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인어공주와 단도

우르술라가 악당이 아니었다면 어떡할래?

빨리 찔러. 그 애를 찌르는거야.

그에게 복수해

우리의 복수를 해 

네가 해야해

우리를 모두 죽인 그 여자에게 복수하는거야 

귓가를 스치는 잡음에 백조희는 눈을 감았다. 

그 악당이 왕자가 아니면 어떡할래. 인간이 되어버린 인어라면 어떻게 할거야? 혼자 아가미 없이 마른 수조를 견디고 있었다면 어쩌려고. 여자의 요람에서 여전히 바다 비린내가 나고 짠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그 여자가 널 잊어버린 왕자님이 아니라 매일 네 생각만 하는 친구였다면 어떨 것 같아? 바다에 두고 온 네 생각에 침대에 누워서도 죄책감으로 떨고 있으면, 있는 것 없는 것과 전부 바꿔서 다리를 얻어왔으면. 그 다리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있으면.

그래도 용서하지 못할거야?

무슨 말을 하는거야. 그 여자가 우릴 죽였어.

그래! 무대가 무너졌어, 걔가 한거야.

또다시 알 수 없는 비명이 그녀의 고막에 꽂혔다.

죽여도 구원받지 못하고 구원할 수 없으면 어떡할래. 가슴팍에 박힌 주홍글씨가 여전히 그녀를 저주한다면 어떡할래. 여자가 네게 조금의 저주도 하지 않고 무릎 꿇는다면 어쩔거야? 여자의 다리를 잘라도 그 발에 신긴 빨간 구두가 계속 춤을 춘다면 어떡할래. 흉터 많은 다리가 계속 빙글거리며 네 주위를 맴돌면 어떡할거야?

죽여!

죽여!

죽여!

죽여!

구원자라도 될 셈이야? 그러면 여자가 구원받을 수 있어? 그 얄팍한 마음에 희망을 심어줄 수 있을거라 생각해?

"그렇다고 말하면."

그렇다고 말하면.

"구원받을 수 있습니까?"

그녀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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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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