에 커튼처럼 드리워졌다. 빛으로 된 장막이 나풀거리며 펼쳐지는 모습은 한낮의 햇볕을 가득 쬐며 날리는 하얀 빨래, 혹은 꽃을 물고 날갯짓하는 흰 비둘기처럼 평화의 실체처럼 보였다. 프라우 레망은 제 앞에 굳어가는 보호막을 보고, 여기에 어울리는 배경음악은 G 선상의 아리아
사람은 어째서 자신 이외의 타인이 될 수 없을까? 사람은 어째서 타인을 사랑하게 되는 것일까? 어떠한 이유로 개인은 각자 타고나는 재능이 다를까? 왜 감정은 단 하나의 요소로 이루어지지 않고 복합적으로 작용할까? 수많은 물음표가 그려졌으나 후쿠베는 한숨 한 번으로 모두 날려버렸다. 겨울 향을 덧입힌 씁쓸한 한숨. 질문이 있어도 대답은 없다. 데이터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