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죽을까?
그런 뻔한 말은 됐어.
이수진은 입 안에 고인 피를 뱉어냈다. 살점과 함께 시뻘건 덩어리가 밖으로 훅 튀었다. 그런 두수의 한쪽 다리를 잡아 질질 끌고 가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신주림이었다.
"주림아...."
"왜 불러?"
"인생이 원래 이렇게 비참하냐."
그녀의 말에 주림은 피식하고 바람새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새삼스럽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다에 사람 하나 공구리치려다 이 꼴이 났으면 이미 밑바닥 인생이란 건 알고 있어야할 것 아닌가? 주림은 시선 저 멀리 보이는 밤 바다를 눈에 담으며 대답했다.
"내가 살아본 바로는 그래. 원래 그래."
수진은 속에서 부터 끅끅거리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기이한 웃음 소리였다. 원래부터 웃는 방법을 모르는 기계가 억지로 웃음소리를 내는 마냥 기묘했다. 주림은 수진의 다리를 잡고 계속 걸었다. 수진은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다 코를 킁킁거리며 눈을 감았다.
"바다는 달콤한 냄새가 안나는구나."
"당연한 거 아냐? 소금 우물인데."
"그건 알아. 그래도 사진으론 다 예쁘잖아."
"그거 다~ 서양 바다야. 우리 나라 바다는 사람 시체밖에 더 있겠어."
두 사람은 한 번 더 웃음을 터트린다.
"빨리 가야겠어. 경아가 기다리니까."
"그 여자? 이상한 사람이라니까. 아직도 좋아해?"
수진은 말 없이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이 붙은 궐련담배 끝에선 뿌연 연기가 새어나왔다.
"나도 경아도 너무 오랫동안 혼자였어."
"무슨 상관이야?"
"혼자는 너무 춥단 걸 아는거지."
정적. 이번엔 딱히 웃음 소리가 나지 않았다. 여자 한 명을 질질 끌고 가는 여자 한 명, 끌려가는 여자는 담배를 물고 있고. 유쾌한 상황은 아니긴 했다만.
"우리 말이야, 언제 죽게 될까?"
"....오늘내일 하는 입장에 그런게 있어?"
"그래도 죽을 날은 정할 수 있는 게 좋지 않나. 미리미리 주위 사람한테 줄 거 줘놓고. 작별 인사도 하고."
수진은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겨 눈을 감고 담배만 물고 있었다.
"주림아."
"응?"
"내 방 세번째 서랍에 현금이랑 금품 있거든."
"...응."
"열쇠는 두번째 서랍 주머니 안에 있고."
"..."
"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가져가라."
유언치고 이기적인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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