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소년답게?
라테일 윈드스토커&히어로
높이 치켜든 검이 섬광과 같이 적을 꿰뚫고는 그대로 살갗을 갈라 베어버린다. 꽃잎처럼 흩어지는 핏방울이 더러운 것인 양 히어로는 갑주를 찬 팔을 들어 피가 튀는 것을 막았다. 거기까지 채 1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여 춤을 추는 듯 우아한 동작이었다. 윈드스토커는 그 모습을 쳐다보며 휘이,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여전히 무시무시하네.’
비웃음 섞인 감탄이 혀 위에서 날름거렸다. 몬스터의 시체가 그득 쌓인 가운데에서 태연하게 먼지를 털어내는 히어로의 모습은 영락없는 10대 어린아이였다. 말끔하게 다려진 교복에 선홍빛 도는 덜 여문 살결, 상한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거리며 불만스런 표정을 짓는 것까지. 조금 전까지 빛조차 가까이하고 싶지 않을 눈을 하고는 전장을 누비던 사람 같지 않았다. 윈드스토커는 픽 가볍게 웃고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네가 다 해버리니 내가 할 게 없잖아.”
히어로도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풀며 장난스럽게 받아쳤다.
“윈스가 약하니 내가 도와주는 거잖아.”
약간은 거들먹거리는 앳된 목소리. 그것을 들으며 윈드스토커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냥이 끝난 후 히어로에게 장난을 거는 것은 그의 버릇이었다. 눈 깜짝하지 않고 수많은 몬스터를 도려내는 히어로를 보면 마치 다른 사람을 보는 것만 같아서, 이렇게 본인이라는 것을 확인해야 마음이 놓였다. 윈드스토커 역시 진지할 때와 평소의 분위기가 무척 다르긴 하지만, 자신이야 원래 기분 내키는 대로 사는 사람이니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히어로는 달랐다. 그는 아직 학생이고 어린아이이고 그러니 어른들이 도와줘야만…….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였다. 히어로가 갑자기 눈을 번득이더니 윈드스토커의 팔을 확 잡아챘다.
“우왓!”
무슨 짓이냐고 묻기도 전에 악력에 이끌려 히어로에게 안기듯이 끌어 당겨졌다. 우유 향 섞인 달콤한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그와 동시에 등 뒤에서 쉬익, 육중한 바람 소리가 들리고 이내 찢어지는 듯한 기이한 비명이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뭐, 뭐야…?”
윈드스토커는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눈을 커다랗게 뜨고 뒤돌아보았다. 거기에는 피범벅이 된 채 깔끔하게 두 동강이 난 몬스터의 시체가 쓰러져 있었다.
“후.”
가벼운 한숨을 내쉬는 소리를 들으며 윈드스토커는 다시 히어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질렸다는 듯 놀랐다는 듯,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못한 감정이 뒤섞인 표정이 그의 얼굴에 그대로 떠올랐다. 히어로는 그 표정을 보고는 씨익 웃었다.
“뭐야 그 표정은? 혹시 멋있다고 생각했어?”
여전히 소년다운 장난기가 가득한 목소리를 들으며 윈드스토커는 고개를 저었다.
방금 한 생각은 취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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