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는 말이 없다.

「 오딜의 이야기 」

─────, by 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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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ossienne No. 4 



비명의 악마는 ‘말’을 가져간다.

단순히 소리를 못 내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가로서 바치는 말은 ‘안녕’, ‘고마워’, ‘사랑해’ 와 같은 표현들이다. 빼앗긴 말은 글이나, 외어(外語)나, 수화로도 할 수 없다. 말할 수 없다. 전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모든 말을 빼앗긴 계약자는 언어를 잃는다.

그저 울부짖으며 비명만 지르는 괴물이 된다.



비명의 악마가 웃는다.

네 노래가 기대되는구나.

오데뜨, 내 아이가 되렴.

이후 비명의 악마는 그녀를 오딜이라고 부른다.

계약으로 빼앗긴 말은

살려줘

죽고싶지않아

이다.


참 쉬운 계약이라 생각한다.

자신은 평생 그 말을 할 리가 없다.


백조는 말이 없다.

점점 언어를 잃어간다.

괴물이 되어간다.

언젠가 이 말도

---전부 닿지 않겠지.


그녀는 침대 아래 하얀 수첩을 꺼냈다.

자신이 잃을 말들을 미리 적어둔다.

언어의 무덤이다.


살려줘

죽고싶지않아

괴로워

외로워

가지마

이리와

아파

따듯해

싫어

그리워

날 봐

하지마

울지마

무서워

미안해

괜찮아

아니

어딨어

여깄어

안녕

행복해

고마워

사랑해

안녕

1995年 12月 29日.

수첩은 계속해서 갱신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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