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두수] 시카고 AU
헤테로 커플을 뇨단타해서 다시 헤테로로 먹기
시카고의 메리어드가 2번지는 제법 돈 많은 태가 나는 건물이었다. 시카고의 건물이 다들 그렇다지만 멋들어진 건물은 건축양식적으로 훌륭했고 값이 하늘을 찔렀다. 그에 비해 대충 벽돌만 쌓아서 시멘트를 바른 집들이 -글쎄, 그걸 집이라고 해도 좋을까? 어쨌든 주거 형태이므로- 오늘 살고 내일 모를 자들이 살기에 가장 적합했다.
어제 신문 기사 첫번째 면에 살인사건 용의자로 떠오른 여자가 카운티 교도소에서 나오자마자 갈만한 건물이라면 역시 후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한이 메리어드가 2번지 건물의 3층으로 향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 변호사'가 준 명함에 시카고 메리어드가 2번지 3층이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변호사의 이름은 이수진이었다. 그는 '수진' 이란 이름이 중성적이고 국적을 타지 않는 느낌이 강해 외국에서 생활하기에 편하다고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하지만 그 뒤에 제가 한국어로 말하자 조금도 알아먹지 못해 그의 거짓말은 그대로 들통났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이라 부모님이 한국인이고 영어로 대화하셔서 듣는 건 가능하지만 말하는건 어렵다고 말했다. 거짓말이 들통난게 머쓱한지 그는 너털웃음을 터트렸고 이한은 그 모습을 보며 '바보같다'라고 생각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 3층에 도착한 이한은 문을 세 번 노크했다. 기계적으로 똑똑똑. 안에서 들어오세요, 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고급스러운 아이보리 색 벽지가 붙은 넓은 방 안에 묵직하고 어두운 원목으로 통일한 가구가 몇 개 놓여있었다.
책상 앞에는 <변호사 이수진> 이라는 검정색 명패가 놓여 있었는데, 그 뒤에 앉아있는 사내의 웃는 얼굴은 진중하고 유능한 변호사라기보다 어디 뒷골목 깡패들이 실실 웃을 때 생기는 웃음인지라 어째 신뢰가 가지 않았다.
"아, 왔네. 언제 오나 했어~ 짐을 챙길게 많은 건 아니었을텐데, 늦었네? 비가 와서 그런가? 그런 것 치고 우산을 가져온 것 같진 않은데."
"..."
오늘 날씨는 시카고치고 제법 맑은 편이었다. 이한은 그가 늘어놓는 가벼운 이야깃거리를 한 귀로 흘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 찾아?"
숨겨둔 사람은 없는 모양이었다. 수진은 어느새 한의 앞으로 걸어와 허리에 팔을 감쌌다.
"내가 뭐, 기자들이라도 숨겨뒀을까봐 걱정하는거야?"
"어."
"싸늘하네~!"
수진은 또 웃음을 터트렸다. 한은 그의 웃음이 헤프다고 생각했다. 그의 손길이 머리카락을 타고 올라와 부드럽게 뒷목을 감쌌다.
"나는 사무실에 사람을 부를때 한 명 이상 부르지 않는 편이라서."
"무례하군..."
그리 말하면서도 한은 그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그래, 이 건방진 변호사를 죽이는 건 조금 이따 해도 나쁘지 않을지 모른다... 수진은 한의 입술 위로 입을 맞추었다. 여전히 장난스러운 웃음기가 묻어있었다.
- 카테고리
- #오리지널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