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덕질 대체 어떻게 해야 돼?

오타쿠 에세이 - 캐릭터 덕질 장르의 캐해석과 상업성

아이돌마스터. 앙상블스타즈. 우마무스메. 뱅드림. 프로젝트세카이. 아이돌리쉬세븐.

그리고 히프노시스 마이크…

이게 무슨 아이유박효신엔시티 같은 소리냐 싶겠지만. 아무튼 수많은 가챠겜 장르를 찍먹하고 트친들이 덕질하는 걸 옆에서 보면서도 최애를 잡지 못하고 지나쳐왔던 나도 결국 빠지고 말았다.

한창 유행일 땐 뭐야 저 쿠소 장르는? 이라고 생각하며 저벅저벅 지나가더니 갑작스럽게 이제 와서 그렇게 됐다.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다.

아무튼 이 글은 내가 히프마이 덕질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알게 된, 주로 캐릭터 가챠 게임으로 대표되는, ‘캐릭터 덕질 장르’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이다.

목차

  • ‘캐릭터 덕질 장르’가 뭐야?

  • 구멍이 술술 뚫려있고 허술한 나의 최애 

  • 하지만 원래부터 그랬습니다 

  • 공식이 캐붕이에요 

  • 공식이 제 최애캐 찬밥 취급해요 

  • 스토리가 산으로 가요 

  • 이걸로 언제까지 해먹을 수 있는가 

  • 캐릭터 덕질에 의미 있어? 

‘캐릭터 덕질 장르’가 뭐야?

‘캐릭터 덕질 장르’란, 흔히 이 시대 오타쿠들이 경험했을 법한 가챠겜 장르를 포함한다. 모바일 게임이 성행하며 tcg에서 좀 더 진화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장르-매체에서 소비의 중심이 캐릭터가 되며 서사가 아닌 캐릭터의 매력을 전면에 내세운 장르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감을 잡기 어렵지만,  ‘그 외 앙스타 같은 거 있잖아 그거’ 처럼 어쩐지 예시를 통해 보면, 감이 좀 더 쉽게 잡힐 것 같기도 하다. 이와 같은 장르는 스토리 위주의 만화,애니메이션과는 확실히 형태가 다르다.

캐릭터 덕질 장르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1. 출시하는 미디어 믹스의 형태를 최대한 늘려서 다양한 방식의 소비, 유입, 덕질을 유도한다. 게임-음악-만화-애니메이션 등등.

  2. 장르가 출시될 때부터 캐릭터의 수가 굉장히 많아지며 보통 10명~20명, 30명 내외인 듯하다.

  3. 주로 전대물에서 빨강이 리더를 맡듯이, ‘리더’의 포지션은 있지만 그 외 다른 캐릭터들이 조연이라고 불리지는 않으며, 각각이 주인공 취급을 받는다.

  4. 매주 바뀌는 게임 내 이벤트에 따라 순서가 돌아오면 그 캐릭터가 주인공인 스토리가 출시되고, 새로운 정보나 타 캐릭터와의 관계성이 밝혀진다.

  5. 캐릭터 간의 관계성은 소설-만화에서 흔히 나오는 주연-조연-악역과는 차이가 있다.

현실 아이돌이 그룹을 지어 나오는 것과, 이런 캐릭터덕질장르에서 유독 음악이나 아이돌을 주제로 한 장르가 많은 것은 관련이 없지 않을 것이다.

구멍이 술술 뚫려있고 허술한 나의 최애

이런 장르의 특성상 장르의 미디어믹스가 여러 종류가 있으며 점점 많아진다. 게임, 만화책, 애니메이션, 라디오, 등등 다양한 매체에 각각의 작가가 있으며 메인 시나리오 라이터가 있지만, 결국 스토리를 만드는 사람이 한 명이 아니다.

즉 나의 최애 캐릭터는 여러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며, 해석의 여지가 다양하다. 캐릭터들은 어딘가 비어있으며 허술하고, 작가들끼리 말이 안 맞거나 모순된다.

그래서 캐해석이라는게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느껴진다

사실상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닌데, 이건 장르의 특성상 ‘오타쿠가 캐해석을 하며 파고들길 적극적으로 권장’하기 때문이다.

스토리가 있는 만화가 한 가지의 요리를 완성품으로 대접한다고 치면… 캐릭터 덕질 장르는 공식에서 재료를 제공하면 내가 조각조각 골라 먹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요리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달까.

이미 그것 자체가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하나의 콘텐츠인 것이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그런 점이 강점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구멍이 숭숭 뚫린 캐릭터를 자신이 상상과 창작으로 채워 넣는 것. 사람들은 바로 그 점에서 매력을 느끼고, 최애 캐릭터에 빠져들어 돈을 엄청나게 쓰게 된다.

하지만 원래부터 그랬습니다

이미 일본 동인, 오타쿠 문화 - 2차 창작은 2000년대부터 그렇게 된 지 오래이긴 하다.

전통적인 예시로는 동방 프로젝트와 도검난무가 있다. 이 두 가지 장르는 캐릭터성에 대해 극단적으로 심플한 소스만을 제공한다. 캐릭터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게임 내 대사 몇 줄이 전부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고 그 대사 몇 줄로부터 자신만의 최애를 만드는 것에 푹 빠졌고, 코미케를 중심으로 한 2차 창작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같은 캐릭터라도 2차 동인 회지에서 다른 인물이라고 할 정도로 캐릭터성이 정반대로 달랐다. 그땐 그랬지.

이렇게까지 2차 창작이 성행한 것은 인터넷의 보급, 타블렛 등 만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수단의 대중화, 글을 올리고 오타쿠끼리 쉽게 실시간으로 교류할 수 있는 sns 플랫폼의 대중화 등이 영향을 주었다.

이 시대에 사운드호라이즌, 카게로우 프로젝트 등 음악을 기반으로 한 장르의 성공 역시 현대의 캐릭터 덕질 장르가 유난히 캐릭터를 아이돌 등으로 ‘음악’과 결합하려고 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심지어 우마무스메는 분명히 레이스를 한다는 경마 모티브의 게임인데도, 굳이 레이스의 성공 후 ‘노래 무대’를 한다는 식으로 아이돌 음악 요소를 끼워 넣었다.

이러한 선대 장르로부터 이어져 오며 비슷한 소비방식을 마케팅적으로 일부러 유도한 것이 이 시대의 캐릭터 덕질 장르인 것이다.

오히려 작품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제공하는 장르는 오타쿠의 덕질, 흔히 말하는 2차판이 적고, 구멍 숭숭 허술한 장르, 조금 모자란 이야기일수록 사람들이 활발하게 창작한다는 이야기도 빈번하게 들었다.

공식이 캐붕이에요

이제 캐릭터의 구멍은 고도로 상업화되어있다.

캐릭터 덕질 장르는 아직 많은 것이 밝혀지지 않은 허술한 캐릭터들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소비자에게 컨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 캐릭터들끼리 상호작용을 보여주거나 설정을 풀고, 서사를 이끌어가야 한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대로 그 서사는 매주 바뀌는 게임 내 이벤트에 따라 순서가 돌아오면 밝혀지게 된다. 그 캐릭터의 스토리와, 한정 SSR 가챠 카드, 일러스트가 나와 현질을 유도한다. 캐릭터의 방향성과 스토리는 다분히 소비자로부터 끌어들일 수 있는 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설정된다.

그러나 바로 그때! 공식 서사에 의해 구멍이 채워지며, 팬들은 그것이 자신의 상상과 다르다는 것에 격렬한 거부반응을 보인다.

프로젝트가 장기화될수록 드러나는 단점이다.

아니, 공식이 그렇다고 하는데 무슨 소리야. 당연히 그게 공식이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겪어본 자만이 안다. 아무리 공식이라지만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로 캐릭터성이 변화하거나, 기존 설정이 지워지거나, 예상과는 다르기도 한다. 이것을 두고 소비자들은 캐붕이라고 생각하며 공식에게 실망하게 된다.

캐붕이 나고  더 이상 달라진 최애를 견딜 수 없어서 탈덕… 슬프고 흔히 있는 일이다.

내 최애 A는 B와 커플링인데, 공식에서 C와의 서사를 밀어주는 것이 보기 힘들고 괴롭다. 라든가, 공식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 라는 일도 주변에서 빈번하게 듣는 편이다.

혹은 최애 캐릭터에게 충격적인 비밀 설정, 괴로운 과거 설정 등이 생기게 되고, 이에 감정 이입해서 함께 고통받는 오타쿠도 정말 많이 봤다.

캐릭터의 구멍이 소비자를 끌어당기면서 동시에 내쫓기도 하는 양날의 검이 되는 것이다.

공식이 제 최애캐 찬밥 취급해요

또한 캐릭터가 얼마나 스토리상 조명을 받는가는 매출과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있다. 인기가 많은, 즉 그 캐릭터의 팬, ‘오시’가 많은 캐릭터는 게임상 이벤트와 SSR카드 로테이션이 매우 빈번하게 돌아온다. 굿즈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만큼 과금하는 사람이 많고 돈이 잘 벌리니까. 만약 회사 매출이 떨어질 경우 그들은 인기가 많은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며 다시 매출을 올리고자 한다. 그러면 이제 일러스트레이터들과 게임 스토리 기획자들은 넵. 하고 그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스토리를 만든다. 애니메이션으로 따지자면 앞으로의 진행 화수가 돈으로 결정되는 것과 같다.

팬들이 이러한 제작사의 푸시에 민감하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각 프로젝트 장르의 팬덤에서는 ‘어떤 캐릭터가 언제 어떤 쓰알, 이벤트 스토리가 돌아왔는가’ 를 표로 비교 정리한 것도 돌아다니며, 소비자들은 이 표를 바탕으로 ‘로테이션 시기를 볼 때 다음 언제  공식 제작사 역시 팬들의 반응을 눈치 보며, 한쪽에 너무 몰리지 않도록 신경 쓴다.

~~캐릭터는 저번에 ~~정도로 나왔는데, 내 최애 캐릭터는 얼마나 지나도록 계속 안 해준다. 이걸 느낄 때의 질투감과 좌절감이란…… 많은 오타쿠들이 이런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며 팬들 간의 경쟁심이나 열등감을 자극당한다.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탈덕하며 견디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고통받는다. 하지만 그런 오타쿠가 받는 스트레스조차 제작사에서는 그들을 붙잡아두는 수단으로 이용한다. 오랫동안 기다린 최애캐의 일러스트/스토리가 화려하고 내 마음에 들 경우, 그간의 기다림과 스트레스에 대한 보상으로 치환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공식에서 조명을 못 받는 나의 최애캐라도, 나에게는 세계 최고의 사랑하는 캐릭터니까. 결국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장르를 미워하면서도 최애캐를 응원하고, 계속해서 굿즈를 사고 가챠를 지른다.

스토리가 산으로 가요

소설 만화의 주연-조연-악역 캐릭터들과는 다르게, 캐릭터 덕질 장르는 캐릭터 사용의 제한이 두드러진다. 기본적으로 서사의 중심은 갈등. 스토리가 있으려면 어쨌든 캐릭터들은 서로 대립해야 한다. 그러나 이 대립이 첨예해지기가 쉽지 않은 것이, 어찌 되었건 ‘정규 멤버’ 캐릭터들은 쉽게 악역을 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너무 나쁜 짓을 하면 팬들이 떨어져 나간다…

각 캐릭터들에게 팬들이 심하게 이입하고 있는 만큼, 적 캐릭터에 대한 불호의 감정을 품기도 쉬우며 적 캐릭터들의 팬들은 자신의 캐릭터가 악역으로 이용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고, 애초에 적처럼 나온 캐릭터라면 팬들을 유치하기도 쉽지 않다. 간혹 악역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하지만 이러한 상업 장르는 캐릭터의 팬들을 잡아두는 것에 필사적이다. 그 오시 캐릭터의 굿즈를 소비해주는 사람들이 빠져나가면 매출은 하락하고, 푸쉬도 적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악역이 벌을 받거나, 죽거나 하면서 리타이어 할 수도 없다. 서사에서 캐릭터를 죽일 수 없다. 퇴장시킬 수 없다…라는 것은 의외로 굉장히 큰 단점이 된다. 이제 캐릭터를 죽일 수 없다면 어떻게 되냐. 캐릭터를 변화 시킬 수밖에 없고. 이 변화에 결국 팬들이 떨어져 나가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히프마이는 지금까지 적은 모든 단점이 극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아마야도 레이는 갈등의 요소가 되었으나 결국 악역으로선 어중간하고, 중왕구에 서사를 준 이후부터 애매하게 착해져서 악역으로서의 카리스마나 서사 역할을 잃게 되었다.

그리하여 캐릭터들은 대립하더라도 그것은 심각하지 않은 수준에서 그치며… 갈등구조 중에서는 인물vs인물 보다는 인물 내부의 갈등에 집중하거나, 인물 vs 사회의 갈등을 쓰거나 한다. 극단적으로는 아예 갈등을 피하고 얼레벌레 하하호호 캐릭터들이 이상한 짓을 하는 소소한 스토리만을 내기도 한다.

아무튼 악역이 없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즉 눈에 띄는 모브-정규멤버가 아닌, 악역을 따로 만들어줘야 한다. 히프마이도 호노보노라는 악역을 내세웠다.

또한 처음엔 갈등의 소재를 제공하며 대립 악역으로 나오던 캐릭터가 감화되어 우리 편, 주로 이입 가능한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돌아서는 경우도 많다.

나도 캐덕질 장르를 많이 해보지 않아서 다른 장르들이 악역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스토리작가가 굉장히 똑똑하며 캐릭터를 영리하게 대립시켜야 한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이걸로 언제까지 해먹을 수 있는가

비록 매력적인 캐릭터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더라도 서사는 그 사람들을 유지하는 축이 되기 때문에. 스토리를 어떻게 다루느냐… 와, 마케팅을 어떻게 하느냐는 캐덕질 장르의 수명을 유지시켜주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장수 콘텐츠가 되기는 힘들지 않은가 라는 생각도 든다. 시대가 지나도 명작으로 여겨지는 작품들은 어떠한 시작과 끝이 있고 완결된 서사 속에서 감동을 뽑아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장르가 커져서 너무 많은 돈과 사람들의 일자리가 걸려있기 때문에 서사를 끝낼 수 없고 오로지 연장만이 가능한 미디어 콘텐츠란 대체 어떻게 죽는 것인가? 라는 생각도 든다. 엔딩을 과연 낼 수 있기는 한 것인가? 프로젝트의 끝은 어디인가? 콘텐츠의 죽음이라는 건 다소 무섭다. 그야말로 무관심…속에 사그러드는 것이기에.

반대로 오히려 공식 서사가 없고 캐릭터 뿐인, 극한의 자유도를 자랑하는 하츠네 미쿠는 수많은 파생 창작으로 굉장한 장수 장르가 되어버렸지만…

타입문은 공식 서사를 계속해서 다양한 매체로 변주-리메이크-파생시키며 엄청나게 장수하고 있지만….

고전 만화들도 수없이 리메이크 되면서 예토전생하고있지만.

아마 지금도 현세대 캐릭터 덕질 프로젝트 장르들은 계속해서 장르의 수명을 유지시키고 돈을 벌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아무튼 간 그런 상업예술들은 이제 작가의 의사를 투영하는 예술보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굉장히 상업 쪽으로 치우쳤으며 그럼에도 상업 속에서 팬들의 2차창작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 아무튼 그런 것을 통해 재탄생되고 있다는 것이. 그리고 그 2차창작이 새로운 창작인들을 기르고 있다는 것은 재밌고 신기한 일 같다.

캐릭터 덕질에 의미 있어?

내가 사랑하는 캐릭터들은, 정말 정말 돈에 의해 이루어져있고, 돈에 의해 좌우된다.

진짜로, 걔의 본질 같은 건 없고,

‘키워드1’’키워드2’’키워드3’으로 표현될 수 있는, 모에 요소의 키메라일지도 모른다.

사실상 이것은 이미 늦은 논의고, 캐릭터라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욕망 인형으로 전락한 지 오래기도 하고.

하지만 오타쿠는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공식의 설정을 착즙하며 어떻게든 연결하고…

그것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 키메라가 소중한 우리 집 인형이 되어…

다른 놈들과는 다른 나만의 캐릭터가 되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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