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斗
시카고의 메리어드가 2번지는 제법 돈 많은 태가 나는 건물이었다. 시카고의 건물이 다들 그렇다지만 멋들어진 건물은 건축양식적으로 훌륭했고 값이 하늘을 찔렀다. 그에 비해 대충 벽돌만 쌓아서 시멘트를 바른 집들이 -글쎄, 그걸 집이라고 해도 좋을까? 어쨌든 주거 형태이므로- 오늘 살고 내일 모를 자들이 살기에 가장 적합했다. 어제 신문 기사 첫번째 면에 살인
기억이 돌아오고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일것이다. 나는 네가 잠시간 미웠다. 오랫동안 미워하지 못한 것에 대해 네가 슬프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다고 해서 기뻐한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아니꼽겠지만. 그에 대한 이유는 굳이 덧붙이지 않겠다. 그건 고문의 미학을 다루는 신사숙녀답지 않은 행동이니까. 최근 나는 조각상을 들여왔다. 허수는 그 조각
격조했습니다! 간만에 즐거운 커뮤를 뛰었습니다. 거의 1년 반만이네요. 체인소맨을 보고 너무 재밌던 나머지 기반 자캐를 짜고 퍙님에게 열어달라고 땡깡 피워서 연 커뮤 치고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거기다 그때 짠 자캐는 실제로 내지도 않았군요.) 일단 이수진이란 캐릭터는 이 커뮤에 올 생각은 조금도 없던 캐릭터입니다… 이단심문관 여캐, 한 쪽 눈 없는
평안하니, 익수야. 기억과 능력을 교환하자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네 생각이 났다. 어떻게 서두를 떼야할지 몰라 멋대로 너의 마음을 어림짐작해보며 편지를 쓴다. 가해자된 입장으로 감히 너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겠으나 이 이후의 너가 썩 편안하길 바란다. 이제 와서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너의 무용단에 관한 일이다. 국립 발레단의 무대 붕괴는 종말의 악마
이수진은 최근 본인이 겁이 많아졌다 생각했다. 지켜야할 것이 많아진 순간부터 그녀는 예전처럼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 몸을 던지는 것도, 싸우는 것도, 자신을 희생해가며 전투를 빠르게 끝내는 것도 모두 지킬 것이 없었을 때보다 어려웠다. 그녀의 작은 애인-이라고 하지만 제법 거대한-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1년이란 유예기간 동안 어떻게 그를 현세에 붙들
이수진이 누구인가? 마조히즘과 사디즘을 동시에 가진 기묘한 이상성애자, 한마디 말도 없이 정해진 대로 결혼했으나 남편이 죽을 때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냉혈한, 그러고서 남편의 복수를 할 때는 줄줄 울었던 미친 여자.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그녀는 모순적이었다. 수진의 눈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덕지덕지 묻어있다. 경아는 그런 수진을 바라보았다. 짧은 곱
시작은 아버지가 주식투자를 아주 크게 실패한 것이었다. 수진은 당시 공부도 잘하고 인망도 좋은 열아홉살이었다. 막 대학에 가야할 나이에 청천벽력같은 말을 들은 것이다. 물론 수진은 등록금으로 쓰기 위해 아껴놓은 돈이 있었다. 하지만 아래로 두 명 있는 동생들을 보면 차마 제 알량한 지식욕 하나 채우자고 그 어린것들 밥을 굶길 순 없었다. 그건 있을 수 없는
빨리 찔러. 그 애를 찌르는거야. 그에게 복수해 우리의 복수를 해 네가 해야해 우리를 모두 죽인 그 여자에게 복수하는거야 귓가를 스치는 잡음에 백조희는 눈을 감았다. 그 악당이 왕자가 아니면 어떡할래. 인간이 되어버린 인어라면 어떻게 할거야? 혼자 아가미 없이 마른 수조를 견디고 있었다면 어쩌려고. 여자의 요람에서 여전히 바다 비린내가 나고 짠 눈
이수진은 입 안에 고인 피를 뱉어냈다. 살점과 함께 시뻘건 덩어리가 밖으로 훅 튀었다. 그런 두수의 한쪽 다리를 잡아 질질 끌고 가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신주림이었다. "주림아...." "왜 불러?" "인생이 원래 이렇게 비참하냐." 그녀의 말에 주림은 피식하고 바람새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새삼스럽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다에 사람 하나 공구리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