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TMNT/PB&J위주 상승형제] Mikey the OcculT-urtle
내 막냇동생이 오컬트-터틀이라니.
** 투비로그에서 이사온 글. 이하는 원본 그대로입니다.
* 해당 글을 기반으로 하마토 남매 회지 <오컬터틀>이 나왔습니다. 재고 있으니 편히 문의 주세요
* 오컬트-터틀이라는 주제로 김트라볼타님, 웨이님과 함께하는 같은 주제로 글쓰기였습니다!
- 트라님 편은 이쪽!
* 딱히 퇴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만... 때때로 수정될 수도 있음.
* 배경은 우선 시즌2 피날레 이후 무비 시작 전으로 잡았습니다(케이시까지 끼우면 너무 복잡해져서 그만...)
* 아래 툿타래가 발상의 근간(보이저는 짱이야. 8천자까지 되니까 이게 하나에 다 들어가네)
* 이 오컬-터틀, 묘하게 동양(혹은 한국)풍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퇴마록 독자라 그렇습니다(그렇다고해서 제가 환빠는 아닙니다...믿어주세요, 제발)
* 여러 면에서 개인적인 설정이 많이 가미되어있습니다. 원작 내에 나오지 않았거나, 공인되지 않은 설정이 있다면 전부 저의 팬피셜입니다.
미켈란젤로 하마토는 유령을 본다. 아주 어릴 적부터 그랬다. 이 하수도에 살고 있을 적부터, 마이키는 늘상 하수도 위의 ‘사람’들을 보았지만 다른 가족들은 이곳엔 저희만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눈치껏 그 한없이 차갑고 무서운 것들을 못 본 척했다.
나중에, 저희의 삶에 에이프릴이 들어오고서야 그것들을 지칭하는 단어를 알았다. 유령Ghost. 어디로 가지 못하고 이 땅에 매인 죽은 자. 그리고 못 본 척하는 것이 정답이었다는 것도.
마이키는 유령이 무서웠다. 둘째 형처럼 따박따박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가 느끼기에 그들은 아주 차가웠고 냉랭했다. 그건 공포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는 온도와 냄새를 가지고 돌아다닌다. 하수도 주변을 철벅철벅 걷는 그들을 볼 때마다 마이키는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는 양 콧노래를 흥얼거리거나, 아예 형들이 있는 데로 내달렸다.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닌 한에야 형들의 방은 열려있었고, 묘하게 겁에 질려 달려온 막내에게 따뜻했다. 포근한 애정의 냄새를 한껏 들이키면 두방망이질 치던 심장은 곧 평소의 리듬을 되찾는다.
좀 더 머리가 굵은 다음에야, 마이키는 자신이 왜 그들을 무서워하는지 알았다. 그들에게선 일말의 애정도 맡을 수 없어서였다. 그 정말 싫은 맨티스조차 자신의 반려묘에게는 기꺼이 마음을 나눈다. 다른 예를 들어볼까? 배리 대디, 그러니까, 한때 드랙섬 남작으로 불렸던 무서운 요괴도 자신의 동족을 소중히 여겼다. 저희와 적대하던 그 시절에도 말이다(그리고 마이키가 느끼기론, 그는 루 짓수를 사랑한다!). 지금은 당연히 가족의 일원이며, 조금 독특한 애정 표현 방식을 가진 대디이다. 뭐, 표현의 방식이 특이하기로는 도나텔로 덕에 모두가 익숙했으므로 저희 가족은 아주 많이 다채로운 방식으로 마음을 나누고 있다고 보면 된다.
다른 색깔, 다른 냄새, 그렇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가 따뜻한 온도. 그러므로 살아있는 누구나 사랑을 한다. 애정을 누린다. 마음을 나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지 않다. 무취의 마음을 가진 그들은 보통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거나 누군가를 원망하며 불타고 있다. 그런 점이 유령을 주피터 짐에 나오는 외계인보다도 더더욱 이질적인 존재라고 인지하게 했고, 마이키는 그 앞에서 무력했었다.
과거형인 이유가 있다. 미켈란젤로는 이제 그 유령에게 대항할 힘이 있으니까. 그의 미스틱 웨폰과는 별개로, 제 안에서 움튼 어떤 오컬트적인 힘이. 그게 있으면 강철처럼 차가운 냄새를 풍기는 그들을 어딘가로 보낼 수 있고, 한번 그렇게 쫓아내면 그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직접 몸이 닿아야 했지만, 점점 능숙해져서 이제는 굳이 손을 대지 않고도 저의 미스틱 웨폰의 사정 범위에만 있으면 유령을 내쫓을 수가 있었다. 여기서 더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는데, 끽해야 사흘 정도이긴 하지만, 마이키는 자신이 일종의 안티-유령-실드-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에이프릴이 가져왔던 동양에서 만든 오컬트 B급 영화에선 결계라고 부르는 모양이던데,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가족들이 유령을 못 볼지라도 영향을 받는 건 종종 있었으므로(특히나 레오), 마이키는 기꺼운 마음으로 하수도 아래 레어를 빙 돌며 커다란 황금색 원을 긋고 돌아오곤 했다.
마이키가 최근 이상한 행동 패턴을 보인다, 고 도나텔로는 생각한다. 아니, 그야, 저희 형제 중 가장 이상한weird 행동을 하는 건 단연코 막내이긴 하다. 마음이 가는 대로 행하는 우리 가족의 예술가, 자유로운 영혼의 오렌지 마시멜로. 그게 미켈란젤로 하마토니까. 그러니까 지금 제가 느끼는 이상함이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어떠한 규칙적인 행동을 반복함으로 정의할 수 있었고, 원래부터 규칙성과는 아주 많이 거리가 먼 막내를 알고 있기에 그는 의심한다.
‘또 이상한 놈 교화 프로그램을 하는 거라면, 레오나 라프를 같이 데려가서 떼어놔야겠어. 두 번은 안 돼, 두 번은.’
가장 최근에 마이키가 보였던 ‘규칙적인 일과’는 다름 아닌 드랙섬 남작 교화 작전이었다. 주당 한 번 꼴로 나가서 뭘 하나 했더니, 닥터-포지티브의-상담-시간을 가졌다는 걸 알았을 때 얼마나 뒷골이 당겼는가. 도니는 그때 가족들에게 심어둔 위치추적기에 Z축을 구분 짓는 알고리즘을 추가해야 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X-Y 좌표가 에이프릴 네여서 신경 쓰지 않았던 안이함은 당연히 고칠 수 있다. 고칠 거고. 지금도 작업 중이다. 그러니까 지금 가장 최우선으로 해결할 일이라면, 막내의 저 이상한 외출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것. 도니는 마이키가 이번 주에 꽂힌 음악을 흥얼거리며 나가는 것을 CCTV로 확인하고선, 슬그머니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도나텔로는 맥이 빠졌다. 마이키는 정말 문자 그대로 하수도 레어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원을 그리며 한 바퀴 돌았을 뿐, 누군가와 연락을 취하지도, 숨겨진 장소에 놓인 쪽지 따위를 가져오지도 않았고, 정말 그냥 산책을 했다. 그림자 속에 은밀하게 숨어 움직이기-짓수 따위도 쓰지 않고 정직하게 자박자박 발소리를 내며 걷기.
‘아니, 잠깐만 있어 봐.’
그냥 돌아갈까, 싶던 찰나에 천재적인 두뇌에 번뜩,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지금 마이키가 크게 뱅 돈 이 원은, 그가 은신처 방위 시스템을 설치한 반경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리고 그는 단 한 번도 보안 시스템의 설치 위치와 범위를 가족들에게 공개한 적이 없다. 이게 단순히 우연인가? 경우의 수가 빠르게 가지를 뻗었다.
첫째, 우연이다. 이 경우, 도나텔로는 얌전히 랩으로 돌아가 Z축 알고리즘을 마저 손보면 된다. 둘째, 우연이 아니다. 그렇다면 심각한 일이다. 코드 블랙. 여기서, 경우의 수 세분화. 보안이 깨졌다는 제1의 가설은 떠오르자마자 폐기된다. 한때 팀 퍼플 드래곤에게 보안을 돌파당했던 도나텔로는 그 이래 자체적 파이어월과 암호 프로토콜 개발에 힘썼고(그러니 그 자식들이 비겁하게 퍼플 게임을 들고 왔지!), 특히 가족 전원의 안위를 책임질 보안-방범-시스템 개발은 설계도조차 혈액을 사용한 생체인증까지 동원해서 옥타-잠금을 걸었다. 이걸 깰 놈은 없다. 절대로, 결단코, 미래의 도나텔로가 쟁취할 우라늄 전량을 걸고서 맹세한다.
자, 그렇다면 제2의 가설 : 저게 마이키의 모습을 한 가짜인가? 만약 이 가설이 참이라면, 지금 며칠 동안 가짜와 한 지붕 아래에서 생활한 거지? 진짜 막내는 어디에 있고? 패닉에 빠지려다 말고 도니는 심호흡을 한 번 내쉬고 테크 패널을 열어, 위치추적 일람을 켰다. 로딩 완료. 미켈란젤로-오렌지 폰의 위치는 제 앞에 있는 저 애가 맞는다. 속으로 안도의 숨을 뱉었다. 제2 가설 폐기. 그렇다면 남은 가설이라 함은―,
도나텔로의 표정이 급격히 일그러졌다. 최대한 의식의 수면 위로 올리고 싶지 않은 가설이지만, 원래 불가능한 것을 제외하면 남은 것이 진실이랬다. 생각은 진행된다.
가설 3 : 마이키의 유령 친구가 알려줬다.
떠올리고서도 한숨만 나왔다. 이런 비과학적인 단어를 조합해서 가설을 세워야 한다니. 그런데 뭐 어쩌겠나, 제가 왜 보안 시스템에 그렇게 열을 올렸겠나. 사용자의 숙면을 도우면서도 외부 위험요인을 제거해주는 침대는 또 어떻고? 모두 하나의 외부적 맥락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그의 막내는 꽤 어릴 때부터, 그러니까 제가 에이프릴을 통해 외부에서 서적을 들여와 그걸 기반으로 뭔가 뚝딱뚝딱 만들기 시작했던 것보다 이전에, 곧잘 밖에서 누군가 낯선 사람을 보고서 도망쳐오곤 했다. 그렇지만 도나텔로가 알기로 그 당시 이 하수도는 뉴욕에서도 방치된 곳이었고, 팝스는 우리가 어릴 적엔 꽤 열심히 순찰했으니 낯선 이가 왔다면 뭔가 티가 났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내는 때때로 라프나 레오, 혹은 제가 있는 방에 불쑥 뛰어 들어와 포옹을 요청했다. 저는 상태에 따라서 거절하기도 했지만(형으로서의 명예를 지키고자 보충하면, 그런 때는 그의 미니가든에 입장하는 것을 허가해줬다. 이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마이키를 마주 안았을 때 배갑을 타고 오는 진동과 뛰어온 것치고 식어있는 피부 온도에 늘 의문을 가졌다. 그래서 이 가족의 유일한 개발자이고 공학자이며 과학자는 막냇동생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에 열과 성을 다했다. 뭐, 애초에 그게 성미에 맞아서 그렇지만, 내적 동기를 제외하면 막내가 유일한 외부요인이라는 점에선 두드러진다.
어쨌든 그리고서 내렸던 결론이다. 마이키가 겁에 질려 뛰기 시작한 자리에는 그 어떤 생물학적-마법적 존재도 없었고, 유기물은커녕 무기물조차 없었다. 남는 것은 유령이다. 입증된 적이 없어서 아직 부정도 못 하는 그 애매모호한 존재 말이다!
상당히 회의적인 주제에 때때로 540도 돌아 진취적으로 굴 때가 있는 도나텔로는 곧 마음을 바꿔 먹었다. 어쩌면 이번 기회에 ‘유령의 존재에 대한 논쟁을 종결시킨 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될지 또 누가 아나.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0건의 데이터에 자연수를 카운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김에 뭐라도 명확히 해서 마이키의 유령 공포증이 나아진다면 더 좋은 거 아닌가. 도니는 곧 제 발소리를 숨기지 않고 막내에게 걸어갔다.
“마이클, 거기서 뭐 해.”
“안녕, 도니~. 음, 산책?”
드물게도 막내가 레오와 비슷한 방식으로 회피를 시도했다. 더는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도니는 그냥 직구를 던지기로 맘먹었다. 마이키가 레오보다 훨씬 나은 점이라면, 그 애는 직구로 던진 것을 받으면 솔직하게 돌려준다. 그의 동갑내기 손아래 형제는 그랬다간 포탈을 타고 도망쳐버릴 테지만 말이다.
“네 산책 루트는 여기가 아닌 거 알아. 그래서, 유령?”
마이키는 둘째의 입에서 유령 따위의 말이 나올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는지, 둥근 눈을 더더욱 동그랗게 떴다. 몇 번 깜빡이던 눈이 곧 호선을 그리고, 가볍게 혀를 빼물어 웃었다.
“어떻게 알았어?”
“아, 진짜냐. 진짜로 가설 3이 맞는 거냐고….”
“엥? 찍은 거야?”
잠깐의 가벼운 투닥거림이 오가다가, 어차피 인정해버린 김이라며 막내는 자신의 새로운 힘에 관해서 설명했다. 원래 유령을 보기는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들을 어디로 보낼 수 있고, 이런 식으로 일종의 안티-고스트-존을 만들 수도 있어서, 방금 말한 특별한 산책을 종종 한다. 구체적이고 정연하기보다는 감각적이고 자유로운 마이키의 서술을 도니는 제 나름대로 재배치해서 두뇌에 입력한다. 해놓고 봐도 여전히 막막하다. 내 막냇동생이 오컬트-터틀이라니. 시작 지점과 끝 지점만 있는 블랙박스라니! 그나마 여기서 긍정적인 점이란, 주관적인 증언 하나뿐이지만, 유령의 존재는 긍정된다는 답을 얻었다는 것이다. 막내가 장난기가 많긴 해도, 레오나 라프한테 놀려먹을 소재를 저한테 써먹지는 않을 것이므로, 미켈란젤로의 증언은 당연히 참인 것을 대전제로 한다.
“그래, 네가 지금까지 본 하수구 속 사람이라는 게 유령인 건 알겠어. 아마 노숙자겠지. 하수도에 빠져서 많이 죽으니까. 그래서 그것들이 무서워서 매번 이런 안티-배리어를 치는 거야?”
“헉, 도니, 믿어주는 거야?”
“안젤로, 네 착각을 하나 정정해주자면, 나는 유령을 긍정도 부정도 한 적이 없어. 레오 그 녀석은 자기가 보기 싫으면 다 없다고 떠벌리는 녀석이고, 라프는 그걸 팰 수 있는지 없는지나 신경 쓰겠지만, 원래 ‘아직 증명된 적 없음’의 영역에 있는 것에는 함부로 말을 얹지 않는 것이 과학자의 미덕이란다. 그리고, 이제 네가 그게 있다고 증언했고, 그럼 나는 당연히 그것의 존재를 긍정해야지.”
비록 그 기작에 대해선 여전히 불분명해서 그냥 기각하고 싶지만. 도니는 자기를 믿어줬다는 이유로 별바다를 담은 눈을 하고서 저를 쳐다보는 막내를 위해 뒷말을 삼켰다.
“와! 믿어줘서 기뻐! 완전 고마워!”
“그래, 사회적 관례에 따라서, ‘천만에’. 그러니까 이제 내 질문에 대한 답이나 해줬으면 좋겠는데.”
“아, 그거―,”
이제서야 마이키는 자신의 질문에 집중해서 제대로 답을 해줬다. 본인이 무서워하는 걸 쫓아낼 요량으로 그러는가 했더니, 꽤 의외로운 답이 돌아왔다. 레오 때문이란다. 이 하수도의 차가운 냄새를 지닌 그들이 레오한테 꽤 잘 꼬인다고. 불면 이슈가 있는 그의 형제가 피로 누적으로 뻗지 않았다면 높은 확률로 가위에 눌려 깨었다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도나텔로는 곧 마이키가 이 신비로운 산책을 시작했다던 시기와 그 데이터를 맞춰보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그런 식으로 잠에서 깨는 건 줄어들었다는 통계적 결론이 있다. 유령의 존재를 긍정할 또 다른 증거가 수집됐다. 직접 증명은 아니고 간접 증명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막내의 조잘거림은 계속된다.
“라프도 걱정이 많은 편이니까, 가끔 그것들이 어깨에 타더라고. 근데 큰형은 잡생각 나면 바로 운동하러 가잖아? 데드리프트는 죽은 자도 같이 날리는 모양이더라구. 휭~하고 사라져. 난 그걸로도 안 떠나는 애들이 있으면 치워줬어.”
마이키가 본 그것들은 부정적인 감정에 꼬여오나 보다. 도니는 마음속 메모장에 해당 내용을 적어놓고서 덜컥 멈칫했다. 객관적으로 봐도 머리를 안 쓰는 맏이에게마저 저것들이 꼬이는데, 온갖 확률을 놓고 부정적인 시나리오 몇 개까지 품에 넣고 사는 제게는 마이키가 설명한 저것들이 얼마나 꼬였을까. 갑자기 뒤꿈치부터 소름이 오소소 돋아서 도니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 도니한테 꼬인 건 한 번도 못 봤어.”
“뭐? 어떻게?”
“도니가든 있잖아. 그게 끝내주는 안티-고스트-필드더라구! 내 눈으로 보면 보라색으로 반짝반짝 빛나는데, 걔들이 왔다 싶으면 끝내주는 불꽃놀이를 해. 그래서 그 귀여운 초록이들이 도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주 잘 알지~. 아까 이야기한 악령도 미니가든한텐 꼼짝도 못 했어. 처리하는 데에 오래 걸렸지만. 아, 나 그거 스코어북도 있는데 보여줄까?”
“아니, 그, 됐어. 괜찮아. 정말로.”
그 이후로 도나텔로는 마이키의 이 특별한 산책에 곧잘 동행하곤 했다. 마이키가 어딘가 혼자 나간다 싶으면, 먼저 라인을 날린다. 안젤로, “특별한” 산책? 놉. 그러면 이제 잘 다녀오라는 상투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깜찍하고 요란한 이모티콘을 받으면 종료.
그리고 만약, 예스의 답이 온다면, 유령을 무서워하지 않는 둘째는 한숨을 한 번 쉬고 지금까지 작업을 저장한다. 곧 갈 테니까 기다려. 그러면 이제 이모티콘 연사. 저장된 작업과 그 백업까지 꼼꼼히 확인한 후에, 테크-보까지 챙겨서 마이키에게로 갔다. 그러면 저를 발견한 막내의 표정이 안심감으로 활짝 핀다.
그래, 바로 이 표정 때문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랩실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 저를 모두가 알고 있으므로, 라프와 레오가 수상할 정도로 막내와의 퀄리티 타임을 보낸다고 질투인지 의심인지 하는 것도 알지만, 아무것도 몰랐을 때면 모를까 무서워하는 것과 가족이 괴로운 것 중 저울질해서 공포를 택한 막내를 어떻게 혼자 보내겠나.
레어에서 충분히 벗어난 후에, 레오도 라프도 따라오지 않았다는 확신을 얻고 나서, 도니가 옆에서 휘파람을 불며 걷는 마이키에게 물었다.
“내가 측정한 게 정확하다면, 오늘은 네 정기적인 산책 날 아니지 않아?”
“응, 그렇긴 한데. 아무래도 레오가 새로 찾아낸 공원, 거기 쫌 문제 있는 거 같아. 거기만 다녀오면 자꾸 뭘 달고 들어와서….”
“하아, 또 전형적인 ‘나르도-문제-일으킴’이군.”
“아니아니, 이건 레오 잘못은 아니잖아?”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며 둘은 지붕 위를 휙휙 건너뛴다. 도니에게 위치추적 장치의 기록이 있어 네비게이션은 완벽하다. 도니는 문득 떠오른 의문을 뱉었다.
“그런데, 마이키, 너 이거 없이 어떻게 찾아가려고 했어?”
“헤헤.”
그러자 가끔 무척이나 교활해지곤 하는 막내는 혀를 빼물고 밉지 않게 웃어 보였다. 그래, 내가 나올 걸 노렸다는 말이지. 그래도 저 얼굴에 대곤 화 못 낸다. 무엇보다 도나텔로는 자신의 기술에 형제들이 의존해주는 때가 무척이나 흡족하기 때문에, 바로 그 지점을 노린 유도에 걸려들었음에도 그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래, 멋진 유도, 아주 효과적이었어. 앞으로는 그냥 나한테 동행을 요청하도록 해.”
“예이~.”
제깍 나오는 답을 보아하니, 정정하자, 여기까지가 의도한 바인가보다. 어쨌거나 이제 2km 남았나, 싶은데 갑자기 마이키가 끼익 멈춰 섰다. 졸지에 균형을 잃은 도니는 왜 그러냐고 묻지도 못하고 크게 허우적거리다가 막내의 손을 붙들어 균형을 잡았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보인 광경 때문에 입을 떡 벌렸다.
“대체, 뭐야 저게?”
“엥? 도니한테도 보여, 저거?”
행인의 어깨에 얹혀있는, 어떤 씨꺼멓게 생긴 사람 비스무리한 것이 너무 역하게 생긴 나머지 도니는 막내의 질문에 답을 돌려주는 대신 헛구역질을 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대답이었는지, 작은 손이 등을 토닥이는 소리가 났다. 도니는 지금에서야 ‘마이키가 저런 걸 보고 자랐으니까 유령을 무서워하지’라는 생각과 ‘저런 걸 보고도 이렇게 잘 커 줬단 말이야?’의 사이를 빠르게 오갔다. 그 와중에도 머리는 착실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꺼낸 가설을 실험한다. 도니는 마이키에게서 손을 떼고 초시계와 그 행인을 계속 번갈아 바라본다.
“―14초.”
“응?”
“너한테서 손을 떼고서 저게 보인 지속시간. 이게 시간에 선형적인 식을 가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잠시만 손 좀 빌려줄래?”
“어어, 으응.”
마이키는 도니가 빠른 속도로 뱉은 말의 반의 반도 이해하지 못한 채, 얼떨결에 손을 내밀었고 그 후로 약 10분에 걸쳐서 퍼플 혼자서 뭘 기록하고 떠들고 그의 비위에 큰 타격을 주는 걸 봐서 한참 힘들어하다가 다시 기록하고, 뭐 그런 흔한 데이터 수집의 시간을 가졌다. 그 사이 미켈란젤로는 부유령을 어깨에 달고 있는 사람이 점점 멀어지는 것에 초조해 고개를 흘끔거렸고, 막내의 집중이 여기에 있지 않음을 깨달은 도니가 바로 그 점을 지적했다.
“왜?”
“아니, 저거 떼어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음, 그래. 뭐, 좋아.”
흡족하지는 않아도 그럭저럭 결론을 내기에 충분한 데이터를 모았으니, 도니는 몇 번 눈을 깜빡이다가 마지못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정쩡한 자세로 손만 내밀고 있었던 막내는 찬 공기에 식어서 굳었던 근육을 가볍게 풀어주고서, 제자리에서 가볍게 통통 뛰더니 발소리도 내지 않고 스르륵 사라졌다. 그림자 속을 틈 타, 사각을 걸으며, 주위에 녹아든 오렌지는 문제의 행인과 엇갈려 지나듯이 스쳐 가면서 어깨의 삿된 것을 톡톡 쳤다. 마이키의 오컬트 파워가 아직 정전기처럼 남아있는 도니의 시야에서 황금색으로 빛나는 에너지가 막내의 손끝에서 빠져나와 그 부유령을 감싸는 게 보인다. 그리고, 파앗. 마이키가 제 팔을 휘저어가며 설명했던 모습 그대로 금분 같은 게 흩어지면서, 그 자리는 깨끗하게 비워졌다. 막내는 생긋 웃고선 빠르게 제가 있는 곳까지 내달린다. 그 사이, 행인은 문득 걸음을 멈춰서서 어깨를 주물러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입술이 움직이는 바는 이러하다. 왜 갑자기 어깨가 가벼워졌지? 도니는 제가 그렇게 한 것도 아닌데 괜히 우쭐해진다. 지금 우리 맘씨 좋은 오렌지 마시멜로우가 방금 처음 본 낯선 사람에게 베푼 친절 덕에 그런 거라고 뻐기고픈 맘은 마침 옥상 난간에 착지한, 기특한 동생에게 하이-쓰리를 제안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겨우 2km 남짓은 행인들마다 어깨나 머리에 올라탄 그 삿된 것들을 치우느라 느릿느릿하게 나아갔다. 그리고 이제, 공원이 코앞인 순간에서야 마이키가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손바닥을 부딪쳤다.
“아, 맞다. 도니, 이거 들고 있어!”
“뭐야, 이거. 트윙키?”
그래놓곤 파다닥 꺼내서 건네는 것이, 트윙키였다. 혹시 몰라서 잠깐 마이키를 건드리고 나니, 형광 분홍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일각수 인형의 주위로 금가루 같은 반짝이는 이펙트가 보인다. 아까 마이키의 힘이 깃든 인형.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부적 같은 그런 건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자, 마이키가 싱글벙글한 얼굴로 뒤늦은 설명을 시작했다.
“저번에 도니가든이 안티-고스트-필드인 건 이야기했지?”
“그랬지.”
“그거랑 비슷한 느낌! 집에서 이 친구하고 좋은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그랬더니 이렇게 반짝반짝해졌어! 집에 있는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야!”
“그래. …잘됐네.”
도니는 오컬트 파워가 전도됐을 뿐 아니냐고 생각했지만, 하마토 가의 수련이나 그램그램이 전해준 이야기라거나를 떠올리면 이러한 ‘영적인’ 것들은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한 변인으로 보였으니, 굳이 막내의 믿음을 흔들 소리는 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말을 삼켰다. 마이키는 곧 흥얼거리면서 그 트윙키 목걸이를 제게 걸어주었다. 그렇지만 이 언밸런스함은 대체 뭐냐고! 차라리 색이 다른 트윙키-퍼플 이런 게 있었으면 그나마 낫지! 그렇게 빽 소리 지를 뻔했던 것은,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도로 들어갔다. 도니는 예감이나 직감 또는 그와 유사한 비과학적인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싸움판에 관한 라프의 육감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제 등껍질부터 경추를 따라 두개골까지 찌르르 타고 오른 선뜩한 기운이 바로 그것임을 눈치챘다. 마이키는 저보다 반응이 빨라서, 이미 사슬추를 꺼내 들고 있었다. 끼하하하하! 소름끼치는 미스틱 웨폰의 울부짖음이 차라리 든든하다니. 도니는 자신이 과연 전력이 될까를 의심하면서도 훈련으로 몸에 밴 습관을 따라 테크-보를 꺼내 자세를 잡았다.
“자아, 안젤로, 알다시피 내가 남한테 가르침을 요청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걸 알 거야. 그걸 염두에 두고서 답해주면 좋겠는데, 저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먼저 상대해본 선배로서 조언할 게 있어?”
“어, 적어도 쟤네 손에 잡히지 마? 엄청 차가워!”
“그게 문제냐고!”
“아니, 그, 냉동창고 들어가는 느낌이야! 운 나쁘면 졸리기도 하고!!”
정말 뭐라는 거야! 도나텔로는 차라리 머릿속으로 호러 영화의 팬이기도 한 에이프릴이 어쩌다가 틀었던 동양권 공포영화를 촤라락 돌려본다. 방금 마이키의 설명에 일치할 만한 게 있긴 했다. 역시 에이프릴 오닐. 우리 매드독의 최고로 든든한 맏이. 그게 뭐냐면, 환령. 발음이 어려운데, 대충 유령과 원래 몸 주인의 영혼이 맞바뀌는 그런 느낌의 장면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빙의라는 거랑 뭐가 다른가 싶긴 한데 어느 쪽이든 저게 내 몸을 탈취할 수도 있다는 뜻은 확실해서, 도니는 이를 까득 물었다. 절대 싫어. 그렇게 둘쏘냐.
대치하고 있는 자는 뭔가 시대착오적인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다. 뭔가 웅얼웅얼 읊조리는 듯했고, 도중에 흐릿하지만 스쳐 지나간 어떤 단어를 도나텔로는 놓치지 않았다. 분명 어디서 들었는데. 아니다, 봤다. 본 거다. 그는 대뜸 손목의 패널을 열어 어떤 단어를 검색하고서 빽 소리를 질렀다.
“저거 사이비 사기꾼으로 발각됐던 젤크잖아? 행방불명이라더니?”
“그런 게 있었어?”
“있었지. 두 달은 지났어. 한창 시끄러웠는데 넌 뉴스 틀면 그림 그리러 가버렸잖아!”
― 여기를 오가는 한 녀석도 쓸만한 육신을 가졌는데, 너희도 나쁜 선택지는 아닐 듯하군.
저희끼리 왁왁거리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아니, 들렸다기보단 머릿속에 스며들었다고 하는 게 정확했다. 서늘하고 축축한 감각. 도니는 어쩌면 마이키의 힘을 빌렸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과 어째 저 미친놈이 말하는 ‘한 녀석’이 지금쯤 집에서 빈둥대고 있을 동갑의 손아래 형제를 의미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동시에 했다. 어쨌든 미친놈이고, 그 어떤 요구사항도 들어줄 생각은 없었다. 원래 테러범과 빌런의 요구사항은 듣지 않는 게 원칙이기도 하고!
여전히 싸울 태세를 거두지 않는 저희 둘을 보면서, 그 미친놈은 껄껄 웃더니 손을 치켜들었다. 회색으로 칙칙하게 물든 손이었다. 곧, 그가 너털웃음을 낸다. 소리가 울리는 게 아닌데도 주위가 쩌렁쩌렁 울리고, 공기라는 매질을 통과하지 않고서도 흔들린 대기에 맞추어 공원의 가로등이 미친 듯이 깜빡거리다가 터져나갔고, 조금 멀리 있는 간판이 점멸했다. 먼 데서 행인들이 웅성거리는 게 스캐너에 잡힌다.
뭔 이딴 게 다 있담! 초자연적인 현상에 괜히 부아가 치밀어오른 도니는, 곧, 옆에서 겁먹은 듯 히익 숨을 삼키는 소리에 다른 면으로도 화가 났다. 반쯤 껍질로 들어갔다가 다시 슬금슬금 목을 내빼는 마이키는 혹 제게 넘겨준 힘이 끊길까 봐, 슬그머니 저를 짚는 것조차 불을 지피는 일이었다. 아니, 가뜩이나 유령 무서워하는 애한테, 왜 이런 쓰잘데기 없는 능력이 붙어서는, 이딴 이상한 놈이나 상대해야 하는 거지?
― 기세가 퍽 좋은데, 어디 흑사단의 다른 이들까지 다 상대할 수 있나 보자꾸ㄴ
도나텔로의 분노 게이지가 올라가거나 말거나, 사기꾼 교주는 그들을 한 번 비웃고선 영창을 시작한다. 물론 그것을 기다려줄 이유는 없었다. 도나텔로는 기합성 한 번과 함께 머릿속에 있는 설계도 몇 개를 펼쳐 미스틱 파워로 전개했다. 제트추진엔진으로 가속하며 접근하고, 동시에 미사일 런처를 발사, 거리를 좁힌 후에는 산탄총 러시. 마이키의 충고를 따라, 직후에 제트추진엔진을 역분사해 거리를 벌린다. 등 뒤에서 마이키가 한 박자 늦게 “워후!”하면서 감탄성을 울리더니, 저와 교대하듯 덤벼들었다. 이제 기존의 미스틱 무게추가 아닌데도 오컬트한 힘을 실었다면 마이키의 무기는 그 끼하하거리는 소름 돋는 비명(귀곡성이라고, 어느 영화에서 본 것 같다)을 질렀다. 황금으로 빛나는 아우라가 비산하고, 하마토 가에서 제일 유연하고 탄력 있는 곡예사는 그자가 입을 열지 못하게 몇 번이고 사슬추를 휘두르고 때때로 근접해 쌍절곤으로 두들겼다. 계속. 끊임없이.
도니는 잠시간 막내가 닥터 델리케이트-터치를 불러냈나 싶어 한 걸음 뒤로 물러서기로 했다. 만약 그렇다면 말려들고 싶지 않았다. 걔의 그건, 섬세하게 확실히 가루가 되도록 부숴버리니까.
그리고 한편, 하수도 밑 은신처에 남겨진 라파엘과 레오나르도는 차남과 막내가 떠나자마자 하던 걸 멈추고 모여 앉았다. 레오가 티스푼으로 머그컵을 깡깡 친다.
“자자, 형제 회의 긴급 소집. 버전 블루와 레드.”
“그래, 뭐, 긴급까지는 모르겠지만. 수상하니까.”
“맞아! 정~말 수상하다고! 도니 걔가 자진해서 산책을 나가? 말이 돼? 게다가 걔 지금 하던 일도! 팽개치고 나갔다고! 우리가! 좀 햇빛도 보고 그러라고 잔소리할 때는! ‘그건 자외선 쪼이려는 거니까 이 어찌구 램프로 된다’면서 그냥 넘기던 그 도나텔로 하마토가?”
도니의 예전 발언을 주워섬겨 어설픈 성대모사까지 해가며 투덜투덜대는 레오를 라프는 딱히 나무라지 않았다. 레오처럼 뭔가 콕 찝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일단 빅브라더의 레이더에 뭔가가 삐용삐용 알림을 주고 있는 건 확실해서 라프는 아직까지도 꿍시렁거리는 레오에게 고개를 주억이며 맞장구를 쳤다.
“일단, 라프의 생각엔―도니가 마이키를 대상으로 뭘 실험하려는 건 아닌가 해.”
“―음, 그럴 것 같으면서도 아닐 것도 같은데. 봐봐, 라프. 마이키를 제일 과보호하는 건 네가 맞는데, 걜 가장 애지중지하는 건 돈돈이거든?”
둘 다 마인드 멜드 사건은 덮어두고서 이야기했으나, 애초에 도니는 이후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니, 당연히 그런 방식의 실험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믿음은 있었다. 무엇보다도―. 라프는 굳이 반문하고 나선 레오를 흘겨보며 팔짱을 꼈다.
“좋-아, 레오. 길게 딴지 거는 걸 보니까 뭐 생각한 게 있나 보지?”
“오호호, 그럼! 어차피 도니는 마이키 따라 나간 거잖아?”
“그렇지.”
“마이키가 어제 나한테 요즘 새로 산책 나가는 공원을 묻더라고.”
“그, 소다팝 판다는 가게 있다는 공원? 주말 저녁에 강아지들 산책 많이 오고?”
“예얍.”
라프의 표정이 ‘어디 한번 말해봐라’에서 ‘그럴싸한데?’까지 바뀌자, 레오는 꽤 극적인 태도로 오른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가 대각선으로 내리그어 왼허리까지 내렸다. 누가 보면 극의 주연배우가 무대인사 하러 나온 모습인데, 워낙 자신만만해 보이니 태클을 걸 껀덕지가 없다.
라프는 몇 초간 으음하고 입안에서 침음을 굴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우리 형제 중 강아지 싫어하는 녀석은 없었고, 도니 성격에 레오가 거기 귀여운 강아지 많더라-따위로 운을 뗀 곳을 제 발로 걸어가는 걸 알릴 리 없기 때문에 그럭저럭 말이 되는 듯했다. 그러니까 지금 자기들끼리만 강아지를 보러 갔다고? 라프를 두고서? 이미 맏이의 속에서 기정사실이 된 그것에, 라프가 힘차게 일어났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레오가 낄낄 웃으며 제 카타나를 빼 들었다.
“가자.”
“오케이~. 자, 포탈 오픈!”
두 거북은 공간을 자른 포탈로 망설이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젤크가 이리로 비틀, 저리로 비틀하는 꼴을 보면 어쩌면 제가 나설 자리는 없고, 단순히 마이키가 용기를 내 저걸 정리할 수 있게만 해준 걸로도 충분해 보여서 도니는 자세를 느슨히 풀고 막내가 허공에 그리는 특수 레이저 쇼를 감상했다. 아주 리듬감 있는 비트가 좋다. 마이키가 좀 진땀을 흘리긴 하는데, 이런 힘은 기력을 쓰는 느낌이라고 설명해줬으니 그런가보다 싶고. 어차피 막내의 기력이 후달리기 보다 저게 쓰러지는 게 빨라 보이니 위기 상황 같진 않다. 오히려 저 빛깔이 제 시야에서 서서히 옅어져 가는 게 흠이다. 아니지, 어차피 미스틱 파워를 감지하는 고글도 만들어 봤겠다 이번엔 오컬트를 감지하고 시각화하는 센서를 만들어도 괜찮지, 싶었다. 나쁘지 않은 프로젝트일지도. 매번 마이키를 만져야 저런 게 보이는 건, 일단 불편하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갑자기 도나텔로는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지금 너무 조용하지 않나? 고글에 연결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꺼져있는데도 사위가 고요했다. 그리고 보니 아까 먼 데서나마 잡아낼 수 있었던 행인들의 수런거림도 이제는 시그널이 뜨지 않는다. 뭔가 이상한데. 일 년 언저리 동안 밀도 있게 온갖 재난을 겪어온 직감에 빨간불이 켜진다. 마이키는 여전히 그놈을 신명나게 두드리고 있지만, 뭔가 아니다. 도니는 아주 조금 망설이다가 빽 소리를 질렀다.
“마이키, 돌아와!”
― 흐하하, 이미 늦었다! 내 권속을 불러내는데 주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나?
“어?”
땅 밑. 뭔가 불쑥 솟아난다. 까맣게 물든 팔이다. 하나, 둘, 셋. 계속 불어나며 마이키의 발목을 붙들었고, 막내는 허공에서 균형을 잃은 채 고꾸라진다. 도니는 이제 완전히 흐려져서 사라지는 오컬트-시야에 이를 악물고, 다시금 제트팩 추진기를 불러내는데―,
익숙한 파란 포탈이 허공을 가르고, 분명 집에 있어야 할 남은 두 형제가 튀어나온다. 막 제트팩으로 돌진하던 도니와 라프가 그대로 충돌했고, 레오는 얼떨떨한 눈을 했다가 휘청하고 쓰러지는 마이키를 보더니 일단 붙들었다. 손위 형제가 막내를 못 챙기면, 당연히 제 차례라는 듯. 그러더니,
“오, 이게 뭐야? 마이키, 설마 저 음침해 보이는 애들이 네 새 친구들은 아니지? 라프가 정말 화나서 다 엎어버리기 전에 바로 불자.”
뚱딴지같은 소리를 뱉었다. 기력이 다한 마이키는 뭐라고 말도 못 하고 앓는 소리만 냈고, 라프와의 충돌에 징징 울리는 머리를 쥐고서 도니가 울컥 화를 냈다.
“이 멍청이들아! 라프, 당장 마이키 들쳐업고, 레오, 집으로 포탈 열어!”
아주 드물게도 도니가 명령조였다. 저희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은 탓에 라프는 어리둥절했지만 어쨌거나 도니의 히스테릭한 반응과 움직일 기력이 없어 보이는 마이키의 두 조합만으로 하여튼 지금이 동생들의 위기 상황이라는 건 파악했다. 동생들을 지키는 것. 그 명확한 목표에 힘입어 악어거북은 잽싸게 레오에게서 마이키를 넘겨받고, 김에 레오도 들쳐멨다. 그리고 곧 그도 레오가 말한 ‘이상한 새 친구들’을 볼 수 있었다.
“헤이, 뭐야 이건?”
― 으하하핫, 제 발로 제물이 걸어 들어오다니! 어떻게 결계를 뚫었냐는 모르지만, 잘 됐구나!
“나르도! 포탈!”
“오오케이-, 는, 차가웟! 어라?”
― 도망치게 둘쏘냐.
라프의 등껍질에 걸쳐져 있던 레오의 팔을 그 새까만 것들이 스며들듯 움켜쥐었고, 막 검의 손잡이를 쥐었던 레오가 무슨 종잇장처럼 축 늘어졌다. 셋째도 푹 꺼지듯 어깨에 무게감이 짙어지자 이제 라프가 이를 까득 문다. 그는 도니에게 막내를 훅 던지더니(“미쳤나! 악!” 도니는 어떻게든 막내를 받았다), 왼팔로는 레오를 단단히 붙들고 오른팔로 그것들을 후려쳤다. 쾅! 짧은 회전으로 쳤다기엔 보도블록이 산산조각이나 터졌지만, 그것들은 썩 타격을 입은 것 같지 않았다. 그건 주먹질을 한 당사자에게도 여실했던 듯, 유효타의 감각을 느끼지 못한 주먹을 풀지 않은 채로 라프가 뒤로 뛰어 도니가 있는 근처까지 왔다.
“대체 뭐야. 설명해. 간단히. 내가 알아듣게.”
“저건 유령. 마이키 아웃. 레오 타겟. 우리 집, 내 미니가든까지. 막내 받고, 뛰어! 당장!”
이성을 놓고 날뛰는 대신, 라프는 맏형으로 해야 할 일을 했다. 어차피 새 리더인 레오가 뻗어서라기보단, 그게 큰형이고 맏이니까. 도니는 적어도 그가 그 정도의 판단력을 가지고 있음에 피자수프림에게 짧은 감사를 올리고, 가장 단순한 지침을 빠르게 뱉었다. 작은 몸에 옹골지게 근육이 들어찬 막내는 그에게 너무 무겁기도 했고.
그다음은 빨랐다. 맏이와 차남은 잽싸게 도약해 자리를 벗어난다. 공원 어느 위치에서 마이키를 중심으로 뭔가 파지직 전격이 일더니, 까만 막이 유리창처럼 부서졌고, 그제야 주변 소음이 들이닥친다. 아, 이렇게 된 거였군. 깨달음은 뒷전이긴 해도 궁금증은 해결됐다. 평범한 인간들에게 노출된 셈이나, 제대로 익힌 기술은 충분한 속력을 낼 수 있게 해서 보통의 육안으론 잡을 수 없음을 안다.
둘은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 나간다. 올 때도 꽤 멀었는데, 급하게 돌아갈 때는 더더욱 심하다. 하여튼 포탈 같은 비과학적이고 편리한 기술을 쓰는 말썽꾸러기 같으니라고! 동양에는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속담이 있다던데, 걘 그걸 등껍질에 새겨야 할 판이다! 제발 안전한 집에 붙어있으면 어디 덧나나? 도니는 속으로 잔소리거리를 계속 쌓아둔다. 우린, 집에, 돌아가서, 저 미친놈들을, 조지고, 완전 무사할 거니까!
등 뒤에서 가로등이나 간판이 터져나가는 소리, 사람들의 비명이 들린다. 라프가 때때로 멈칫하나, 그는 곧 양팔에 들린 무게를 감지하고 고개를 저었다. 도니는 두 번째로 피자수프림을 찾는다. 라프가 저 사람들까지 신경 쓰려고 했다면, 뒤통수를 한 대 쳐주려고 했다.
도니는 시시때때로, 별로 유효성은 없더래도 후방을 향해 계속 견제타를 날렸고, 라프는 투사체를 활용해서 그걸 도와가면서 빠르게 지붕에서 지붕으로 뛰었다. 저희 둘 다 유령을 무서워하는 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낄낄거리는 음산한 웃음소리를 BGM 삼는 것이 정말 끔찍했지만 도니는 저것들의 비명을 들을 심산 하나로 이를 득득 갈았다.
이제 집이 가깝다. 지금껏 묵묵하게 달리기만 하던 라프가 지금 와서야 슬몃 묻는다. 목소리가 꽤 무겁다.
“도나텔로, 네 미니가든에 가면. 그 다음은? 내가 저걸 패지도 못하고, 네 기술이 어떻게 못 해서 집으로 온 거잖아.”
아, 이런, 망할. 도니는 속으로 길게 탄식을 뱉는다. 마이키의 그 휘황찬란한 설명을 제 입으로 반복해야 한다니. 도나텔로. 조금 더 있으면 패밀리 네임까지 붙은 풀네임이 튀어나올 기세라, 도니는 그냥 평이한 어조로 기억에 저장된 문장 중 일부를 복기했다.
“내 미니가든은 안티-고스트-필드여서 저것들 가지고 끝내주는 불꽃놀이를 할 거야.”
“―도니의, 애정이 부른, 힘이지. 헤헤.”
“마이키?!”
“안젤로!”
일부러 뺐던 설명이, 영 맥아리 없는 막내의 목소리로 덧붙여졌다. 라프와 도니가 동시에 막내의 이름을 외친다. 레오가 춥다며 웅얼거리는 소리도 뒤따랐고, 마이키가 허우적거리듯 정신을 놓고 있는 레오의 팔을 붙든다. 아까보다 기운은 잃었어도 따뜻한 금색 빛이 비쳤다. 슬라이더의 숨이 한결 고르게 바뀌었고, 라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쪽 입구를 연 도니가 다시금 설명한다.
“우리 막내가 오컬-터틀이야. 내 미니가든 건은 막내 보증 수표. 오케이?”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설명이었어도 어쨌거나 라프에게는 먹혔다. 한결 가벼운 얼굴을 한 맏이는 기합성과 함께 분신 다섯을 내보내, 마지막으로 그 까만 로브 무리를 밀쳤다. 약간의 시간벌기지만, 차남의 연구실 가장 안쪽에 있는 방의 잠금을 해제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아, 랩에 켜진 보라색 조명이 오늘따라 유독 찬란했다. 도니는 앞으로 치고 나가 이 구역에서 세 번째로 엄중한 문의 잠금장치를 해제한다. 다섯 단계의 인증이 필요하긴 하지만! 어쨌든!
“도니, 빨리!”
“되겠냐고! 앞으로 1분.”
“으! 좋아, 보스처럼 막기!”
“내 물건 망가지기만 해봐! 개당 내 실험 도와야 할 거야, 라파엘!”
“제발! 여기 너무 좁거든?”
정신이 나갈 것 같은 낄낄거림은 이제 귀를 먹먹하게 했고, 이제 마이키와의 접촉 없이도 과하게 춥게 느껴지는 공기 따위로 얼마나 그놈들이 근처에 포진했는지는 짐작이 갔다. 핀치에 몰렸음이 분명한데도, 마이키는 뭐가 좋다고 히히 웃고 있고, 라프 역시 희미하게 웃는 낯이다. 멍청한 형제들. 그리고 결국 저 역시, 이 바보 같은 녀석들과 한 가족이라서, 웃고 있다.
문이 열린다. 싱그러운 내음이 밀려들고, 라프가 가든 안으로 레오와 마이키를 거의 집어 던졌다. 레오나르도가 어깨부터 들이박긴 했는데, 뭐, 한동안 징징댈 거래도 몸이 튼튼한 건 사실이니 괜찮을 거다. 오히려 지금 충격으로 깬 듯(어쩌면 마이키가 말한 특수한 필드에 들어와서 그럴지도 모르고), 눈을 깜빡이다가 여기가 도니의 미니가든임을 깨닫고 즐겁게 웃었다. 와, 나 여기 8개월 만이네! 오늘 들은 가장 멍청한 소리 베스트 3에 들어간다. 라프는 이제 안전권에 들어왔다고 직감한 건지 이제서야 헉헉거리며 숨을 고르고 있고, 마이키는 심호흡을 몇 번 하더니 갑자기 쌩쌩해졌다.
“좋아, 어딜 도망가려고! 코와붕가!”
앞서 설명을 듣고 체험한 라프가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 레오를 질질 끌고 와 막내에게 손을 얹게 했다. 도니 역시 솔직하게 말해 “끝내주는 불꽃놀이”를 놓치는 것은 아쉬웠기에, 살짝 막내의 어깨에 손을 대어보았다.
마이키의 미스틱 웨폰이 사슬추의 형태로 길게 늘어나 도망가던 사교도 무리를 묶고 잡아당겼다. 풋클랜 놈들의 종이접기-무사처럼 바글바글한 꼴을 보자, 괜히 속이 메슥거렸다. 아까는 제대로 안 보여서 다행이었지 싶었다. 오오, 레오의 태평한 감탄사를 배경으로, 폭죽이 터진다.
진솔하게 털어놓건대, 마이키는 아까 공원에서 엄청나게 겁에 질렸었다. 그나마 도니가 함께 있어서 까무러치지 않았을 뿐이지, 제 발목을 타고 침투한 어마무시한 악의는 귀를 막고 눈을 멀게 했다. 그때 등장한 레오의 포탈과 익숙한 두 모습이란. 위험한 상황은 변하지 않았어도, 뭐가 어떻게든 되리란 희망이 생겼더랬다.
‘도니가 설명할 수 있어. 형들도 함께고.’
잠깐 기절했다가 일어나도 괜찮을 거였고, 실제로도 다시 정신을 차렸을 적에 라프가 던진 질문이 그걸 증명했다.
“도나텔로, 네 미니가든에 가면. 그 다음은? 내가 저걸 패지도 못하고, 네 기술이 어떻게 못 해서 집으로 온 거잖아.”
역시 가족이 믿어주는 건 가장 멋진 일이야. 마이키는 둘째 형이 딱 저답게 설명한 것에 꼭 말해줘야 할 것을 붙였고, 라프의 반대편 팔에 들려있는 레오를 본다. 저 둘에겐 보이지 않는 듯하지만, 오른팔 부근이 새까맣게 물들어 울룩불룩거린다. 춥다고 웅얼거리는 소리가 나서, 마이키는 형에게 손을 뻗는다. 아직 힘이 제대로 돌지 않아 완전히 쫓아내진 못했어도, 적어도 추위에서는 벗어난 듯했다.
그리고 잠시 까무룩. 아주 멀리서, 큰형과 둘째 형의 목소리가 한참 동안 울리다가, 선선하지만 애정으로 충만한 기운을 온몸으로 맞이했을 때, 미켈란젤로 하마토는 완전히 기운을 차렸다. 사심 없는 애정과 정성으로 손질된 도나텔로의 정원. 둘째 형이 마음의 안정을 얻곤 하는 곳에 이런 식으로 모두가 쳐들어오게 된 건 꽤 유감이지만, 방법이 없었다. 마이키는 굳이 레오에게 스며들었던 삿된 것을 확인하지 않는다. 이미 그건 날아간 지 오래일 거다. 지금, 여기서 가족들의 애정과 신뢰에 보답해서 할 일이란 오직 하나.
“좋아, 어딜 도망가려고! 코와붕가!”
손끝에 차르륵 감긴 사슬을 휘둘러, 도망치려던 삿된 무리를 한꺼번에 모아 묶었다. 유조선도 묶어다 날려봤는데, 이쯤이야. 등껍질이나 어깨에 가족들이 저마다 손을 얹는 게 느껴진다. 마이키는 헤헤 웃었다. 산 사람들의 애정은 늘 따뜻하다. 그게 저희 가족의 것이라면 더더욱! 마이키는 사슬추를 당겼다. 어차피 실체가 없는 것들이라 공용거실 크기로 묶인 그것들은 이 좁은 문을 밀고 들어온다.
그리고, 곧, 안티-고스트-필드에 들어선 그것들이 화려한 빛의 보라색으로 터져나간다. 펑, 퍼버벙! 등 뒤에서 레오의 오오, 하는 감탄사가 들린다. 다른 둘도 숨죽여서 이 멋진 광경을 보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같은 걸 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
오컬트 불꽃놀이는 다 끝나고도 초연 같은 걸 남기지 않았다. 원래의 잠잠한 가든으로 돌아오고서, 아무 말도 없는 형들에게 마이키는 몸을 빙글 돌리고 팔을 뻗었다. 형들은 별다른 말을 건네지 않고서, 그냥 꽉 끌어안아 줬다. 단체 포옹! 도니가 포함된 버전으로!
역시 세상에서 무엇보다 강한 힘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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