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

by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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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담당하는 요리실은 내가 원하면 아무도 못 들어오게 막을 수 있었다. 권력을 오랜만에 쓴 나는 피곤함을 이겨내며 만들고 있는 요리에 집중했다. 요리 스킬은 누가 보아도 뛰어난 요리사구나 할 정도로 올렸기에. 만든 작품을 먹기 좋게 포장하고, 그에게 달려갔다. 테실리드의 당황한 표정이 오늘 하루의 보상이다. 일단 아공간에 넣어놔야지. 공간 전이석을 깨트렸다.

오두막 앞으로 도착한 내가 문을 열자, 저녁을 만들던 테실리드가 반갑게 맞이한다.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는 테실리드는 세계관 최고 미남답게 잘생기고 예뻤다. 품 안에 안긴 내가 뺨에 버드키스를 해주자 환하게 웃는다.

“아이, 식사부터? 아니면 목욕부터?”

“와아. 테리 네가 그런 말 하니까 당장 목욕부터, 라고 말해야 될 거 같아.”

“농담이야 아이. 브로콜리 수프와 양배추 베이컨 말이를 준비했어. 얼른 앉아.”

밖에서 일하고 온 나를 위해 손수 요리까지 준비해주다니. 감동한 표정으로 올려보자 테실리드가 내 손에 식기를 쥐여준다. 열심히 먹고 포장한 초콜릿을 선물로 줘야지. 마침 배고팠기에 전투적으로 식사를 마쳤다. 설거지를 끝낸 테실리드가 소파에 앉자 테이블 위로 아공간에서 선물 상자를 꺼냈다. 테실리드가 이게 뭐냐고 눈으로 묻는다.

“초콜릿이야. 먹기 좋게 열 조각으로 만들었는데, 하나는 술이 들어갔어. 테리, 나랑 내기하지 않을래? 술이 들어간 초콜릿을 먹는 사람이 소원을 들어주는 거야.”

“아이. 내가 운이 나쁘다는 거 알고서 준비한 거지.”

“앗. 들켰다! 그치만 내가 먹을 수도 있잖아? 소원은 미리 생각해둬.”

“하아…알겠어, 먹으면 되지?”

 

초콜릿 조각을 손으로 집어 든 내가 입술로 앙 물고 웃자 테실리드가 얼굴을 슬쩍 붉혔다. 어떤 행동을 할지 아니까 붉히는 거지? 눈으로 대충 묻고는 그대로 테실리드의 입술에 초콜릿을 비볐다. 공격을 견디던 테실리드가 눈을 감으며 입술을 열었다. 입안으로 들어간 초콜릿은 뜨거운 숨결과 오고 가는 혀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녹아서 없어진다. 잠시 달짝지근한 키스 타임을 즐기고 입술을 뗐다.

 

“하아, 아쉽게도 나는 그냥 초콜릿이야. 다음은 테리, 너 차례인데. 나처럼 할 거야?”

“…처음부터 이런 속셈이었어?”

“응. 한 번은 이렇게 해보고 싶었어.”

 

테실리드가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의 미소를 따라 웃다, 저돌적으로 다가온 초콜릿에 입술을 앙 다물고 열지 않았다. 초콜릿이 떨어지려 하자 급한지 손이 목을 감싸온다. 숨결이 느껴질 정도까지 가까워지자 결국 입술을 살짝 열었다. 좁은 틈으로 초콜릿이 들어온다. 입술을 열지 않아서 화가 났는지 아까와는 다른 혀 놀림이다. 혀뿌리까지 핥고 놔주지 않는 테실리드가 숨이 부족하다며 어깨를 때리자 떨어졌다. 하아, 하아.. 숨을 몰아쉬며 째려보자 죄책감이 들었는지 미안하다며 이마에 짧은 키스를 뿌린다.

“읏. 테리, 이 방법은 너무 오래 걸린다.. 그치? 그냥 혼자서 먹자. 이게 좋겠어.”

“도망치는 거야, 아이?”

“그치만…좋지만 과해. 밤새 키스만 하면 어떡해. 잠도 자야지.”

 

논리적으로 말하는 내게 고개를 숙인 테실리드가 낮게 속삭인다.

'소원이 뭐길래. 이렇게까지 노력하는 거야, 아이? 궁금해. 말해줄 수 있어? 난 네 말이라면 전부 들어줄 수 있어.‘

 

전부 들어줄 수 있다는 말에 머뭇거리며 답하는 걸 미루자 초콜릿 조각을 입에 넣어준다. 입안을 맴도는 초콜릿의 단맛에 결국 입을 열어 그에게 고백했다. 부끄럽지만 이겨서라도 보고 싶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웅얼거렸다.

 

“성별 전환 물약 있잖아…네가 여자로 변하는 모습이 궁금해서. 안, 될까 테리?”

“……”

“그냥은 안 들어줄 것 같아서. 소원으로 보고 싶다 하면, 물약 마셔줄 것 같아서…”

“아이. 네가 보고 싶다 하면 당연히 들어줄 수 있어. 이런 방법을 안 써도…계략 안 써도 돼. 오히려 귀여워서, …키스해도 돼?”

 

뭐? 방금 뭐라고 했…우읍. 당혹함에 손을 내리자 욕망이 서린 얼굴로 다가온 테실리드가 두 볼을 붙잡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다치지 않도록 살짝 깨문 티가 났다. 눈웃음을 지으며 웃자 테실리드의 미간이 구겨졌다. 무언가 참는 표정을 짓던 그가 혀를 강하게 빨아오며 입을 맞췄다. 뜨거운 숨이 입안을 휘젓는다. 흥분한 기색이 가득 보여서 약한 목선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도발이 통했는지 테실리드가 더욱 몸을 붙여오며 입술을 놔주지 않았다. 견디다 못한 내가 입술을 콱 깨물어 피를 내서야 떨어졌다. 등이 가파르게 오르고 내렸다.

 

“…테리. 너, 너무 흥분했어.”

“네가 너무 귀여워서…어쩔 수 없었어. 물약은 보고 싶은 날 있으면 말해줘. 그때 마실게. 피곤하지? 목욕하러 갈까?”

“하아..그래, 목욕하러 가자. 밖에서 얌전히 기다려. 이건 멋대로 군 벌.”

“얌전히 기다릴게.”

 

잘못한 건 아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테실리드가 나를 안아들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품에서 떨어질까 두 손을 등 뒤로 옮겨 끌어안았다. 큼직한 손이 잘했다며 엉덩이를 토닥인다. 욕실에 도착하자 앞에 조심히 내려준 테실리드가 몇 걸음 물러섰다.

 

“여기서 기다릴게. 아이, 남편을 너무 기다리게 하면 슬퍼.”

“정말…못 말린다니까. 알겠으니까 앉아서 기다려. 금방 나올게.”

 

고개를 끄덕인 그가 손을 흔든다. 아까 격정적인 키스에 입술이 부풀어 올랐다. 나도 똑같이 부어있겠지 생각하니 웃음이 계속 나온다. 흥분을 참으며 보내준 테실리드를 위해서라도 얼른 씻고 나와야겠다. 칭찬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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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똑똑한 고양이

    너무… 달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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