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는 호수를 떠났다.
「 오데뜨의 이야기 」
─────, by 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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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희.
발레에 조예가 있다면 그녀의 이름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수 많은 공연에서 얼굴을 비추고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샛별같은 발레리나. 무대 위의 그녀는 아름답게 웃고, 비극적으로 울고, 사뿐히 날아올랐으며, 그녀의 몸짓에 모든 이가 감탄하고 눈물을 흘렸다.
─1995년.
국립발레단, 크리스마스 공연 <백조의 호수>의 오데뜨 역을 준비하던 그녀는 부상을 입었다. 연습 중에 일어난 평범한 이유였다.
백조도 하늘에서 떨어지네요. 누군가 그리 말한다. 그녀는 멋쩍게 그렇다고 한다. 아쉽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주저없이 주역 자리를 넘긴다. 그래도 괜찮다. 사랑하는 나의 둥지, 나의 가족, 백조들. 우리의 무대를 망치고 싶지 않다. 그녀는 진심을 담아 응원한다. 화사하게 웃는다. 재활에 집중한다.
어서 백조들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
─1995년 12월 24일.
첫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새하얀 입김이 부서져간다. 깃털 같은 발레리나들 위로 새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여간다.
무너진 극장, 백조 떼의 죽음을 바라본다.
구급대원들이 들것에 백조들을 실어 나른다.
사이렌 소리가 시끄럽다.
눈을 가린다. 눈으로 가린다.
가려지지 않는다.
공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녀가 중얼거렸다.
─미완의 극.
그녀는 백조들의 영혼을 달래어 무대를 완결시키기 위해 그녀의 호수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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