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오토] Bitter-Sweet
아마야도 레이 X 토호텐 오토메
Bitter-Sweet
아마야도 레이 X 토호텐 오토메
“커피 한 잔 대접할 여유는 있지 그래.”
그는 오토메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서 거만한 자세로 그녀에게 주문했다. 집무실에 대뜸 찾아와 용건도 말하기 전 요청 사항이라. 간도 크군. 오토메는 그리 속으로 생각하며 인터폰을 들었다. 커피 한 잔, 준비 부탁드립니다. 순순히 그가 바라는 대로 해준 이유는 기분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구태여 말싸움하기 싫었으니까. 특히 오늘과 같이 기분의 갈피를 못 잡겠는 날은 더더욱. 그렇기에 자신이 커피를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커피’라는 단어를 꺼내며 티 타임을 방해하려는 남자의 의도대로 따라주는 것을 선택했다.
“각설탕은 안 넣나?”
“본연의 맛을 즐길 줄 알아야죠.”
“본연의 맛을 몰라서 미안하군.”
각설탕 하나를 커피에 떨어뜨리고 티스푼으로 대충 휘저은 남자는 향을 음미할 시간도 갖지 않은 채 커피를 마셔댔다. 뜨겁지도 않나, 라는 생각이 먼저. 이후로는 한심하다는 생각이 이어진다. 그가 오기 전부터 차를 입에 댄 오토메보다 레이의 잔이 더 빨리 바닥을 보이기 시작할 것 같았다.
“용건은요?”
“매번 만날 때마다 용건, 용건. 나리님 바쁘신 건 알겠는데 너무 튕기지는 마.”
“비즈니스 관계에서 선은 지켜져야 하는 법이니까요.”
“사적 모임이 거래처에 점수 따기 좋은 보너스 스테이지인 거 알지.”
어처구니없는 대답. 말도 안 되는 논리에 반박할 거리가 있으리라 생각지도 않았지만, 매번 행동에 쓸데없는 정당성을 갖다 붙이니 깊이 생각하는 것조차 사치라고 판단한 오토메였다. 더 필요하시다면 올려 달라 하겠습니다. 그의 찻잔에 남겨진 커피를 보고 추가 의사를 묻는 것은 배려라기보다는 대화 주제를 돌리려는 그녀 나름의 의도였다.
“아니, 됐어. 갈 시간이거든. 티 타임은 여기서 끝.”
커피값은 안 줘도 되지? 내 입맛에는 영 안 맞았어서. 대신 커피값으로 좋은 어드바이스 하나 줄까. 레이의 문장은 의문형이었지만 상대의 대답이 요구되지는 않았다. 그가 모자를 고쳐 쓰며 말을 이었다.
“넌 너무 고리타분해. 과거의 생각이 지금까지 영원할 거라고 믿지. 그러니까 쓴 홍차밖에 못 마시는 거라고.”
“가끔은 단맛도 즐길 줄 알아야지.”
안 그래? 입꼬리를 비죽 올린 레이는 각설탕 통에 담겨 있는 설탕 하나를 집어 보란 듯 그녀의 찻잔 안에 떨어뜨렸다. 음, 이건 좀 달겠어. 홍차가 별로 없네. 차와 융화되어 점점 녹아가는 설탕 덩어리를 보며 그가 말을 붙였다.
“너무 달면 입이라도 빌려주고.”
난 단 게 좋거든. 뭐, 여전히 쓴맛이 좋다면 그대로 마셔. 놀리는 투로 입술을 톡톡 두드린 레이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다음에 보자고. 웃으며 사라지는 그를 뒤로하고, 오토메가 설탕 섞인 홍차를 입에 댄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역시 별로예요.”
의도가 어떻든 그녀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Bitter-Sweet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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