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오토] 雪女

논 CP) 아리스가와 다이스 X 토호텐 오토메

雪女

아리스가와 다이스 X 토호텐 오토메

 

너는 내 아들이야. 네 피는 내 피로 이뤄져 있지. 내가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영양분마저 네게 나눠주고, 몇 번의 고비를 넘기면서도 널 소중히 했어. 잊지 말아야 한다. 뼈가 벌어지는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너를 품었다는 사실을. 자그마치 300일이 넘도록 말이다.

 

 

오토메는 안뜰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어쩌면 마지막 만남이 될 수도 있는, 아리스가와 다이스, 세상에 한 명뿐인 아들의 마지막 모습이었지만 미동 하나 없는 태도였다. 등에 한가득 짊어진 짐. 세미 정장을 빼입었던 평소와 다르게 편한 옷차림. 그의 행태는 이 가문, 아리스가와를 영원히 떠날 것임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 안에 있을 줄 알았는데.’

 

어떻게 알아챈 것인지는 몰라도, 그녀가 자신을 붙잡기 전에 떠나야 했다. 어차피 몸을 단단히 옭아맨 기모노를 입고 있을 테니, 지금부터 전력을 다해 뛰면 그녀가 문을 나설 땐 자신이 어느 방향으로 사라졌는지 알 길이 없을 것이다. 아리스가와 다이스는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해 여름은 유독 더웠다. 부채를 살살 부쳐가도, 시원한 얼음을 입에 잔뜩 물어도 흐르는 땀이 마를 겨를 없었던 여름.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시간대였던지라, 이글대는 열기에 곁눈질로 훑은 어머니의 모습마저 일렁였다. 힐끗 쳐다본 그 여자는 자신의 아들이 집을 나간다는데도, 눈 한 번 깜빡하지 않는 냉담한 여성이었다. 기대도 안 했어. 중얼거린 다이스는 비스듬하게 고개를 돌려 제대로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눈 부신 태양에 저절로 눈이 찌푸려지는 위치에 있는 자신과 달리,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것 같은 처마 밑에 있는 어머니였지만, 오히려 그쪽이 신기루처럼 갑작스레 날아갈 것 같았다. 차가운 눈동자, 도통 감이 안 오는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어머니. 등골이 서늘해졌다. 설녀(雪女)가 있다면 어머니와 같을까. 아직까지도 그날이 여름이었는지 가을이었는지 잠시 생각해야 하는 자신을 발견하면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도 사뭇 어려워졌다.

 

 

왜 갑자기 어머니가 생각났는지는 모를 일이다. 아리스가와 다이스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도 맛이 없어졌는지 아직 본격적으로 태우지도 않은 장초 하나를 바닥에 툭 떨어뜨렸다. 지금 떠오르는 옛 기억을 지우고 싶은 것처럼 비벼 끄는 발길은 거칠기 그지없다. 아무래도 그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왔어야 했다. 그 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다.

 

“무슨 상황인지 안 물어봐?”

“벌써 출가할 나이가 되었나….”

 

오토메는 다이스와 눈을 마주하기보다, 정원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나비 한 마리에 눈길을 옮겼다.

 

“아니. 이제 남남이야. 더 이상 이 시궁창 같은 곳에도 안 와. 찾지 마. 삶에 관여하지 말라고.”

“후후…. 다이스, 단단히 착각하고 있구나….”

 

오토메가 어떤 말을 꺼내든 간에 다이스는 개의치 않아 할 자신이 있었다. 들을 가치도 없어. 어머니를 없는 사람 취급하며, 마당을 지나 문을 나설 때였다. 토호텐 오토메 또한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처럼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가 집을 나가는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여는 것도 아니었다. 아마 세상이 그녀에게 맞춰 돌아간다 착각할 정도로 완벽한 사람이라 그런 거겠지. 그렇기에 이런 저주 같은 말도 정확히 귀에 들려오는 것일 테다.

 

“난 너를 찾아가지 않아. 네가 찾아올 뿐이지.”

 

다이스는 다짐이 무색하게 그녀의 말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어머니의 말은 틀린 적이 없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 그녀가 진리라 하면 진리가 맞으니까. 그러니 이 썩을 말도…. 언젠가의 답이 되어 버릴 것이 분명했다.

 

“언제든지 찾아오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문 열어.”

 

여전히 차가운 눈동자에 생각을 종잡을 수 없는 무표정의 어머니. 집을 떠나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더라. 아마 그녀가 자신을 품었던 300일이라는 숫자보다는 훨씬 지났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아직도 그는 그녀의 손바닥 안이었다. 집을 나설 때 자신에게 말했던 그 저주 같은 말도 결국 진리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아리스가와 다이스는 다시 돌아왔다. 차가운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설녀의 둥지에.

기모노보다 더 꽉 옭아맨 제복을 입고, 자유로운 나비보다 영속적인 권력을 좇게 된 여자의 안뜰에.

 

유메노 겐타로에게서 건네받은 원고지를 한 손에 꽉 쥔 채, 그녀를 만나기 위해 서 있을 뿐이었다.

 

雪女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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