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는 노래를 남긴다.

「 익수의 이야기 」

─────, by 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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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uquor

언젠가 이 추억은 네 손에 춤추듯 내려앉아

닿으면 녹아가겠지, 생명의 상냥함으로


왜 국가 안보 특수 전투대대에 지원을 하셨나요?

국가안보와 사회안정을 위해 지원했습니다.

악마와 마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간도 인간을 죽입니다. 악마도 악마를 죽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회에 해가 되는 존재인가 아닌가 라고 생각합니다.

종말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명백한 사실은 종말의 악마가 공인되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데블헌터로서 종말의 악마를 죽인다, 그 뿐입니다.

그럼 마지막 질문입니다.

당신은 어떤 것을 두려워하시나요?


─1996년.

날개의 이름을 받았다.

나는 더 이상 날 수 없는데.

─1997년.

서울시립승화원에 다녀왔다.

너희들이 빛났던 만큼 이미 많은 국화꽃들이 가득 차있었기에 나는 작고 초라한 모형 국화를 납골당 문에 겨우 붙였다. 모형 국화는 제 무게를 가누지 못하고 자꾸만 목이 꺾였다. 그게 꼭 내 모습같다. 손톱을 세워 테이프를 다시 붙이고 나왔다.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알아낸 것은 없다. 종말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다가오고 있다.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 남아있는 말도.

그 사이 소문이 자자해졌다. 

부정하진 않는다. 

─1998년.

이 곳의 사람들은 별나고 친절했다. 

지루한 백색, 아니 무색(無色)의 나에게 찾아온다.

임무가 끝나면 그가 사온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이 익숙해졌다. 비번인 날엔 그녀가 사오는 신제품이 기대되니, 이제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새벽에 발레를 보인 이후로 같이 훈련을 하고 있는 작은 새도, 꾸짖으면서도 먼저 말을 걸어주는 거짓말쟁이 도박꾼도, 사건 정보가 아닌데도 괴담을 늘어놓는 이야기꾼도, 장난치러 소리 없이 다가오는 뿔의 암살자도, 푸른 물결로 고요히 일렁이는 바다도, 이제는---.

─1999년.

27개의 별이 눈부시다.

어느새 그 별들이 소중해졌다.

─1999년 12월 25일.

이제 웃어도 될 것 같아.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은 ‘고립’이다.

자신의 말을, 생각을, 마음을 전할 수 없게 된다. 

함께 있어도 통하지 않는다.

단절된다.

미소를 보이지 않았지만 당신에게 말을 걸고 주변을 맴돌았다면 그녀가 당신을 사랑했음을 헤아려주길 바란다. 모든 말을 잃기 전까지 전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애정을 안겨주며 언젠가 찾아오는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당신과 함께한 모든 순간을 가슴 속 깊이 소중히 품었음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백조가 마지막 노래를 남긴다.

당신과 함께해서 행복했어요.

당신이 행복하길 바래요.

나를 잊지 말아요.

나 여기에 있어요.

나를 봐주세요.

가지말아요.

혼자는

슬퍼

.

그 말은 닿지 않는다.


스완 송 (swan song)

마지막 무대[작품]; 극작가·음악가·배우 등의 죽음이나 은퇴 전의 최후의 작품. 백조는 평생 단 한번 죽기 직전에 울며 그 노래가 정말 아름답다는 북유럽의 전설에서 유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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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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