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NT

[RotTMNT/올캐릭터] Grab a Slice

피자타임 "한 조각 먹어봐"

* 투비로그->펜슬로 이주하며 그대로 재업

* 더 무비 끄트머리부터 피자타임까지를 대대적으로 날조. 그렇지만, 2044미래레오가 그랩 어 슬라이스라고 한 게 맨끝의 피자타임을 말하는 걸 알았는데 안 쓸 수는 없었어요.

* 일부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싶은 건 엔간해선 다 지극히 개인적인 설정

* 원래 이걸 쓰려던 게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어버렸습니다. 슴슴한 맛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오탈자와 비문은...뭐, 미래의 제가 고치겠죠...


강제로 찢어 젖힌 포탈 너머에서 형제를 끄집어내 구해냈다는 사실 하나로, 모든 긴장을 풀어버린 넷은 힘껏 끌어안고서 그대로 방전되듯이 벌렁 넘어갔다. 숨을 고르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들어찼던 아드레날린이 빠지고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도나텔로가 “아!”라고 외마디 소리를 냈다.

“케이시, 그 미래 소년은 사라지나?”

의문 하나를 던지고서 그 뒤로 줄줄이 시간여행의 역설이니, 다중평행우주라느니, 비선형적 시간 구조가 어찌고저찌고…. 세 형제가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가 시간time 하나 정도인 과학-기관총-토크가 줄줄이 이어졌다. 시간 여행자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주제에 관련 지식은 빠삭했던 모양이다.

“도니, 디! 제발, 짧게, 알아들을 수 있게!”

벙 쪄버린 라프나 마이키 대신, 견디다 못한 레오가 빽 소리를 지르고서야 도나텔로가 입을 다물고 정확히 삼 초 후에 정리요약본을 던졌다.

“걔가 온 미래가 바뀌었다면, 그 녀석 사라졌을 수도 있어.”

“뭐? 안돼! 아직 피자도 같이 못 먹었는데!”

내용을 듣기가 무섭게 미켈란젤로가 양손을 뺨에 대고 비명을 질렀다. 요점이 많이 빗나간 걱정일지언정, 이 피자매니아는 심문 아닌 심문 때부터 무슨 피자를 좋아하느냐며 배달 어플에 손을 얹고 있었으니 당연한 반응이기도 했고, 다 같이 좋아하는 걸 먹는 시간을 사랑하는 마이키다운 행동이었으니 형제 모두 거기에 태클을 걸진 않았다(무엇보다 한 건 크게 해결한 후에 먹는 피자는 각별하니까). 막내가 허둥지둥 어쩔 줄을 몰라 하는데, 갑자기 통신이 켜졌다. 에이프릴이다.

― 다들 괜찮아? 레오는? 아까 뭔가 소리 나더니 그대로 끊겼다고! 뭐가 됐든 우리한테도 말은 해줘야 할 거 아냐!

아, 하긴. 비늘 한 개의 가능성에 걸고 외줄타기를 하느라, 다른 조로 움직이던 에이프릴 네를 생각을 못 했었다. 마이키가 포탈을 열었고, 거기서 저희 형제들이 힘을 합쳐 레오를 끄집어내고 그 빌어먹을 크랭의 보스를 밀어내고 문을 닫았다고 짧게 설명하자, 매드독 유일한 인간 대표의 목소리보다 한 발자국 먼 데서 환희의 비명이 들렸다. 케이시였다. 아빠의 안도에 차서 축 늘어진 목소리도 들렸다. 그러니까, 정말, 문자 그대로 모두가 무사한 거다.

― 아, 맙소사! 감사합니다! 레오나르도 사부가 무사하다니!

손끝 발끝에 저릿하게 남았던 긴장은 그것으로 완전히 흩어졌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와 허섭한 잡담이 이어지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통신기 너머의 케이시가 질문을 해왔다.

― 그런데 질문이 있어요. 그, 제 시간대의 사부가 다 해결하면 “Grab a slice”하라고 했는데, 무슨, 음, 의식 같은 건가요? 제가 아는 슬라이스는 썰어버리는 것밖엔 없는데….

그 우물거리는 질문에 형제들은 제각기 면면을 보며 눈을 깜빡이다가 서로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오, 그래. 미래에서 온 내 제자. 그런 게 있지. 마이키, 준비해. 레오 아웃.”

“이예이~. 케이시, 피자 타임. 기대하라구!”

“여기 말고 자리 잡아야겠는데.”

“네네, 장소는 물색 중이라고. 쟤 인생 첫 피자? 절대 죽여주는 풍경을 보면서 먹게 해줄 테다.”

케이시 입장에선 꽤 뜬금없는, 심지어 듣도 보도 못한 단어가 튀어나오는 통에 에이프릴이 어물어물 설명하는 소리를 끝으로 레오가 통신을 끊었다.

물론 이날의 시도는 불발로 끝났다. 뉴욕은 문자 그대로 초토화가 됐고, 그건 인간들의 거리뿐만 아니라 그 아래, 요괴들의 히든 시티까지도 포함됐다. 그 어떤 가게에서도 피자를 배달은커녕 방문포장도 안 된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덕택에 후에소와 카피탄 피엘 형제가 무사하다는 소식은 빠르게 알았다), 모든-일이-잘끝났음-피자타임은 도시의 복구가 이뤄진 후로 미뤄졌다.

도시는 도시대로, 히든 시티는 히든 시티대로 구멍 난 곳을 메우고, 건물을 보수 개축하고, 도로를 닦았다. 그렇게 사람들은 서서히 일상을 되찾았다.

 

그리하여, 오늘, 적당한 햇빛과 약간의 구름만이 있는 좋은 날씨 속에서 미뤄졌던 피자타임이 감행됐다. 낮이 아니라 노을 지는 저녁 시간이 된 것은 전적으로 드랙섬―영양사 베리 씨 덕이었다. 너네 환자식에서 벗어난 지 얼마나 된 줄 아느냐고, 아침부터 그 미친 칼로리 폭탄을 먹을 생각이냐고 점심 아니면 저녁으로 고르라고 닦달한 그 역시 저희처럼 막 병석을 털고 일어난 터였다. 드랙섬은 크랭 전 당시 하필 학교에 일이 있었고 거기를 지키느라 매드 독들과는 연락 자체가 되지 않았었다. 한참 나중에서야, 스플린터와 미켈란젤로 각각에게 소식이 들어갔다.

정말로 지하기지가 내도록 병원을 대신하는 나날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케이시는 과연 미래의 아포칼립스 출신답게 이것저것 응급처치라거나 치료에 꽤 빠삭했고, 도나텔로와 이리저리 손발을 맞춰가며 가족들을 돌봤다. 급식실의 엄격한 베리 씨는 여기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어, 그들은 썩 맛은 없지만, 영양균형은 훌륭한 환자식을 꾸역꾸역 먹었는데, 겨우 이것에도 케이시는 무척이나 감격했더랬다. 그 반응에 “대체 뭘 먹고 살아온 거야?”라는 레오가 묻자, 케이시가 그럭저럭 이름도 붙지 않은 음식들을 읊었고, 질문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경악했다. 최고로 분개한 사람은 역시 드랙섬 남작이었는데, 사유는 그런-허접한-것은-음식이라고-불릴-수-없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그러니 하마토 가의 사형제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는 말 안 해도 알 거다.

어느 빌딩의 옥상에 그렇게 케이시와 나머지 매드 독이 모였다. 에이프릴에게 무슨 설명을 들은 건지 모르겠지만, 열 몇 살의 평생을 풀뿌리나 쥐 고기 따위를 먹어온 십 대 소년은 대체 ‘피자’가 뭔데 이러느냐는 회의적인 반응으로 어기적어기적 그들을 따라 올라갔다. 지금까지 먹어온 식사 그 이상의 것은 없을 거라는 태도였고, 그는 오히려 탁 트인 하늘과 주홍빛으로 물든 하늘과 하구가 더 인상적인 듯했다.

“그래서 이게 ‘grab a slice’라고요? 모르겠는데.”

“일단 먹어봐~.”

약간 망설이는 기색이 있던 케이시는 마이키의 권유에 피자 한 조각을 베어 문다. 그리고, 그들이 기대하던 반응이 나온다.

“쥐고기랑은 비교도 안 되잖아!”

아, 얘의 최상급 표현이 저것뿐이라는 게, 언젠가 다른 것들도 먹여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먹성 좋은 십 대가 다섯이 있으니, 피자박스의 수도 열은 너끈하게 넘어간다. 사실, 시킬 수 있는 모든 맛의 피자를 다 시켜버린 것이기도 했다. 이것도 맛있고, 저것도 맛있다고 환호하는 케이시와 옆에서 신나게 박수갈채를 치는 막내까지. 모든 게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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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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