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테라 / Inductive
테트라의 과거 변수 알아보기
루드빅의 과거 변수 알아보기 그 이후
「Inductive」 | 루드비히 와일드 X 테트라 지오메트릭
w. pening
계산에서 골치 아픈 것이 무엇인 줄 아는가. 물론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변수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고려하여 결과를 내었다고 한들, 그것 역시 틀릴 수 있다. 정확하게 답이 나오는 것. 때로 틀리긴 하나, 그럼에도 답은 존재하는 것. 그런 것들을 다루고 연구하던 이에게도 어려운 것은 있었다. 계속해서 검증하고 다시 풀어봐야 하는 수식들? 이미 참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봐야 하는 시간? 차라리 그런 것이라면 나았을 터다. 끊임없이 변수가 생기고, 계산할 수 없으며, 계산을 해보았다 하더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 그 변수 자체가 자신이 세울 수 없는 것으로부터 나오게 되는 것.
사람, 관계, 마음, 감정, 사건, 삶, 죽음. 어떻게 보면 계산이 되는 것 같으면서도 되지 않는 것들. 그렇다고 하여 그것들이 싫은가 묻는다면 또 아니었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과 맺는 관계, 거기서 오가는 마음과 감정,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루하지 않게 이따금 벌어지는 사건, 삶. 이따금 죽음의 경계에 있기는 하나, 그것은 그리 잦은 편은 아니니 일단 생략하도록 하자.
아니지, 어쩌면 요즘엔 좀 그 빈도가 늘었는지도 모르겠다. 한 명의 헌터가 하급 능력자를 노리던 때와는 달랐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때보다 공성전에 섞여 있을 때의 긴장감이 덜하다는 것이었다. 저를 죽이려 했던 헌터가 등 뒤에 있음에도 그러했다. 오히려 그것에서 안도를 느끼게 된 것이 지금의 시점이라, 테트라 지오메트릭은 이따금 제 상황을 다시 곱씹어보곤 했다. 지금 저희가 어떤 관계인가. 동료, 라는 말로 묶고 싶지는 않다고 해도 비슷하게 협력 정도는 하고 있지 않은가. 멘토와 멘티, 라고만 하기엔 뭔가 조금 아쉽다.
테트라 지오메트릭은 학자이고, 연구자였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그 원인을 생각하기도 한다는 뜻이다. 왜 루드비히 와일드는 날 죽이려 했는가. 그리고 왜 다시 과거로 돌아와도, 저는 죽어야만 하는 입장인가. 제가 기억하는 그와의 첫 만남에 갑자기 떨어진 그녀는, 입자를 굳혀 만든 벽 너머에서 저를 노려보고 있는 눈을 응시했다.
“이런 정보는 받은 적이 없는데.”
이상할 정도로 똑같은 하루였다. 테드 파워즈, 루드비히 와일드를 처음으로 만난 날과. 그는 저를 사냥하기 위해 올 것이었고, 어째서인지 지금의 저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 결과를 바꾸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변수를 만드는 것이다. 그럼 여기서 무엇이 변수로 작용해야 하는가. 그걸 모르겠다면 스스로가 변수가 되어 이 결과를 뒤집는 수밖에 없다. 그때도 루드비히에게 능력자임을 보여준 것은 같다. 그러나, 약간 비틀어서. 그를 이미 알고 있는 능력자로서 공격을 막아내고, 일부라도 반격에 성공한다면?
“누군지는 몰라도, 의뢰인이 허술한 사람인가 봐요.”
그리고 결과를 뒤집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과정을 거꾸로 되짚어 원인을 파악한다면. 죽임당해야만 하는 운명도 끊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제가 아는 루드비히 와일드는 애초에 이 의뢰 자체를 시시하게 여겼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반인이라 생각했던 사냥감이 이를 드러내어 공격하고, 오히려 도발까지 해오는 상황이라면 의뢰인 쪽보다 이쪽에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것 같긴 하더군요.”
빙고. 테트라는 긴장은 했으나 입꼬리를 조금 올렸다. 루드비히의 말버릇을 속으로 따라하고 말았다는 것은 깨닫지 못했다.
“그래도 받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의뢰인이나 의뢰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사냥감이 마음에 들어서. 그런 의미로 한 말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루드비히는 한 번 저를 가로막았던 입자 벽을 쉽게 지나쳤다. 피하기엔 늦었다. 하지만 막아서 경감시킬 수는 있다. 그렇게 재빠르게 발차기를 막고, 빛에 탔는지 탄내가 조금 나기는 하나 테트라 본인은 멀쩡했다. 막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한 번 더 반격을 해오거나, 더 공격적으로 나온다면 어떨까. 가령, 저것을 일부러 깨뜨리고 조각 내어 살을 찢는다거나. 루드비히는 처음 보는 하급 능력자를 보며 조금 실망하면서도, 그 정도의 기대는 걸어보는 듯했다.
“아니지, 그런 생각이 들게 잘 좀 해보세요.”
받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봐라. 거만하기 짝이 없는 태도에도 테트라는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저 다가오는 것을 막고, 방어하고, 그가 지루해하는 게 보일 즈음 약간의 공격에 나섰다. 사냥하는 건 이쪽인데, 오히려 사냥감이 저를 놀아주는 꼴처럼 보이는 건 왤까. 그것을 알아차린 루드비히의 눈썹이 한 번 꿈틀거렸다. 살릴 이유는 없다. 죽이기엔 아깝다. 딱 그 정도의 이유로 루드비히가 멈추고 나면, 테트라가 먼저 제안했다.
“일주일. 그때까지 제가 살아남는다면…….”
그러나 조건을 말한 뒤 말끝을 흐렸다. 일주일. 제가 죽기 전까지 달라고 했던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때까지 살아남을 것이라도 말하고 있었다. 조건이 바뀌었으니 결과도 바뀌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뭐라고 해야 할까. 테트라는 자신이 지금의 상황보다 현재 저와 루드비히와의 관계를 먼저 떠올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서도 똑같이 멘토와 멘티의 관계로 가게 될까? 그 수많은 우연들과 어색함이 겹쳐 이루어진 관계가? 그렇게 뒤늦은 생각을 하고 있으면, 루드비히가 먼저 되물어왔다.
“조건은 정했는데, 결과는 정하지 않았다?”
“그게…….”
“뭐, 좋습니다. 어디 해보죠.”
그러나 의외로 루드비히 와일드는 흔쾌히 승낙했다. 힘만 뺄 뿐 지루하기 짝이 없는 지금의 상황보단 낫다고 생각했는지, 제안을 수락한 뒤엔 그는 바로 자리를 떴다. 내가 뭐라고 해야 했을까. 어떤 결과를 내어야 했을까. 곧바로 떠오르지 않는 것에 테트라는 일단 평소와 다름없는 일주일을 보내기로 했다. 전과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저를 죽이려 들지도 모르나, 그 정도 긴장과 대처 정도는 제법 배워둔 저였다. 이렇게 보낸 일주일 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일종의 실험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변수는 저 자신이니 전과 다르게 제 뜻대로 어느 정도는 결과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테트라는 그렇게 생각했으나, 얼마 안 가 새삼 떠올렸다. 루드비히 와일드는 변수가 아닌 규칙조차 바꿔버릴 정도로 제멋대로이며, 속을 알 수 없는 남자라는 것을.
“뭡니까, 그건?”
하루는 테트라가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 계산을 하고 있으면, 루드비히는 불쑥 옆에 찾아와선 말을 걸곤 했다.
“놀래라……! 이렇게 불쑥 찾아오는 게 어디 있어요!”
“죽음이 친절하게 예고라도 하고 찾아오길 바랐습니까?”
저렇게 말하는 것 치고 살의도 뭣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약간의 호기심에 제가 하는 것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 알 수가 없는 인간이다. 그를 무시하고 계산하던 것을 마저 풀고 있으면, 어느새 자연스레 맞은편 의자에 앉은 루드비히가 그것을 쳐다보며 말했다.
“죽기 전에 준비를 하는 것 같지는 않고.”
“왜요, 대신 풀려고요?”
흠. 루드비히는 작게 침음하기만 했다. 부정의 의미였다. 그러다가도 한쪽 다리를 꼬고, 거만하게 몸을 뒤로 기울인 채, 시선만큼은 테트라 지오메트릭에게 고정해두었다.
“죽을 날을 받아 놓은 사람 같지가 않아서.”
일주일. 어찌 보면 그것은 유예였다. 조건부터 정해두기는 했지만 그런 제안을 했다는 건, 자신이 정말로 죽임 당할 가능성까지 고려한 것일 터다. 그러나 테트라 지오메트릭의 행동은 지극히 일상적이었다.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자신이 죽은 뒤 처리할 것들을 미리 알아보기라도 하는 줄 알았건만, 학문과 연구를 위한 풀이라니.
“시시하군요.”
이렇게 시시한데, 그때 보여주었던 한순간의 몸짓과 눈빛, 싸움 방식 때문에 이러고 있는 저도 참. 어지간히 심심한가 봅니다. 루드비히는 그렇게 이따금 테트라를 관찰하며 며칠을 보냈다. 일상에선 능력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능숙하게 능력을 다루었다는 건, 스스로 터득했거나 배웠거나, 둘 중 하나다. 그리고 테트라의 움직임은 무언가를 보고 배운 것도 있으나, 직접 겪어보고 배운 느낌이 났다. 이른바 실전용이라는 소리였다.
“일주일이라고 시간을 정해두었으면, 그 안에서 궁지에 몰리고, 서서히 준비를 하다가도, 인정하지 못하고 꼴사납게 날뛸 법도 한데.”
어떻게? 그런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루드비히는 결국 먼저 테트라에게 물었다. 일주일이라는 유예 동안 서서히 말라가고, 다가오는 죽음에 두려워하며, 등을 돌리고 도망치는 꼴을 보고 싶었던 걸까. 악취미가 따로 없다. 테트라가 진심으로 질려하는 얼굴을 하면서도 두려움은 보이지 않는 것에, 허. 루드비히는 헛웃음을 한 번 내뱉은 뒤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뭘 믿는 겁니까?”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지 않고서야 저럴 수가 없다. 그런 결론을 내린 것인지 제법 진지하게 묻는 것에, 테트라는 그저 보랏빛 눈을 깜박이기만 했다. 나는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그냥, 알고 있을 뿐이죠. 믿는 게 아니라 루드비기 와일드 라는 사람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아는 것은 써먹고, 그것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내야죠. 테트라는 말해주지 않고, 그저 제가 원하는 답을 위해 질문에 질문으로 답했다.
“내일이면 일주일인데, 계속 함구할 건가요?”
하루. 약속한 기한까지는 하루 남았다. 테트라는 여전히 살아있었고, 루드비히는 그녀를 죽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따금 기습을 해오긴 했으나 살의보다는 재미를 위한 것에 가까웠다. 그것에 몇 번 어울렸다고 정이 든 것은 아닐 텐데. 제가 원하는 답은 피하고 질문만 반복하는 것에도, 루드비히는 기분이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뭘 말이죠?”
“의뢰인이요.”
생각해보면, 이것만큼은 물어보고 있었다. 루드비히는 테트라를 만나러 올 때마다 그녀가 한 번씩은 저를 죽여달라 말한 의뢰인에 대해 묻곤 했던 것이 기억났다. 복수를 위함인가? 아니면, 결과를 원하는 만큼 원인도 알고 싶어하는 연구자로서의 특성인가? 어느 쪽이든 간에 그러한 집착이 싫지는 않은지, 루드비히는 일부러 말해주지 않곤 했다.
“하긴, 일주일이 되기 전에 당신이 의뢰인을 먼저 잡는다면, 상관없어질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말해요. 시시한 건 별로 안 좋아하잖아요.”
그러나 이젠 고작 하루였다. 그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끝나면, 그 뒤로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나는 앞에 있는 이 여자를, 하급 능력자를, 사냥감을 어찌하고 싶은 것인가. 아, 사냥감이 아니라 ‘테트라’라고 이미 인지를 해버린 탓인가? 알 수 없는, 처음 형성된 관계를 무어라 정의할지 생각하고 있으면, 테트라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시시한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여기서 내가 원하는 것을 주면, 시시하지 않게 해주겠다.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들려, 루드비히는 얼굴을 조금 구긴 채 작게 혀를 찼다.
“고작 며칠 봤다고 다 아는 것처럼 구는데, 원래 학자들은 이런 편입니까?”
그쪽의 며칠과 나의 며칠은 달랐을 걸요. 테트라는 그 말은 내뱉지 않았다. 당연한 사실이었기에. 하물며 같은 시간대를 다시 한 번 보냈음에도, 저희는 전혀 다른 과정과 결과를 내었다. 그럼에도 결국은 비슷하게 오고 만 것에 기분이 묘하기는 했지만. 어째서 저는 늘 죽어야 하는 역할인가. 이 역할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선 어찌해야 하는가. 아마 루드비히라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죽지 않기 위해선 죽여야죠. 물론, 전장에서 그렇게 가르친 것을 테트라는 따르지 않았다. 나를 지키기 위함이다. 버티고, 지키며, 계속 생각하고 이유를 찾는 것이 삶이다. 그리고 루드비히 역시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쾌락 살인마도 아닌 터라. 테트라가 믿는 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이었다.
“좋아요, 좋습니다. 그럼 알려드리죠.”
그럼 루드비히 와일드를, 조금이라도 믿었나? 나도 모르는 새 그 남자에게 조금이나마 신용을 주었나? 그게 아니고서야 변수를 두었음에도 이렇게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가 없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원인을 제대로 알 수 있게 된 것에, 테트라는 해답을 눈앞에 둔 학자처럼 집중했다. 루드비히가 가까이 오라는 듯 손짓하는 것이 영 건방져 기분이 나쁘긴 했으나, 일단 답을 듣기 위해 다가갔다.
“자, 더 가까이.”
그러면 저 말고 듣는 사람도 없건만, 루드비히는 아주 중요한 걸 감춘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굴었다. 평소처럼 놀리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결국 가까이 붙고 나면, 숨이 귀에 스칠 정도로 가까워져 테트라는 순간 그 거리를 인식하고 말았다. 너무 가까운데. 그렇게 조금씩 다가오고, 무어라 말하려는 듯 호선을 그리는 입술이 열려 목소리를 내뱉었다.
“테트라.”
아? 테트라의 귓가에 들려온 것은 저에 대한 암살 의뢰를 한 의뢰인의 이름이 아니라, 저 자신의 이름이었다. 역시 놀리는 게 맞구나.
“그건 내 이름이잖…….”
잠깐, 여기가 어디지? 테트라는지금 제가 있는 곳이 방금까지 있던 대로변이 아니라 연구실인 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머리가 조금 멍하고, 팔이 조금 저린 것 같기도 했다.
“이거라도 제대로 알아들어서 다행이군요.”
환기는 시키고 살고 있습니까? 루드비히는 그런 잔소리 따위를 하며 연구실의 창문을 열어 젖혔다. 조금 쌀쌀해진 공기가 들어오고 나면 테트라는 그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잠들었다가 깼다. 그렇게 상황을 파악한 테트라를 보며 루드비히는 책상에 올려둔 다 타버린 향초 하나를 눈짓하며 말했다.
“너무 오래 취해있었던 것 아닙니까?”
취했다. 홀렸다. 테트라는 그 말의 뜻을 바로 알아차렸다. 저 향초 때문이었다고? 정말로? 최근 세간에서 떠돌던 소문에 의하면, 저 향초를 피우면 원하는 답을 보여준다고 했었다. 미신이다, 논리적이지 않다, 다들 이런 말을 했으나 연구실에서 누군가가 시도한 뒤 정말로 내내 끙끙 앓던 문제를 풀어낸 것에 하나둘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었다. 그냥, 향초로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잘 자고 일어나서 머리가 잘 돌아간 거겠지 했는데. 한 번 해서 나쁠 건 없지 않나 싶어서 해봤다지만, 설마 그래서 그런 꿈을 꾼 것일까. 아니, 애초에 꿈이 맞을까? 그렇게 혼란스러워하던 와중에도 테트라는 요점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그쪽…….”
“뭡니까, 시비라도 거는 것 같군요.”
결정적 순간에 방해하는 건 루드비히 와일드라는 사실. 꿈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똑같다. 다르게 시작하고 다른 과정과 결과를 내어, 같은 원인에 도달해보는 것. 그것에 실패하긴 했으나 테트라는 그것 때문에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아니다. 약속 시간까지 아직 남았으니, 밥이나 먹어요.”
“허이구, 당신이랑 내가?”
꿈속에서 변수를 주고, 과정을 바꾸고, 선택을 하며 답을 찾아갔던 것과 상관없이. 지금과 꿈속의 관계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그게 정말 꿈이었을까 하는 의심이 늦게나마 올라오기 시작해서. 테트라는 묘한 기분을 일단 허기로 눌렀다.
“그냥 혼자 먹을래요.”
“오늘도 꽤 버텨야 할 테니 괜찮은 집으로 안내하죠. 따라오세요.”
값을 다르게 넣어도, 결국은 비슷한 결과라니.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테트라는 일단 자세한 검증은 미뤄두었다. 지금은 배를 든든히 채우는 것이 먼저였다. 오늘따라 왜 저러는지. 루드비히는 그냥 향초가 효과가 없었던 것이겠거니, 하고 짐작하고만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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