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NT

[RotTMNT/마이키+라프&레오] 믿음으로 빚나니(샘플)

“알았으니까, 같이 가! 대신 1시 넘어서! 해가 쨍쨍할 때!!”

** 투비로그에서 글리프로 이전해옴

* 오컬트-터틀이라는 주제로 묶이는 단편집에 실릴 마이키+라프&레오 편의 샘플입니다. 실제 책에는 가필수정되어 실리게 됩니다.

* 구체적으로는 이전에 올린 마이키 디 오컬-터틀의 배경을 따르므로, 해당 편을 보시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 됩니다.

* 다른 나라 사정은 잘 모르기 때문에 실제와는 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테마는 퇴마록 세계편의 좀비() 및 크툴루적 공포...?인 것 같습니다.


매드독에게 부과된 임무는 기본적으로 가깝게는 뉴욕 멀게는 세계 곳곳의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굳이 과거형으로 쓰는 까닭은 별 게 아니다. 자경단 또는 치안유지대에 훨씬 가까운 성격의 그것도 어느 날을 기점으로 형태가 바뀌었으니까.

마이키에게 제령을 비롯한 오컬트적인 힘이 깨어난 것을 하마토 남매가 모두 알고 겪게 된 이후로 매드독의 임무가 악당과 맞서는 식의 물리적인 일에다 일종의 퇴마사 역할까지 단번에 확장됐다. 거기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은 오컬트와 호러를 맘껏 즐기는 에이프릴과, 친애하는 친구의 즐거움을 극단적인 방식으로 보조해버린 도나텔로였다. 단순히 도시 괴담에 관심을 가지고 그걸 규명․해결하려는 에이프릴에게 뭘 귀찮게 직접 조사까지 하고 있느냐며 제보 사이트를 만들어다 냅다 자기 채널을 비롯한 넷 상에 걸어버린(신뢰성 낮은 정보는 거르는 알고리즘까지 심었음은 물론이다) 도니의 혁신은 첨단 기술과 과학이 이만큼 발전해 과거의 무지를 밝힌 21세기라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어마무시한 양의 소문을 수집했다.

그 도나텔로 테크로 한 번 거르고 모인 자료는 이제 완연하게 쌍두체제가 된 매드독답게 라프와 레오의 손을 타서 임무 차트에 올랐다. 실제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는 건이라면 라프가 그걸 긴급한 사항이라고 여겨 밀어붙였고, 오컬트 관련에서 은근하게 미적거리는 편이었던 레오는 3할은 흥미 위주로 나머지 7할은 나름대로(한 마디로 직감인데) 조만간 위험해질 것 같은 건을 골라냈다.

출동 멤버에는 당연히 마이키 본인이 빠져서는 안 된다. 아주 초반에는 마이키가 거의 울다시피 하며 따라갈 때도 많았지만, 최소한 한 명 이상의 형누나들과 함께하며 몇 건을 해결한 시점부터는 혼자 그 차가운 친구들을 상대하는 것만 아니면, 그럭저럭 버티는 모양이었다.

…분명 그랬다. 레오가 이 안건을 들고 오기 전까지는.

“싫어! 무서워!!”

“아니, 미구엘. 들어봐. 너 지금까지 내 감이 틀린 거 본 적 있어?”

“없어, 없지만! 그렇지만!!”

이 생산성 없는 실갱이가 이어진 지 벌써 한 시간은 지났다. 라프는 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견디다 못해서 슬그머니 제 방에서 아령을 들고 와, 소일거리처럼 가볍게 운동이나 했다.

이번에 시간이 되는 건 저와 레오뿐이었다. 에이프릴이 있었으면 어떻게 됐을까도 싶다. 아니면 도니라도. 보통 세 치 혀로 사람을 낚아내는 걸 특기로 삼은 건 레오나르도가 맞기는 하나, 겁에 질린 사람을 잘 달래서 믿게 하는 것에는 은근히 소질이 없는 것도 같다. 그런 건 에이프릴이 잘했고, 도니는 과학 어찌구 하는 것으로 의외로 설득을 할 수 있는 편이었다.

‘하긴 막내한테 냅다 묘지를 가자고 하는 건 역시 무리일지도.’

레오가 감이 안 좋다며 콕 찝어낸 건수가 무엇인고 하니, 무연고자를 묻는 어느 공동묘지가 있는데 요근래 거기가 유독 스산하다는 거였다. 그 외에는 정말 어떤 이상한 것도 없어서, 도니는 대체 이건 왜 안 걸러지고 여기에 올라왔느냐며 울분을 토하면서 랩실에 처박혔고, 에이프릴은 이번 주 내내도록 학회 건으로 끌려 나가서 없었다. 혹시 몰라 안건을 메신저로 보냈는데 도니와 비슷한 반응을 돌려줬으니, 학회가 아니었더라도 오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어쨌거나 레오도 평소의 인내심 부족에 비하면 충분히 열심히 했기도 하고, 마이키도 더는 몰아붙이면 안 될 것 같아서 라프는 아령을 내려두며 동생들을 불렀다. 막내에게 소리 지르기는 싫은데 갑갑해서 죽겠다 싶은 레오와 간만에 찾아온 공포감에 뭐든 거절하게 닫혀있는 마이키의 시선이 단번에 제게로 쏠린다. 라프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서 말을 마저 이었다.

“마이키, 일단 하나만 물을게. 낮에 가는 것도 싫어?”

“싫어.”

“그래. 그러면 레오, 거기가 영 찜찜하다는 거지. 어쨌든?”

“응. 나 정말로 진지해, 라프. 알지…?”

잔뜩 얼어있어서 뭘 말하건 거절하리라 여겼던 마이키는 생각대로 답을 했고, 하도 촐랑거리며 가볍게 굴었던 시절에 제가 타박해왔던 걸 여전히 맘에 걸려 하는 건지 레오가 거의 애원 조로 굴었다. 예전부터 너를 믿지 않은 적이 없다고 말을 해도 도무지 믿질 않는가 보다. 어쨌거나 어차피 둘 다 저렇게 말할 거라곤 알았던지라, 라프는 아까 한 시간을 지켜보며 떠올렸던 안을 꺼냈다.

“그러면 마이키, 넌 충전 잘 된 트윙키 세 개? 여튼 있는 대로 줘. 레오하고 내가 확인하고 돌아올게. 할 수 있으면 해결까지 하고.”

“뭐? 둘만 갈 거야?!”

“가기 싫다는 걸 어떻게 끌고 가. 문제 있으면 레오가 잘 탈출할 수 있게 해주겠—아니, 레오 넌 또 무슨 표정이 그래?”

각각 다른 의미로 충격받은 표정을 짓고 있는 두 동생을 앞에 둔 라프는 괜히 목덜미를 만지작거렸다. 저는 냅다 행동하는 게 편한 사람이라는 걸 최근 유달리 느끼고 있었던 터라 설명과 설득으로 말을 자아내려고 하면 버벅대고 만다. 리더였던 시절은 정말 어떻게 했나 모를 정도로 말이다.

“저 정도면 절충안 아냐? 충전된 트윙키를 들고 가면 우리도 뭔가 이상을 감지할 수 있을 거고, 정말 위험하겠다 싶으면 포탈로 돌아오면 될 일이고. 안 그래? 그으리고, 레오? 저기요?”

“어? 어어, 듣고 있어. 라펠라!”

“예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널 믿어. 의심한 적 없다고. 알겠지? 굳이 나까지 설득할 필요는 없단 말이야. 네가 뭔가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면, 그게 맞겠지. 그러니까 우리끼리라도 가자고.”

막내는 제 선언에 뭔가 심각한 얼굴로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한 것 같아 우선은 내버려 두고, 약간 정신이 나간 듯한 레오에게 눈을 맞추고 또박또박 말했다. 맏이라는 이름으로 꿋꿋하게 버틴 저와 다르게 이 애는 등 뒤를 단단히 지탱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뭐든 잘 할 수 있으면서 이것저것 두려워하는 게 많아 늘 자기는 가벼운 깡통인 척 쉽게 손을 안 뻗는 동생 아니던가.

저의 지지 선언에 겨우 평정심과 함께 자신감도 되찾은 레오가 평소처럼 까불거리며 웃더니, 냅다 일부러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과장된 무대 인사를 흉내 내며 “그러면 소지품 챙기시고, 십 분 후 레오나르도 여행사에서 편안한 일정 모시겠습니다~”라고 외쳤다.

드디어 일정이 결정 났다고 판단한 레드와 블루가 트윙키를 빌리기 위해서 막내에게 몸을 돌렸고,

그대로 딱 멈추어 섰다.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서 분하고도 화가 난 표정을 짓고 있는 마이키가 잠시간 델리케이트 박사를 연상케 하는 사나움으로 떡 버티고 있던 탓이었다.

그러더니, 빼액 소리를 질렀다.

“알았으니까, 같이 가! 대신 1시 넘어서! 해가 쨍쨍할 때!!”

어느 날 봤던 동양의 금강신처럼 우뚝 선, 무서운 기세의 막내 앞에서 두 형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엔 없었더랬다. 


그렇게 라프, 레오 그리고 마이키 셋은 무연고자의 공동묘지를 찾았다. 자기가 어릴 적부터 쭉 무서워했던 그것들이 대체로 그런 이들의 부유령이었다는 걸 알게 된 마이키가 여기를 무서워하는 건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아마도 저와 레오 둘이서만 가겠다는 말에 오기를 부려서라도 따라온 게 아닐까 싶다. 유령에 대한 두려움과 형들이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중에서 전자를 택한 거겠지. 이 힘을 숨기고 있었던 무렵과 마찬가지로.

저도 그걸 알아챘을진대 머리 회전이 빠른 레오가 모를 리가 없어서, 블루는 굳이 그 부분을 찌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마이키의 손을 붙들고 콧노래까지 불러댔다.

“그건 묘지에서 하면 안 되지 않을까, 레오?”

“왜? 여기 누워있는 사람들도 흥겨운 걸 더 좋아하지 않겠어? 너무 깐깐하게 굴지 말라구, 빅 브라더.”

“그게 아니라, 아니, 됐어….”

라프는 무어라 더 말하려다가 관뒀다. 일부러 저렇게 눙치는 걸 아는데 타박하기도 뭣했다. 마이키는 여기 도착한 이래 한 마디도 없이 입을 꾹 다물고 바닥만 노려보고 있더랬다. 지금도 쥔 손의 마디가 뻣뻣하다. 빨리 해치우고 돌아가자. 안 그러면 애가 남아나질 않겠네. 완전 찬성. 큰형과 삼남은 눈짓으로만 서로 의견을 맞추고서 제각기 좌우를 나누어 살핀다. 여전히 황금색 필터가 낀 듯한, 마이키의 힘을 빌린 시야가 낯설었지만 그런 거에 우물쭈물할 때는 아니었다.

“어…?”

그런데 저만치 누군가 비척비척 걸어오는 게 보였다. 아까까진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보다는, 뮤턴트가 사람하고 마주쳐서 좋을 게 하나 없다는 오랜 경고에 힘입은 습관이 발동한 게 먼저였다. 라프가 손을 당겼고 마이키가 몇 발자국 끌려오면서 레오도 덩달아 이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뭔가 따로 말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껏 기가 죽어 있던 마이키도 잽싸게 발랄함을 가장했고, 거기에 레오가 장단을 맞춘다. 라프 역시 기꺼이 미친 짓에 동참한다. 묘비를 배경으로 가장행렬 컨셉 샷을 찍으러 온 것처럼. 이런 땐 뮤턴트인 걸 들키는 것보단 차라리 상식 없고 정신 나간 십 대 애들의 치기로 취급당하는 게 훨씬 낫다는 걸 아는 탓이다.

그 사람이 지척까지 왔을 적에 가장 먼저 이변을 눈치챈 건 레오였다. 한창 시시덕거리면서 핸드폰 카메라로 단체 셀카를 찍는 것처럼 굴던 그 애의 눈동자에 일순 차가운 빛이 달렸다. 그러더니 냅다 제 오다치를 꺼내다 문제의 사람에게 위협적으로 들이댄다. 다른 형제가 어떤 반응을 보이기도 전이었다.

“레, 레오? 어, 그, 죄송합니다. 선생님. 얘가 요즘 사무라이 영화에 심취해서요. 야야, 얼른 사과를―,”

“라-프. 그게 아냐. 이거 사람이 맞긴 해?”

“뭐?”

정중하게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던 라프는 레오의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에 고개를 퍼뜩 들었고 곧 제 등 뒤로 펄쩍 올라탄 막내의 무게를 느끼며 숨을 집어삼켰다.

각도 탓에 아까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그 사람의 좌반신에는 아래팔이 없었다. 팔꿈치부터 뚝 떨어져 나간 그것은 절단 사고 같은 이유로 오래전에 아문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겨우 얼마 전에 잘린 모양새다. 그러나 상처의 단면에서는 피 한 방울조차 비치지 않는다. 오히려 바싹 마른 육포를 떠올리게 만드는 칙칙한 빛깔을 하고 있다. 인지 영역을 벗어난 초월적인 공포가 등껍질 안쪽부터 오소소 차올랐다. 라프는 그 공포를 깨물고서 앞으로 나섰다. 오랜 버릇으로.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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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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