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NT

[RotTMNT/마이키+도니+에이프릴] 신뢰의 도약(샘플)

이래서 에이프릴이 우리 중에 도니하고 제일 친한 거야! 둘이 똑같아!

** 투비에서 글리프로 이전함

* 오컬트-터틀이라는 주제로 묶이는 단편집에 실릴 마이키+도니&에이프릴 편의 샘플입니다. 실제 책에는 가필수정되어 실리게 됩니다.

* 구체적으로는 이전에 올린 마이키 디 오컬-터틀의 배경을 따르므로, 해당 편을 보시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 됩니다.

* 다른 나라 사정은 잘 모르기 때문에 실제와는 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테마는 폴터가이스트.


사이비를 처리한 건 이후 오렌지 막내의 오컬트적인 힘은 형들에게 고스란히 밝혀졌다. 대범하며 구김살 없는 막내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 아래로 나름의 불안을 안은 채 오래도록 견뎠던 탓인지, 물리적인 형태로는 보이지 않는 휘황한 불꽃놀이의 뒤편에서도 한참동안 말을 주저했더랬다. 해냈다는 기쁨의 포옹 속에서 바로 움츠러든 상자거북의 등껍질을 전말을 알고 있는 도나텔로가 가볍게 두드렸고, 마이키는 그제야 주뼛거리며 운을 뗐다. 이 허황된 이야기를 가장 믿지 못 하리라 여겼던 둘째 형이 믿어주었기에 용기가 났으리라.

가족들의 심리상담가를 자청하는 만큼 말솜씨는 있으나, 집중력이 들쭉날쭉하고 분야마다 어휘가 잔뜩 치우치기 마련인 이 애는 설명이 어수선했다. 결국 도니가 보충해가며 주석을 달아줄 수밖엔 없었다. 출처가 에이프릴이거나 혹은 간접적으로 에이프릴을 참조하는 쉘든의 교차검증이 끝난 정보를 붙여가면서. 출처가 영 수상하여 재차 검증하리라는 점을 밝힘은 물론이다.

라프는 그 어떤 의심이나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두 사람의 말마다 고개를 주억였으며, 레오는 도중에 불쑥불쑥 어깃장을 놓고 싶은지 입술을 비죽였지만 실제로 반박해오진 않았다. 아직도 힘이 들지 않아 차갑게 저릿한 제 몸뚱어리가 무엇보다도 큰 증거라 여겼을 거다. 이 모든 게 동갑의 손위 형제와 막내가 짜고 치는 거대한 농담이라는 의심을 완전히 놓지는 못했을지언정(그는 도니가 생화학무기를 만들 수 있음을 아는 유일한 형제다), 그 가능성을 낮게 쳐줄 거란 걸 도나텔로는 알았다. 라프까지 얽힐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리란 건 상정 내다. 바보같이 굴 때가 잦아서 그렇지 그래도 레오나르도는 머리 회전이 빠르니까. 그 점은 이 집안의 제일가는 두뇌인 제가 보증한다.

모든 것을 설명한 후 마이키는 온전하게 지친, 아주 긴 한숨을 내쉰다. 하마토 가에서 가장 영악하나 비밀을 지키는 데엔 영 서툰 순수한 영혼에게는 역시 이 모든 게 버거운 짐이었으리라.

사위는 이제 식물을 위한 보라색 조광으로 잠잠해졌고, 도니는 이제서야 제 가장 사적이고 은밀한 취미생활의 장에 (제 아무리 가족이라도) 외부인을 두고 싶지 않아 두어 번 헛기침을 해, 주의를 돌렸다. 오밀조밀 모인 시선을 스포트라이트 삼은 그가 제딴엔 최대한 온건한 축객령을 낸다.

“자, 이야기 다 끝났으면 자리를 좀 옮겨줄까?”

그제서야 라프와 마이키는 여기가 도니의 가든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듯,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힘이 덜 돌아온 레오는 라프의 왼 어깨로 짐짝처럼 걸쳐졌다.

“악! 살살 다뤄줘, 라프! 나 일단 환자거든? 그치, 미구엘? 유령한테 당한 게 산재나 보험처리는 안 되겠지만?”

“농담하는 거 보니 멀쩡하네, 나르도. 그리고 정정하자면, 우린 원래 보험은커녕 출생신고도 안 되어 있어. 거기에 반은 인간에 기원을 둔 뮤턴트인 걸 감안해서 호모 사피엔스의 법률로 따질 수 있다고 가정할 경우, 우리들은 여전히 미성년자라 산재 같은 거 따위 따질 수가 없을걸. 불법 노동이 된다고. 뭐, 영웅 짓거리야 비영리적 활동이니까 이것도 전제가 틀린 것 같지만.”

“그래, 얘들아. 나 이제 움직여도 되는 게 맞니…?”

마이키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 농담은 도나텔로가 뎅강 잘라버렸다. 그리곤 직후에 라프가 지친 목소리로 장을 정리했다. 퍼플과 블루의 진담 비스무리한 농담 따먹기에 문가에 멈추어 섰던 그는 한참 동안 바싹 긴장했다가 이제서야 완전히 맘을 놓은 탓인지 영 피로해 보였다. 어깨에 메어있던 레오가 곧 낄낄거렸다.

“오, 그럼. 얼마든지, 우리 빅가이. 도니, 나중에 에이프릴한테 설명 부탁해~.”

갑작스런 지시였으나 무척 자연스럽다. 하긴, 지금 팀리더는 블루다. 라프와 쌍두 체제를 갖추곤 있지만 어쨌든 누구 하나를 콕 찝으라면야 그렇다. 도니는 그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설명의 의무에서 벗어난 마이키는 신이 나서 들썩였다. 하기야 마이키에겐 설명이란 게 썩 익은 작업은 아니었을 테다. 적임자를 고르는 능력만 따지면 확실히 레오가 낫다는 객관적 사실을 사고의 마침표로 찍었던 게 벌써 닷새 전의 일이었다.

팀플에다 무슨 실습 따위로 일정이 빡빡하게 들어차 다른 주까지 나갔던 에이프릴이 ‘시간을 넉넉히 잡고 오라’는 도니의 메시지에 응답할 수 있기까지 그만큼이 소요됐다는 뜻이었다.

마이키에게는 세 번째 설명의 장(비록 주요 화자는 아니어도)이고 도니에겐 데이터를 정리‧정제할 기회가 두 번 있고 난 후의 일이기에 그들의 맏누이에게 전해진 사후보고적인 설명은 유례없이 깔끔하고 정갈했다. 화자가 화자인지라 이과적인 딱딱한 보고서인데 연극적으로 화려한 어조가 뒤섞인 혼종이었음에도 그랬다.

에이프릴의 반응은 열렬했다. 마이키는 예상 못 했지만, 도니가 예측한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아니, 예측보단 그냥 알았다고 하는 게 적확한 표현일 거다. 원래도 동서고금의 호러‧오컬트 영화를 섭렵하는 에이프릴 오닐에게 진짜배기 오컬트가 굴러 들어온 셈이지 않나.

에이프릴은 지금까지 자기가 그 정도의 오컬트 매니아인 걸 밝히지 않았던 모양이다. 막내가 진정 놀라 두려움에 전복될 종류는 단 한 번도 내색해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잘 생각해보면 이 친구가 하마토 패밀리 타임인 영화의 밤에 들고 왔던 오컬트 류란 어쨌건 결말 부에 원흉이 제거되어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들 뿐이었다. 그래서 마이키도 도중에 벌벌 떨면서도 어찌어찌 다음 한 주의 잠을 빼앗기진 않았더랬다.

“난 도니 네가 벌써 아는 줄 알았지. 내 핸드폰이고 노트북이고 전부 버전 퍼플로 개조했으니까 봤겠거니 했는데.”

“대체 날 무슨 무뢰배로 아는 거야, 친애하는 맏누이 씨. 내가 암만 앎에 환장하고 있다지만, 단순히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데이터까지 몽땅 뜯어보는 통제광은 아니거든? 혹시 체내 마이크로 GPS칩 이야기를 할 거라면, 그건 우리 가족 모두의 생명권에 관계됐으니 그 어떤 권리보다 우선되는 거라고 미리 반박할게.”

에이프릴은 그저 푸슬푸슬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하마토의 퍼플이 아주 도를 넘지 않는다는 건(비록 그 자신은 스스로 충분히 악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잘 아는 일이었으므로. 뭐, 면전에서 이 말을 했다간 꽤 오래 삐져있을 거라 발화하진 않을 거였다. 그리고 이게 급한 일이 아니었기에, 그는 곧장 패드를 꺼내다가 지도를 켰다. 두 사람의 시선이 절로 뉴욕 지도 위로 모여든다.

그는 그대로 눈을 빛내며 지도 위에 핀이 꽂힌 곳마다 가리켜가며 도시 괴담을 줄줄 풀어대기 시작했다. 처음엔 마이키가 히익 겁을 집어먹으며 양팔을 마구 내저어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심드렁해졌다. 비록 그늘 속에 살아도 뉴욕 태생이고 거기서 평생을 살아온지라 어딜 짚어대든 아는 곳인데, 맏누이가 말하는 것마다 착각 대소동인 게 금방 밝혀졌기 때문이다.

오컬트‧호러 판에는 워낙 헛소리와 지어낸 이야기가 많다 보니 기자를 지망하는 에이프릴이 나름 추리고 추려 엄선해둔 서른여 개의 괴담 중 반은 우리 친애하는 돌연변이 악당의 술주정 비슷한 것이고, 남은 삼 분의 이는 하마토 형제들의 바보짓이 실루엣만 남아 평범한 시민들에게 기괴하게 비춘 것이었으며, 다시 삼 분의 일은 히든 시티에서 요괴가 길을 잃어 표층으로 나온 건이었다. 귤 한 박스처럼 잔뜩 엄선해 모아 두었던 거리가 겨우 하나만 남아버리자, 에이프릴은 혀를 차며 어깨를 늘어뜨렸다.

“뭐야, 그래서 어느 이야기고 추가로 들려오는 게 없던 거였어? 재미없게. 자, 이게 마지막. 이건 어때, 마이키?”

아까보다 열성이 사라진 채로 그가 엄지와 검지를 좁혀 잠시 축척을 줄이고서 업스테이트 뉴욕 쪽으로 초점을 바꾸었다. 통칭 러스트 벨트. 한때 제조업으로 번쩍거렸다던 공장지대 어딘가에서 두 손가락을 쭉 벌려 이름도 뜨지 않는 건물을 확대했다. 지역이 쇠퇴하며 부도가 났거나 해서 폐공장으로 남은 곳인 듯했다.

주요 거점인 맨하튼에서 꽤 멀다 보니 그닥 가본 기억이 없어서인지 마이키는 고개를 갸웃댔다. 적어도 이 힘을 얻고서 가본 적이 없어 아리까리한 모양새다. 그걸 가만히 들여다보던 에이프릴이 도니의 옆구리를 쿡 찌르고, 친구가 무언으로 요구한 것을 소프트쉘은 곧장 이행했다. 홀로그램 패널을 띄우고 뭔가 명령어 네다섯 개를 치더니, 짜잔, 허공에 그 폐공장이 떴다. 마이키가 펄쩍 뛰어올랐다.

“으아악! 나 여기 알아! 귀신 나온다는 소문 있는 거기잖아!”

하기사, 이 오렌지 폰은 유령이 무서운 주제에 심령 스폿을 찾아다니는 채널의 열렬한 구독자이기도 했더랬다. 자기는 캔 쌓기나 즉석 풍경화 같은 취미 채널을 보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어째 그런 채널의 삼 분의 일은 심령 스폿을 찾아가는 게 대다수였고, 형누나들은 그냥 그 점을 못 본 체했었다.

도나텔로 하마토의 위대한 두뇌가 팔 개월쯤 전에 봤던 풍경을 끄집어낸다. 스토크보이 말고 아까 말한 즉석 스피드 페인팅 채널(이름은 신경 쓰지 않아 기억하지 않는다)이 저걸 그렸을 거다. 그 채널의 특징이라면 자기가 그리고 있는 곳에 얽힌 이야기를 주절주절 떠드는 거였지. 도니는 눈을 갸름하게 떴다. 뭐, 기억하는 건 거기까지다. 굳이 주의 깊게 들은 적이 없어 나머지 정보는 뇌세포에 남아있지 않는다. 아무리 위대한 용량의 두뇌라도 쓸데없는 걸 욱여넣는 취미는 없다.

마이키 역시 거기가 어디인지 확실히 깨닫자 몸을 반쯤 껍질 속에 숨긴 채로 그때 들었던 소문을 조잘조잘 옮기다가, 결국 제풀에 놀라 펄쩍 뛰어 도니에게 덤벼들었다. 팝콘처럼 튀어 오른 상자거북을 도니는 능숙하게 기계 팔로 받았다. 그러면서 그는 에이프릴의 한쪽 눈썹이 비뚜름하게 기운 것을 신호로 받아 연극조로 입을 열었다.

“그래, 우리 친애하는 에이프릴. 뭔가 정정하고 싶은 얼굴을 하고 있는데, 마이키의 설명 중 틀린 데가 있다면 부디 짚어줄 수 있을까?”

“오, 그럼, 내 든든한 친구의 요청이라면 얼마든지!”

“아니, 둘이 한패야?! 너무해!”

졸지에 볼품없는 즉석극이 되어버렸지만, 에이프릴 오닐은 훌륭하게 대사를 받아쳐 줬다. 과연 에이프릴. 우리 맏누이며 저의 가장 신실한 친구답다. 성현의 말씀 중에 든든한 친구가 하나라도 있으면 인생 헛 산 게 아니라는 말이 있는데, 그 점을 비추었을 때 제 삶은 이미 충분히 차고 넘치게 충실하지 않은가.

절친한 친구 둘이서 서로의 우정을 곱씹는 동안, 이 이상 괴담을 듣고 싶지 않았던 마이키가 빼액 소리를 질렀다. 물론 에이프릴은 그러거나 말거나, 몰두한 건은 끝장을 봐야 한다며 입을 열었다. 하마토 가의 유일한 육지거북은 우는소리를 한다. 이래서 에이프릴이 우리 중에 도니하고 제일 친한 거야! 둘이 똑같아! 그러자 두 사람이 입을 모아 동시에 답했다. 칭찬 고마워. 숫제 울먹이는 마이키는 그럼에도 강제로 에이프릴의 입을 막지는 않았다. 하여튼 착하고 말랑한 녀석.

“정정할 내용이 세 개 있는데, 첫째는 거기 지금 소유주가 없어. 그러니까 채널주가 말한 ‘뒷세계 사람들의 처리소’같은 건 아니야. 둘째로 사람이 오가긴 해. 그게 불량배들이라 그렇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직 전기나 수도는 연결되어있다더라. 생각만큼 폐허는 아닐걸?”

“그, 그래?”

훨씬 현실적인 내용을 듣자 기계팔에 매달려 있던 마이키가 슬그머니 힘을 뺐다. 그러기가 무섭게,

“그러니까 같이 가보자, 응? 아니면 거기서 같이 캔 쌓기 할래? 어때, 화제의 채널을 소유하고 계신 ‘부티섀이커 9000’ 씨? 나름 조회수 좀 쌓을 수 있지 않겠어?”

텐션이 쭉 오른 말이 쏘아졌다. 여전히 마이붐인 캔 쌓기를 들먹이는 바람에 망설임이 생긴 마이키는 거기를 간다는 상상을 한 것만으로도 무서운지 기계팔을 꽉 우그러뜨리듯 쥐었다. 허용치를 넘을랑말랑한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는 경고 팝업이 뜬다. 힘이 더 세졌구만. 조만간 티타늄-금 합금을 개량해야겠네. 도니는 머릿속 보드에 메모를 하나 휘갈기고선 에이프릴에게 이를 드러내고 웃어 보였다. 이 친구, 마이키가 오컬터틀이라고 듣자마자 즉석에서 저걸 계획한 모양이다.

“마다할 이유가 없지. 타도-폴터가이스트라고 하면 더더욱.”

“포, 폴라로이드?”

“아, 도니. 좀 더 놀리고 싶었는데, 이러기야?”

“마이키, 폴-터-가-이-스-트. 처음부터 이러려고 한 거잖아. 안 그래? 네가 그걸 모를 리도 없고. 그리고 이 한바탕 연극을 더 이어가다간 출발하기도 전에 내 배틀쉘부터 갈아치워야 할 판이라고.”

유령 대신에 튀어나온 생소한 단어에 오들오들 떨던 마이키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갸웃거렸고, 그 반응을 확인한 에이프릴과 도니는 서로 눈을 찡긋했다. 한바탕 연극은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폐공장의 기계며 바닥을 구르는 부품이 허공을 날아다닌다는 증언 따위는 오컬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도니는 마이키 더 오컬터틀 건 이후 따로 조사했다) 바로 폴터가이스트 현상이라고 알아차릴 거다. 결국 유령이 원인이라고 일컫는 현상인데, 무대 위에서 유령이란 단어를 치워버리니 마이키가 이토록 평안하지 않나. 이 말랑한 마시멜로우는 호기심도 많으니 당연한 수순이다. 자발적으로 저길 같이 가주겠지. 에이프릴과 저의 의견은 완전히 일치했다. 에이프릴은 직접 유령을 체험하러, 저는―,

‘정말 뭐 씌인 공장이면, 마이키 데리고 싹 정리한 후에 내가 꿀꺽해도 되는 거잖아?’

도나텔로의 원자재 가공소. 상상만으로도 벌써 배가 부르다. 김에 채널 조회수를 올리면 무조건 득 보는 거고.

그리하여 세 사람은 때아닌 오컬트 체험을 찍으러 간 것이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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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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