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NT

[RotTMNT/단문2개/4형제 위주] Lost and Found / Attack

이건 2044 타임라인이 잘못한 거임.

* 걍 장면만 쓰려고 했는데, 애매하게 늘어져서 드랍한 조각 둘.

* 전반적으로 문장이 러프합니다. 너른 맘으로 양해해주십사...

* 이제 한 컷의 장면을 쓸 수 없는 몸이 된 것 같음

* 각 글 캡션은 시작 전에 달도록 하겠습니다

* 오탈자 및 비문 수정은 시시때때로 이뤄질 수 있음.


* 이 트윗 같은 걸 보고싶었던 건데, 그다지 잘 되지는 않았습니다

* 슈레더 전 끝난 후로 시점을 잡긴 했는데, 어딘가 오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적당한 시공으로 봐주세요.

* 직접 나오진 않지만, 캐릭터 죽음 소재가 기반이라, 이 점 주의해주세요.

Lost and Found 

1.

악몽은 꿈의 안팎에 산재하고, 눈을 뜨나 감으나 깜깜한 지옥인 것은 매한가지다. 가끔은 단단한 등껍질이 으스러지는 소리나 헐떡이다 잦아드는 비명소리도 환청으로 들린다. 미켈란젤로, 우리의 막내, 저희를 묶고 유지하던 따스하고 말랑하던 오렌지. 그 애는 이제 없다.

마이키는 저희 중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고 말했지만(그렇기에 모두의 잘못이기도 했다. 이번만은 막내가 틀렸다), 무력화시켰다고 생각했던 빌런이 최후의 발악으로 날뛴 것은 사실이었다.

그 끔찍한 날 이후, 형제들은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실의에 빠진 대디와 에이프릴을 두고, 그들은 레어를 떠났다. 그 애의 흔적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곳에서 느끼는 부재는 너무나도 차가웠기에.

영웅 따위는 더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상실은 증오와 분노로 모습을 바꾸어 타올랐고, 마이키를 죽인 그 빌런은 그 자리에서 다진 고깃덩이가 됐다. 한때 벌레 형태의 뮤턴트를 동강 낸 줄 알고 겁먹었던 이들은 없다. 라파엘과 레오나르도는 분노와 증오로 눈이 돌아, 그 빌런이 속해있던 단체를 괴멸시켰고, 도나텔로는 새로 구축한 랩에 처박혀 타임머신, 혹은 시공간 도약머신―하여튼 그들의 막내를 다시 찾아올 길을 찾아 헤맸다.

어느 쪽이건 모두가 제정신은 아니었다. 온몸이 피로로 젖어 까무러치듯 기절해야 겨우 잠이 들었고, 그것도 오래 가지 않아 누군가는 비명을 지르며 깬다. 그러면 도미노처럼 남은 형제들도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일어나, 또 다른 형제를 잃지 않았음을 허겁지겁 확인하고선 쌕쌕 숨을 고른다.

 

2.

도나텔로가 해냈다. 타임머신은 소서러 수프림이 아니고서야 어렵겠다고 판단한 그들의 브레인은, 기어코 차원 도약기를 개발했다. 오래도록 피폐한 시간을 지속했던, 어둡게 가라앉은 면면에 아주 오랜만에 미소 비슷한 것이 걸렸다.

“가자.”

그리고 되찾자. 우리 막내를.

머신은 주위 몇 블록의 전력을 모조리 빨아먹고서 차원을 찢었고, 셋은 어쨌든 ‘미켈란젤로 하마토’를 데리고 오겠다는 일념 하나에 온정신을 팔았다. 그러니까, 막냇동생을 다른 차원의 저희에게서 탈취하겠다는 미친 계획을 실행했다는 뜻이다. 사실상 유괴나 다름없는 짓을.

 

3.

꽤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졌다. 회수가 덜 된 우즈키토로 인해 발생한 돌연변이 사고도, 그냥 여기 토박이 출신인 요괴의 사건도 없었다는 뜻이다. 하긴, 슈레더 같은 워낙 큰 사건들이 벌어졌었으니 그들도 한동안은 잠잠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갑자기, 도니가 강박적이라는 단어에 딱 어울리게 보안 시스템을 깔아뒀음에도, 누군가가 레어에 쳐들어왔을 때 바짝 긴장할 수밖엔 없었다. 강적일 것은 분명하다. 저희 형제의 보안을 몰래 뚫고 들어오려면 웬만한 수단으론 어려울 테니까.

“어어?”

“혹시 나 좀 꼬집어줄 거북이? 이거 꿈인가? 악, 마이키! 너무 세게 꼬집었어!”

“도플갱어? 아니, 아니, 잠깐 있어 봐. 그래서 생체패스를 통과한 건가?”

침입자들을 확인했을 때, 그들은 모두 당황했다. 라프는 말을 잊고 저희 미들즈와 저쪽의 미들즈를 계속 번갈아 쳐다봤고, 레오는 기어코 이게 꿈인가 하며 꼬집어 달랬다가 막냇동생의 악력에 잡혀 펄쩍 뛰었다. 도니는 지금 이 상황에서 뽑아낼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논리를 조립하며 애써 평정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썩 잘 되진 않았다.

그리고 막내. 여기서 문자 그대로 유일한 마이키가 의문을 담아 평소처럼 밝고 높은 목소리로 또 다른 형제들에게 묻는다.

“그으런데, 또 다른 형들? 이렇게 불러도 되겠지? 나는 없어?”

여느 때처럼 타인과 장벽이 낮은 막내는, 단순히 그들이 형제들과 똑같이 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벌써부터 저들을 외부인 취급하지 않았다. 해맑기까지 한 그 질문이 가뜩이나 햇빛이 들지 않아 차뜩한 이곳의 온도를 뚝 떨어뜨린다. 막내를 바라보는 침입자의 시선에 공격성보다는 모종의 광기를 읽어낸 형들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재빨리 막내를 등 뒤로 보낸다. 아니, 좀, 대화해보자니까? 제발, 마이키, 지금 말고! 하필 팝스는 오늘 자리를 비웠다. 맏이와 리더가 시선을 교환하고, 도니가 막내를 어떻게든 달래며 자꾸 밖으로 삐져나오려는 것을 막는다. 등 뒤의 칭얼거림을 듣다 말고, 라프가 냅다 호통을 쳤다.

“미켈란젤로, 거기 가만히 있어!”

힉, 당사자가 아닌 도니까지도 움찔할만한 박력에 막내가 주춤한다. 레오는 측면에서 언제라도 포탈을 열고 뛰쳐나갈 수 있게 집중하고 있다. 카나타 두 쌍의 손잡이부터 바깥으로 푸른 빛이 그려진다. 네 형제―정확히는 이제 칭얼거리기를 그만둔 막내를 제외한 셋은, 각자의 미스틱 웨폰을 움켜쥔 채 바짝 긴장했다. 왜냐면 저들이 제정신이 아님이 너무 분명해서. 까만 눈동자 안쪽에서는 빛 한 조각도 찾을 수 없고, 퍼석하게 가라앉은 얼굴은 밀랍을 굳힌 것 같이 표정이랄 게 없다. 무엇보다, 저희 막내에게 시선이 닿았을 때의 그―차마 무어라 정의 내리지 못할 절박함과 그 반작용으로 추정되는 광기가 번뜩였더랬다.

저쪽의 라파엘이 입을 연다. 버썩 마른 목소리다.

“마이키를 데리러 왔다. 내놔.”

“뭔, 내 동생이고 우리 동생이거든?”

“미안한데 번지수 잘못 찾은 거 같으니까 그냥 가라.”

“저건 또 뭔 소리람―야, 거기. 진짜로 ‘나’라면 증거나 내놓고 말하지 그래? 댈 근거도 없이 우기기야?”

등껍질 안쪽부터 슬금슬금 기어오르던 불안의 정체가 확고해졌다. 막내를 내놓으라니. 라프가 거의 척수반사적으로 외치고, 레오는 여전히 긴장을 놓지 못한 채로 빈정거렸으며, 도니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하는 막내를 더더욱 꽉 움켜쥔 채 저쪽에서 음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본인의 도플갱어에게 쏘아붙였다. 거뭇하게 죽은 눈이 천천히 시선을 맞추고, 도나텔로는 마치 시체와 맞닥뜨린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놀랍게도, 과학과 이성보다 앞서는 게 있거든. 몰랐다면 잘됐네. 이제부터 알게 될 거니까. 뭐든 알고 싶어 하는 게 도나텔로 아닌가.”

“있지, 라프, 돈. 내 인내심 이제 바닥났거든? 2년 만에 다시 봤다고.”

감정 없이 평탄하게 이어지는 침입자-도나텔로의 목소리를, 지나치게 날이 서서 째지는 느낌마저 나는 침입자-레오나르도가 끊더니,

포탈이 열린다. 삽식간이다. 그나마도 예비동작을 예의 주시 중이었던 레오가 아슬아슬하게 맞대응해냈다지만, 그게 전부다. 형제들은 급한 대로 마이키를 등 뒤에 놓고 원진을 짰다. 눈에 익을 뿐 아니라 실제로도 체화된 자신의 미스틱 파워가 들이닥친다. 형제들은 저마다 받아칠 태세를 갖췄다.

 

4.

상대의 기세가 워낙 사납다. 독기 어린 일격마다 레어 한 구석씩이 무너졌다. 와중에 마이키를 낚아채려는 건 분명해서, 막내는 싸우기보다도 도망치면서, 형들이 싸우는 지점마다 곡예를 부려가며 슬금슬금 침입자를 방해했다(물론 막내를 뺏길까 두려운 형들도 같이 빼액 비명을 질렀다).

저쪽 도니의 미스틱 파워가 산탄총을 소환해 갈기는 바람에, 황급히 포탈로 대충 날려버린 레오가 결국 분통을 터뜨렸다.

“미쳤나?! 야, 너네가 막내 잃은 걸 왜 엉뚱한 거북이한테 풀어?! 그러니까 늬들이 막내 잃은 거 아냐?”

맘만 먹으면 남을 세 치 혀로 난도질할 수 있는 삼남의 비꼼에는, 엄밀하게 말해 논리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지만 저들에게는 참 유효한 비수였던 모양이다. 덜그럭, 기계가 멈추듯이 세 명의 도플갱어 침입자가 동작을 멈췄다. 어, 이건 좋지 않은데. 공기가 찌릿찌릿해졌다. 형제 중 누군가 제대로 폭발하기 일보 직전의 그런 분위기였다.

그리고 곧, 그야말로 괴성. 언어를 포기하고 속을 파여 죽은 자의 단말마 같은 것을 내지르는 침입자들의 눈이 번들거린다. 공포로 오금이 저릿해졌다. 흐익, 형제들은 식겁하면서 파다닥 맏이의 등 뒤로 숨었다. 라프라고 별 수 있겠냐마는, 그래도 자칫하면 막내를 뺏기게 생겼는데 배짱이든 오기든 뭐든 부려야 했다.

 

5.

기어코, 미켈란젤로가 저쪽 레오의 손에 붙들렸다. 아까의 도발 이후 더 치열해진 미러 전에 발이 묶였던 탓이다. 포탈을 못 쓰게 계속 견제했어야 했는데! 도니가 짜증 섞인 비명을 내질렀고, ‘나’라면 당연히 그러려고 하겠지. 그걸 안 막으면 바보겠고. 저쪽의 도니가 그걸 비웃었다.  욕설을 섞어가며 머릿수 하나라도 많은 쪽의 이점을 살려 돌파하려고 해보지만 여의치 않다.

목표물을 붙잡은 저쪽 레오의 표정에 드디어 미소랄 게 떠올랐고, 여기 와서 처음으로 무척이나 다정하고 살가운 목소리를 낸다.

“가자, 막내야.”

“나, 나는 ‘내’ 형들이랑 떨어지고 싶지 않아. 놔 줘, 레오….”

마이키가 흐느껴 울며 고개를 내저었다. 갑자기 사방이 고요해진다. 다 이겼다는 듯이 의기양양했던 침입자 셋의 표정이 유리가 깨지듯 산산이 부서진다. 그들의 선명하던 색은 일순 다 타버린 재처럼 희게 변한 듯도 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서, 레오는 포탈을 열어 엉엉 우는 ‘우리’의 동생을 탈취했다. 레오에게서 도니에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라프에게까지 전달된 상자 거북은 형들을 꽉 끌어안은 채 훌쩍인다. 막내가 무사히 맏이의 품으로 옮겨진 것을 확인한 레오는 다시금 검을 고쳐 쥐고 한 글자씩 꾹꾹 눌러가며 을렀다.

“너희가 졌어. 포기해.”

 


* 그냥 맥락없이 44레오가 18레오 공격하는 게 보고싶었을 뿐. 근데 솔직히 44레오가 18레오 진짜 싫어할 거 같긴하단말이에요 일종의자기혐오로.

* 시계열은 어쨌든 더무비 해결 후.

* 쓰다보니 44레오 본인보다도, 44 타임라인에서 도니 죽었을 쯤의 마스터 레오나르도의 투사체 같은 게 되었는데요...그러려니 해주십사...

Attack

도나텔로의 ‘뉴욕-전역-감시-시스템’이 이상을 감지한 것은 해가 기우는 저녁이었다. 하늘이 조금씩 주홍으로 물드는 그 시각을 기점으로, 하필이면 스태튼 아일랜드 한복판에 중력장 이상 현상이 발생했는데, 아마 그건 높은 확률로 포탈 같은 게 열린 거라고 시스템이 설명했다. 잔여 크랭 좀비도 전부 쓸었고, 열쇠 역시 엄중히 보관 중인데 대체 왜 또 무슨 포탈이냐며 매드독은 반쯤 긴장한 채로 문제의 장소로 향했다.

다행스럽게도, 이상 현상이 뱉어낸 것은 단일 생명체 하나였던 모양이다. 도니의 충실한 시스템은 꾸준히 현상을 스캔하며 유사두뇌망-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도출한 가설을 뱉어냈고 그나마도 집단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면 다행이지 않으냐고 아주 조금이나마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이 시간선에서 매드독의 이름을 가지고 크랭 관련 이외의 일로 나서는 게 처음인 케이시만 여전히 다리를 달달 떨었을 뿐이다(잔여 크랭 소탕 작전에서는 누구보다도 멀쩡한 얼굴이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에이프릴과 케이시를 터틀탱크에 남겨놓고 가기로 했다. 뒤에서 천천히 따라오라고도 해두었다.

레이더에 잡힌 정체불명의 누군가는 인적 드문 곳에서 강 너머의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황금과 주홍을 적절하게 녹여 만든 노을을 배경으로. 실루엣만 설핏 보이는바, 호모 사피엔스 종이 아님은 틀림이 없었다. 애초에 등껍질이 있으니, 매드독 반 이상을 차지하는 뮤턴트일 터다. 오른쪽 팔은 그의 몸집에 비해 큰 것도 같고, 아무래도 의수로 추정된다. 키메라일 가능성도 열어야 한다고, 도니가 소곤거렸다. 적일지 아군일지, 알 수가 없으니 이런 때는 가벼운 말이라도 던져서 반응을 보는 게 나았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서, 레오가 입을 연다.

“헤이, 거기 길 잃은 사람?”

그 순간, 공이 울리듯이, 살의가 뻗는다. 낯선 이는 몸을 돌리고, 레오를 정확히 노려보더니, 팟, 포탈도 없이 근 50여 미터를 도약한다. 가히 경이로운 속도였다. 그는 그대로 검을 휘두른다. 레오나르도가 포탈을 열어 도망치는 것보다 빠른 속도여서, 형제들이 주변에서 저마다 비명을 지르며 무기를 고쳐 쥐고 덤볐다.

그사이에도 상대의 검은 몇 번이고 레오의 치명상을 노리려고 파고들었다. 그나마도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처음부터 공격해올 것을 감안하고서 포탈을 열 준비를 하고 있었던 터라, 레오는 어찌어찌 경동맥이며 껍질의 틈을 노리는 매서운 공세를 막아내고 있었다. 검과 검이 날을 맞대며 끼긱거린다. 너머에서 저를 쏘아보는 새까만 눈동자가 심연처럼 불타오르고 있다.

“대체 뭐가 문제―.”

“레오나르도 하마토, 죽어! 죽어버려!”

“으왓!”

“레오!”

잘 벼려졌던 공격이 분노로 침착성을 잃기 시작하며, 속도가 붙는 그때에 다른 형제들이 저마다 비명과 함께 각자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라프는 미스틱 파워로 끌어낸 투사체로 광기에 찬 검사와 레오 사이에 끼어들고, 도니는 반대로 제트팩까지 동원해 레오를 뒤로 잡아 뺐으며, 마이키는 상대의 검을 체인으로 감아 당겼다. 안전거리 확보와 이것저것 기타 등등. 방어 일변에 급급해 심장이 잔뜩 쪼그라들었던 삼남은 형제들의 끝내주는 팀워크로 안전지대에 들어오자 겨우 실실 웃었다. 넌 뭘 또 쪼개냐며 도니가 떠밀어 나동그라진 건 덤이다.

등 뒤에서 미들즈의 시시덕거림이 들리고, 우측 측면에서 마이키의 표정이 풀린 것으로 보아 블루 구조는 잘 끝냈다고 판단한 라프가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패기 있게 외쳤다.

“뭔진 몰라도 우리 가족을 건드리고서 멀쩡히 넘어갈 생각은 마!”

“라파엘, 도나텔로….”

상대의 실력을 이미 보았으니 겁은 났어도 기세 싸움에서 질 수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강한 척을 했지만, 놀랍게도 그 이방인은 라프와 그 뒤의 도니를 보고서 솜사탕이 물에 녹아버리듯이 털썩 무릎을 꿇고 울었다. 그래, 이제야 명확히 보인―저희의 레오나르도와 흡사한 얼굴이 잘 아는 표정으로 엉엉 울고 있다. 모두가 동작을 멈췄다. 도니는 급하게 분석기를 다시금 돌렸고, 팀의 빅맨은 동생과 똑 닮은 얼굴이 울고 있으니 반사적으로 손을 뻗다가 멈칫하기를 반복한다. 막내는 이제 더는 싸울 것 같지 않은 분위기에 슬금슬금 미스틱 파워를 풀고서 모두가 모여있는 데로 쫑쫑 다가온다.

요란스러운 싸움박질에 뒤늦게 탱크에서 달려온 에이프릴과 케이시가 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딱 그때쯤이다. 에이프릴이 무슨 일이었느냐고 묻기도 전에, 케이시가 어라, 하며 소리쳤다.

“사부님?”

“―케이시? 너, 뭐지, 왜 갑자기, 설마 농원에서 쓰는 성장촉진제를 네가 썼어? 내가 도니 랩에 있는 거 함부로 건드는 거 아니라고 그랬지!”

“맙소사, 실체도 아니야? 이게 말이 되나? 아니지, 이미 일어난 현상이야, 쉘든, 저 작자 다시 스캔해!”

“뭐? 그럼 유령이야? 도니! 나 당장 내 청소기 가지고 오게 해줘!”

“어, 자, 누구 이 난장판 좀 교통정리 해주실 분?”

뭔가 서로 아귀가 안 맞는 말들이 우수수 튀어나오는 통에, 결국 레오가 한숨을 쉬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지금 이 ‘레오나르도 하마토’는 케이시가 시간을 넘어오기 약 3년 전 시점에서 여기로 투사된 시간의 편린이라고 했다. 그것치고는 기억이나 의식도 뚜렷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쉘든의 스캐너까지 이중 삼중으로 분석을 끝낸 도나텔로가 무슨 발음하기 복잡한 단어 몇 개를 꺼내 들면서 화상 데이터를 홀로그램으로 띄웠다.

“자, 시간을 넘어서 본체 그대로 건너온 케이시가 이렇고, 이―미래의 울보는 이래. 딱 봐도 다르잖아.”

“그러네….”

미래의 울보로 지칭된, 마스터 레오나르도는 라프의 한쪽 팔을 붙든 채 아직도 질질 짜고 있다. 아까 다른 쪽 팔로 도나텔로를 붙잡으려고 했다가, 기계 팔에 툭 밀렸는데 그때부터 계속 저러고 있더랬다. 당연히 나이는 더 들었어도 여전히 동생의 얼굴을 한 마스터 씨의 울고불고를 맏이는 차마 떼어내질 못했고, 바로 그 점이 부루퉁해져 레오는 라프의 다른 팔을 자기가 끌어안고 있다. 때때로 두 레오가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는 있지만, 처음에 비하면 충분히 평화롭다.

마스터 레오의 오타치를 구경하던 마이키가 문득 묻는다.

“검에 매단 이 천은 뭐야?”

꽤 천진한 목소리에 미래의 레오가 한순간 무언가에 꿰뚫린 것처럼 퍼들 떨다가, 고개를 숙였다. 케이시는 마스터 레오나르도가 이런 식으로 울고 무너지는 걸 정말로 처음 본 터라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본인이 나고 자란 시간 선에서 이끔이였던 그들에게 대답하던 버릇으로 어물어물 입을 열었다.

“끝까지 함께하려고, 그렇다고 했어요. 빨간 건 라프, 보라색은 도니. …사부님이 온 시간대라면, 그땐, 그, 도니가 떠난 지 얼마 안 됐을 거예요.”

“―나흘 전이야. 배틀쉘 덕에 등껍질은 어떻게 회수하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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