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잡아먹힐래, 결혼할래? Prolog

리드아이 로코물 (수인도 곁들임)

by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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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잡아먹힐래, 결혼할래?”

 

약초 팔고 포션 만들며 살던 평범한 소시민인 내게 닥친 인생의 시련은, 늑대 수인의 결혼 협박이었다. 집에 무단침입하여 일단 기절시키고 묶어놨더니, 깨어나서 하는 말이 내게 잡아먹힐래, 결혼할래? 였다. 너무하지 않나!? 아직 연애도 안 해봤는데!

처음 보는 늑대 수인과 결혼하는 내 운명은 과연 괜찮은 걸까?


나는 약초를 캐서 연구하고, 포션 만드는 일이 좋았다. 연금술! 얼마나 매력적인지. 부모님께 애원하고 설득해서 얻어낸 허름한 오두막에 독립한 나는 치유 포션과 미용 포션을 주력으로 판매하여 일대에 유명한 포션 판매사라는 칭호까지 얻게 되었다. 성공적인 시작이 아닌가.

 

뿌듯함을 뒤로 하고, 오두막을 꾸미고 포션을 만들며 살다 보니 어느새 오두막도 2층으로 재건하고 온실까지 만들게 되었다. 일이 점점 커지고 있어 조수를 구하는 공고까지 냈는데, 조수가 온다면 내 인생은 더욱 피는 거다! 스스로의 잘남에 취한 나날을 보내던 도중, 공고를 보고 왔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나는 그때 문을 열어주지 말아야 했다. 조수로 온 사람으로 인해서 말도 안 되는 결혼생활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안녕하세요, 면접 보러 오셨죠? 잠시 앉아계세요. 최근에 약차도 연구하고 있는데, 이건 몸을 안정시켜주는 효과가 있죠. 마셔보세요. 아. 저는 아일렛 로델라인 이에요”

“…리드입니다.”

“으음. 아, 면접 질문이라도 할까요? 나이는 어떻게 되세요? 조수 일이 말만 저를 돕는 거지, 약초 캐고 상자에 포션 집어넣고 매대에 진열하고…이런 일을 하게 될 텐데. 힘은 있으시죠?”

“…맡긴다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흐음. 뭐, 공고 냈어도 아무도 안 와서 오는 사람 안 막거든요. 내일부터 오실 수 있나요? 두 시 정도에 오시면 돼요.”

“그러도록 하죠. 아일렛 사장님.”

 

조수 면접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테이블을 정리하니 밤이었다. 연구 탁자에 앉아 조수님에게 시킬 일들을 작성하는데, 창문에서 바람 소리가 크게 났다. 분명 날씨가 좋았는데.. 커텐을 칠 겸 창문에 가까이 가는 순간 창문을 열고 누군가 집에 침입했다. 급하게 1층으로 내려가 주방에서 프라이팬을 손에 쥐고 계단 밑에서 잠복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내려오기만 하면 머리를 후려칠 거다. 감히 내 집에 침입하다니.

 

계단을 느긋하게 내려온다. 프라이팬을 꽉 쥐고서 가까이 온 순간 머리를 후려쳤다. 정통으로 맞은 침입자는 그대로 고꾸라졌다. 나의 승리였다. 다리를 잡고 끌어서 의자에 앉히고 밧줄로 꽉 묶어두고 나서야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는데, 낮에 조수 면접을 봤던 사람이었다. 황당한 나머지 치안대에 신고할 생각조차 잊었다.

 

왜, 무슨 이유로 침입한 걸까? 일어나면 이유를 묻자. 이유가 논리적이지 않으면 바로 치안대에 신고해야지. 깨어나길 기다리며 자백제를 만들었다. 찻잔에 자백제와 약차를 섞어 우렸더니 정신을 차린 침입자가 웃으면서 나를 보고 있었다. 소름이 돋아 프라이팬을 그에게 내밀며 경고했다.

 

“왜, 밤에 침입한 거야? 정당한 이유를 대지 않으면 바로 치안대에 신고할 거야.”

“…아아, 아까도 봤지만. 역시 기억하지 못하는군.”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얼른 대답해!”

“나한테 잡아먹힐래, 결혼할래?”

 


응? 방금 들은 말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프라이팬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큰 소리가 울리자 겨우 정신을 차렸는데도, 여전히 황당했다. 무단침입자가 결혼하자는 말을 했다. 아까 한 대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거겠지. 다시 때려볼까 싶어 프라이팬을 손에 쥐었다. 그러자 내 행동을 지켜보던 그가 송곳니를 드러냈다. 정수리 위로 솟은 늑대 귀까지. …한 번 본 사냥감은 놓치지 않는다는 그 늑대 수인이, 내 눈앞에 묶여있다.

 

묶인 상황에도 왜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하는지 어이가 없었는데, 이제야 이해가 간다. 조금만 힘을 주면 풀 수 있으니까. 눈물이 눈 앞을 가린다. 늑대 수인이 조수 면접을 보고, 밤에 집에 무단침입까지 했다. 내게 억하심정이라도 있는 건가? 억울하다. 상황이 반대되었다. 조금만 말실수를 해도 그에게 잡아먹히고 말 거다. 프라이팬을 품에 소중히 쥔 채 그에게 다시 물었다.

 

“왜, 왜…나랑 결혼하고 싶은데..요?”

“첫눈에 반했거든. 네가 기억하지 못 해도 상관없어. 같이 살다 보면, 떠오르게 될 테니까.”

“내가 결혼하지 않겠다면?”

“지금 잡아먹히는 거지. 송곳니에 물리고 싶은 거지? 살인은 참으려 했는데..”

 

그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는다. 공포심에 몸이 저절로 떨렸다. 눈물을 머금고 외쳤다. 살려면 결혼해야지. 무단침입자는 정말로 결혼하지 않으면 날 잡아먹을 거다.

 

“아아! 잠시만. 겨, 결혼만 하면- 되는 거지? 결혼 서약서에 사인해 줄게.”

“결혼식도 성대하게 해야지. 서약서에 서명만 하고 쫓아낼 생각은 아니겠지? 내-부인.”

 

내 부인이라고 말했다. 아직 연애도 안 해봤는데, 결혼이라니! 내 인생은 이제 끝이다. 눈앞에 묶인 늑대 수인과 결혼 생활은, 이제 시작이었다. 나중에 그와 사랑하며 지내는 나날들이 상상도 가지 않았다. 어느새 속박을 풀은 그가 언제 가져왔는지 모르는 결혼 서약서를 내밀었다. 이 서약서에 서명하면, 정말로 그와 법적으로 엮이게 된다. 이렇게 결혼해도 되는 걸까? 울면서 서명까지 마치자, 그가 흡족한 얼굴로 내 손등에 키스했다.

 

“이제부터 넌 내 반려야. 아, 일단 구청에 접수부터 하지. 아침에 바로 접수할게. 걱정하지 마, 결혼식은 내가 다 지불할테니. 넌 잘 먹고, 잘 자며 기다리면 돼. 늑대는 반려에게 충성하니까.”

“…….”

“울지 말고. 아. 자백제를 먹여도 똑같았을 거야 아일렛. …내일 아침에 다시 올게, 그때는 웃으며 반겨줘.”

 

충성하면 뭐해, 수틀리면 날 잡아먹을게 뻔한데..밤에 무단침입한 그는 올 때와 같이 창문으로 떠났다. 활짝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온다. 바람을 맞으며 나는 신께 빌었다. 아아. 신님, 제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처음 보는 사람과 결혼하게 만들어요.. 내 인생 책임지세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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