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는 웃지 않는다.

「 엘리제의 이야기 」

─────, by 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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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mnopédie No. 2 



1999년의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이에 그녀가 1995년의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1999년 12월 24일.

<국립발레단 극장 붕괴 사건>.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1999년 12월 25일.

종말의 악마야.

발레리나, 너는 그를 죽일 유일한 사람이야. 

크리스트교에서 녹(綠)은 악마의 색이다.


─1999년 12월 26일.

너희와 함께 했던 공연을 봤어.

나, 웃고 있더라.


─1999년 12월 27일.

너희와 함께 했던 공연을 봤어.

어떻게 웃을 수 있지?


─1999년 12월 28일.

너희와 함께 했던 공연을 봤어.

웃는 모습이 역겨워.


─1999년 12월 29일.

너희와 함께 했던 공연을 봤어.

비디오테이프를 전부 정리했다.


─1999년 12월 30일.

꿈에 백조들이 퍼덕인다.

귓가에 울리는 백조들의 울음소리.

피로 장식된 발레리나 더미.

나만 깨끗하다.

나만.


─1999년 12월 31일.

나 이제 알 것 같아.

백조들이 주위를 빙글빙글 날고 있다.

이건, 너희들이 만든 기적인거야.

백조들이 하나 둘씩 그녀에게 내려온다.

원래라면 나도 그 무대에 있었을텐데.

백조들이 날개로 그녀를 감싸준다.

한과 염원이 만든 운명의 뒤틀림,

날개에 싸여 질식할 것 같다.

그런거지?



옛날, 아주 먼 옛날.

한 왕국에 엘리제라는 아름다운 공주가 살았다. 

그녀에겐 11명의 오빠들이 있었고, 막내인 엘리제를 몹시 사랑했다.

엘리제도 오빠들을 사랑했다.


하지만 사악한 저주로 모두 백조가 되어 날아갔다.

엘리제는 왕궁에서 쫓겨났다.

백조들을 찾는다.


엘리제는 꿈을 꾸게 된다.

가시 쐐기풀로 옷을 지으면 저주가 풀릴 것이라고.

단, 옷을 다 만들 때까지 말을 한 마디라도 하면 안 된다고.


엘리제는 그날부터 웃지 않는다.

쐐기풀을 따는 손에서 피가 흐른다.

그녀는 아직도 옷을 짓고 있다.


백조는 웃지 않는다.

살아있는 시간을 전부 종말의 악마를 잡는데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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