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해준) 오늘은 뭐 먹어요?

(서원해준) 오늘은 뭐 먹어요?

요리하는 박서원x영상 찍는 정해준

*날조와 캐붕이 있습니다! 박서원이 정해준을 많이..귀여워합니다. 말랑말랑 스프레이 뿌려줬어요. 정해준도 그렇습니다.

*결말부 스포일러가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작을 읽으신 후 열람해주시길 바랍니다.

***

통통, 나무 위로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일정하게 들려왔다. 저녁에 들었으면 자장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약하고 안정감 있는 소리였겠지만, 침대에서 일어날 시간인 아침에는 그마저도 깨우는 소리 같다. 딱히 기분 나쁜 소리는 아니기에 천천히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다. 아직 덜 깬 상태라 눈만 꿈뻑이고 있었는데, 문 너머로 옅은 냄새가 흘러들어왔다. 된장국이다. 그리고 갈비찜? 음식 냄새를 맡으니까 눈이 점점 떠졌다. 나참, 정해영이나 했던 짓인데..아니, 보통은 다 이런가. 나는 자느라 난장판이 된 머리를 손으로 대충 쓸어내리며 실내화를 신었다. 일어나며 바라본 하늘은 조금 어두워 평소보다 이르게 일어난 듯 했다. 창문 너머 들어오는 푸른색을 흘깃 쳐다보고는 문손잡이를 잡아 돌렸다.

"? 일찍 깼네요."

"언제 왔어요..?"

"얼마 안 됐어요. 한 한시간?"

내가 발걸음을 찍찍 끌며 걸어오자, 박서원이 고개를 돌려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평소에 출근이니 뭐니해서 주말이면 10시는 되어야 일어났었기 때문이다. 그냥 눈이 일찍 떠졌다고 하자, 고개를 까딱거리며 간만에 밥 좀 일찍 먹겠다고 대답하였다. 박서원은 왜 아침에도 반짝거리는걸까. 아침에도 그러면 안피곤한가? 아침부터 세팅되어있는 머리카락에 팔의 반쯤 겉어올린 흰 와이셔츠, 바지도 적당히 슬랙스를 입은데에 검은색 앞치마까지 하니 어디 저 드라마에서 나오는 셰프같은 느낌이 물씬 났다. 원래 그런 사람이긴 했지만. 파스타 만들 것 같은 비주얼로 된장국을 만들고 있지만 얼굴이 저러니 만드는게 뭐가 상관이냐는 정해영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만 같다.

박서원이 요리해주는게 몇 번째인가? 이젠 기억도 잘 안난다. 애초에 어쩌다 이런 관계까지 되었던건지. 세계가 합쳐지고, 2년쯤 지났을 때부터인가. 기억도 없는 박서원이 우연찮게 말을 걸어오면서 시작되었다. 확실히 기억이 없이 자란 박서원은 내가 저쪽에서 봐오던 박서원보다는 훨씬 싹싹했다. 저쪽보다 훨씬 유하긴 한데 그래도 본래 성격은 그렇게 안다른거 같고. 뭐가 문제였지? 친구들 하고 술 마시다 막차가 끊겼는데 박서원을 만나 집에서 한 번 묵고..회식하고 취한채로 집에 가려는데 만나서 한 번 묵고..뭘 만들었는데 다들 바빠서 못와서 와줄수 있냐고 해서 가서 먹다가 묵고.....그냥 처음부터 잘못된건가? 어디에서 좋아하게 되어 같이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님 잠이 덜 깨서 생각이 안나나. 나는 가볍게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은 뒤 머리를 수건으로 살살 털며 거실로 나왔다. 거실과 연결되어있는 부엌을 보자, 국을 국자로 뜨던 박서원의 얼굴이 보였다. 맞다. 결국 저 얼굴에 넘어갔었지. 참...한결같은 유전자다. 이유가 떠오르자 표정이 조금 떨떠름해졌다. 그러다 박서원이 내 쪽을 바라보더니 국자를 내려놓고 다가왔다.

"방금 다 씻었어요? 거의 다 했으니까 얼른 하고 와요."

"난 뭐 도울거 없어요?"

"머리도 안 말렸는데?"

박서원이 피식 웃으며 내 머리에 얹어진 수건을 두어번 살살 문질렀다. 익숙한 손길에 내가 가만히 서서 바라보자, 박서원이 입꼬리를 올리고는 가볍게 닿고 떨어졌다. 쪽. 소리가 작게 퍼지면서 내 얼굴에 열도 살짝 퍼져갔다. 마음 같아선 내가 말려주고 싶은데, 국을 방금 떠서요. 아님 다시 넣고 해줄까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금방 말리고 올게요. 내 대답에 박서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녀오라 인사를 해주었다.

나는 헤어 드라이기를 집어들고 욕실 앞으로 향하였다. 거울 앞에 서서 얼굴을 바라보자 살짝 빨개져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그거 한번에 이렇게 될 이유도 없는데..어째서인지 도통 익숙해지질 않는다. 얼굴이 박서원이라서 그런가. 나는 플러그를 꽂고 버튼을 위로 올려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젖어있던 머리카락 사이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며 흔들었다. 박서원은 머리카락을 말려줄 때마저 완벽하다. 부드럽게 말려주면서도 다 안마른 적도 없고. 그래서 박서원이 말려주고 나선 항상 졸음이 몰려 왔었다. 나야 그냥 말리지만. 몇 번 자리를 옮겨가며 머리를 말린 뒤, 빗으로 머리카락을 정돈한다. 박서원은 빗 빗는 것마저 잘했다. 슬슬 쓸어내리면 편안함에 다시 졸음이 쏟아지곤 했었..아니, 너무 박서원만 생각하잖아. 해주는 것이 편안해서 무의식적으로 떠올리고 있었다. 어째 길들여지는 느낌인데...아니겠지. 나는 마지막으로 머리를 빗고 자리를 정돈한 뒤 식탁을 향해 걸어갔다.

"밥정돈 제가 푸려고 했는데."

"할 거 얼마 없었어요. 대부분 있는 거에요."

"그래도.."

"앉아요, 나 배고파요."

박서원의 말에 나는 순순히 의자에 앉았다. 자리 앞에는 따뜻한 밥과 박서원이 끓인 된장국, 그 외에 해놓았었던 나물 반찬과 언제 한건지 새로 놓여있는 갈비찜이 놓여있다. 냄새는 맡긴 했지만...한 시간 전에 왔다며? 내가 갸우뚱 하는 표정을 짓자 어디에서 받아온거라고 한다. 이런걸...주나. 하긴 박서원이니까..정말 별의별걸 다 받아오기에 이것도 납득하는 정도가 되었다. 고기 먹으니까 좋지 뭐. 따끈따끈하게 김이 올라오는 밥상을 보고 작게 말하였다.

잘 먹겠습니다.

내 말에 박서원도 인사를 하며 먹기 시작했다. 젓가락을 움직여 가운데 놓여있는 갈비를 집어들었다. 갈비가 빠진 자리와 갈비 한 개에서 모락모락 김이 올라왔다. 양념이 잘 베어든 것 같이 먹음직스러운 갈색빛을 보고 후후 불다가 살짝 입에 물었다. 야들야들한 살이 뼈에서 쉽게 떨어져나갔다. 적당히 따뜻해서 입에 머금고 있어도 괜찮았다. 조금 베어물고 남은 고기는 밥 위에 올려둔 뒤, 고슬고슬한 밥을 입에 넣어 같이 먹기 시작했다. 맛있어. 남겨둔 갈비를 마저 먹고 박서원이 끓여준 된장국을 떠먹었다. 사실 이쪽은 말할 것도 없이 맛있다. 박서원이 해준 음식은 안 맛있는게 없었다. 해산물 요리는 본인이 싫어해서 제외하고. 간단한거에서 이거까지 할줄 알아? 하는 정도다. 처음엔 뭔가 해먹는 박서원이라니 거리감이 느껴졌는데, 이제는 이마저도 익숙하다. 이런 세상에선 박서원은 이렇게 하는구나 싶다. 어차피 같은 사람이니까.

"잘 먹네요."

"네. 맛있어요."

내가 입에 물고 있던 밥을 다 삼키자 박서원이 턱을 괸채 물어보았다. 푹푹 퍼먹는 나와 달리 박서원은 먹은건지도 잘 모를만큼 줄어들어 있었다. 저쪽의 박서원도 어쩌다 한 번 밥을 같이 먹을 적에는 저랬었다.

"배가 차요?"

"차기야 하죠. 알아서 잘 먹고 다니니까 상관 마시고."

예전에 저쪽에서 했던 대화가 지나갔다. 여기에 와서도 물어봤더니, 원래 입도 짧고 체형 유지하려면 안 먹어야 한다고. 하긴 배우라고 해도 드라마만 찍는게 아니니까..그래도 내가 보기엔 너무 적게 먹는다. 매번 나만 많이 먹기도 하고. 잘 먹는게 보기 좋다면서 어물쩍 넘겼지만 말이다. 그리고 체형 유지라고 하기엔...주전부리는 잘만 먹었다. 그 뒤로는 밥 먹을 때마다 조금이라도 더 먹으라고 하고 있지만. 자주 그러면 또 체할까봐 그마저도 자주 못하지만 말이다. 박서원은 내 눈빛을 읽었는지 픽 웃으며 말하였다.

"정해준 씨 얼굴 구경 하느라 안 먹은거니까 괜찮아요."

"제 얼굴이요?"

"네."

구경할게 뭐가 있다고?

"잘 먹는게 볼때마다 신기해서요."

난 네가 더 신기한데.

"저도 정해준 씨가 신기해 하는 만큼 신기해 하는 거니까 넘겨요."

박서원은 대충 손을 흔들더니 다시금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이젠 속마음을 읽는 것 같은 대화도 익숙하다. 촉이 좋은건 여전했다. 나는 입에 음식을 넣고 우물거리고 있는 박서원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다시금 숟가락을 들었다. 박서원이 그 모습을 본건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귀찮아 하는 듯 하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은 모양이었다.

***

"그럼 다녀올게요."

"잘 다녀와요."

현관문 앞에 구두를 신는 박서원이 있었다. 나는 그를 배웅하기 위해 바로 앞에 서서 인사하는 그에게 말을 건넸다. 평소 같으면 인사하고 바로 나갈 박서원이 안나가고 서서 멀뚱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지? 나도 똑같이 눈만 껌뻑이고 있자 박서원이 말하였다.

"몇 시에 오냐고 안물어봐요?"

"..몇 시에 오는데요?"

"새벽 1시는 되어야 도착해요. 내일이랑 모레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때 쉴거고. 그러니까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요."

박서원은 내 물음에 알아서 술술 스케줄을 뱉었다. 원래 알아서 잘 말하던 박서원이 왜 안물어보냐고 말하나 했다. 앞으로 해달란 소리다. 뭐 물어봐도 나쁠건 없으니까. 박서원은 자리에 서서 눈을 살며시 접더니 양손으로 내 어깨를 서서히 감쌌다. 그에 맞추어 나는 눈을 감고 박서원의 허리 위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피부를 간질이는 바람이 지나가며 이내 따뜻하게 맞닿았다. 쪽. 버드키스일 정도로 짧은 입맞춤이지만 과정만큼은 늘 같았다. 이렇게 안해주면 박서원이 안나가기 때문이다. 박서원은 내 얼굴을 보더니 키득거리며 말하였다.

"아직도 안 익숙해요? 얼굴 빨갛네?"

"어, 얼른 가기나 해요."

"알겠어요. 잘 쉬어요."

박서원은 나를 놀리다가 이내 현관문을 나섰다. 문이 닫히며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나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얼굴을 만져보니 조금 열이 올라있었다. 예전에 연애 했었을때도 이랬나? 안 그랬던거 같은데. 이상하게도 박서원이 무언가 하나를 하면 하나하나 반응이 나와버렸다. 안 그런다고 하는데도 그렇네. 익숙해지려면 아직도 멀었나보다.

사실 아직도 저쪽에서의 박서원을 생각하면 내가 박서원이랑 사귄다는게 안믿겨지긴 하다. 내가 겪은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물론 그렇다고 싫은건 아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니까. 다만, 자꾸 이런식으로 다른 사람 취급하려 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일 뿐이다. 얼굴도, 목소리도 같지만 내가 알던 사람과는 다른 사람인 것 같지만.

「기껏 구해 내 놓고서 기억이 없다고 다른 사람 취급할 거면 이 방법으로는 안 되죠.」

"......"

그래. 그래서는 안돼니까. 나도 그렇게 대하려고 노력중일 뿐이다. 나는 몸을 움직여 싱크대로 향하였다. 아침으로 먹은 설거지를 하기 위해 물을 틀며 그릇을 달그락 거리기 시작했다. 혼자 있을 땐 사람 소리라도 들리게끔 하는게 버릇이 되어 티비는 틀어놓은 채였다.

[요즘 너튜브 다들 많이 하시잖아요? 많이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주말 아침에 틀어놓는 프로그램은 별로 재미가 없었다. 애초에 사람 소리만 들리는게 편해서 평소 자주 보지는 않던 방송을 틀어놓는거지만. 듣다보면 나름 괜찮기도 하고 흘려듣기도 훨씬 편해서 설거지 같은 일을 할때 주로 틀어놓는 방송이다. 나는 티비에서 나오는 말을 적당히 흘려 들으면서 차곡차곡 그릇을 씻어 올려놓았다.

[-혹시 ○○ 씨나 ●● 씨는 그걸 보시면서 직접 영상 찍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은 안해보셨어요? 저는 가끔씩 들더라고요.]

[글쎄요? 영상에서 봤던 상황 사이에 있고 싶었단 생각은 했었던거 같은데. 찍고 싶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 해봤었어요! 보는 사람은 없더라도 제가 그걸 올려뒀다는걸 나중에라도 볼수 있으니까 재밌을거 같지 않아요?]

[그쵸? 올려두면 파일이 없어져도 올려져있으니까요.]

[■■ 씨 그거 경험담이에요?]

[어, 들켰나요?ㅋㅋㅋㅋ ○○ 씨와 ●● 씨는-]

몇 안되던 설거지를 마치고 손으로 물기를 닦으며 방송에서 들려오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 요즘에 너도나도 영상을 올리기 시작해서 그런가, 방송에서도 저런 얘기가 나온다. 애석하게도 나에게는 그런 취미는 없고, 박서원은 있더라도 자제해주어야 한다. 집에서 하게 된다면 여차하다 내가 나올수도 있는거니까. 한쪽이 유명 연예인인데 나는 일반인이니 이미 이 조합에서부터 사람들은 관심이 쏠릴터였다. 덕분에 애인이 있어도 데이트는 커녕 커플링 하나 제대로 못하고 다니고. 평소엔 별 생각이 없지만 가끔씩 생각하다보면 불편하긴 하다.

띠롱!

"?"

[사진]

[나 애인이랑 놀러 왔다~~~ 부럽지~~~~]

그래, 이자식.

친구인 놈중에 한 명이 연애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상관 안썼다. 애인을 자랑할 때에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이게 한 번, 두 번, 세 번..몇 번이고 계속 왔다. 당장 오늘만 해도 봐라. 토요일 오전 9시에 누가 깨있겠다고 이런걸 단톡방에 올리겠는가.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녀석은 평생 처음으로 연애를 하는 것이었고, 이 중에서 그 누구도 내가 박서원과 연애를 한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다들 저렇게 올려도 별말 없는게 당연했다. 사실 그런게 아니어도 친구놈이 연애한다고 자랑하는데에 뭐라 더 말하나. 거기에 민감하게 말하는 놈만 이상하게 보일 뿐이었다.

지금도 자주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가끔은 부럽긴 하다. 멀쩡하게 애인이 있는데 누구는 자랑도 못하고. 그마저도 내가 공개연애 하지 말자고 해서 안하는거라 더 말도 못한다. 박서원이라면 냉큼 공개연애 하자고 할게 뻔했으니까. 박서원이 인기가 많아서 싫은건 아니었다. 아니 싫은가? 정확히는 이런 부분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애같이 구는거 같아서 말하기도 그렇고. 박서원 정도라면 얼굴이 나오지 않더라고 목소리까지는 변형해야 안들키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그렇더라도 내 SNS에 올리게 되면 누구냐고 물어볼만한 사람이 이미 열댓명이 넘어간다. 어렵네. 아예 다 익명처리하고 시작하는게 더 빠를지경이다. 익명? 익명..

[-래서 오히려 맘 편하게 올리시는 분들도 많으시더라고요. 얼굴 공개하는 것도 필수는 아니니까요.]

[맞아요. 전 오히려 얼굴 안보여주시는 영상들만 볼 때도 있어요ㅋㅋ]

[익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 다양한 컨텐츠들이 가능한 것 같아요.]

[네, 한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영상들이나 순위에 있는 영상들 대부분이 닉네임으로 되어있는 분들의 영상이었으니까요.]

[이런것만 보면 익명이 나쁘기만은 하지 않은데 말이죠. ■■ 씨는-]

나는 방송에서 나오는 내용을 흘깃 들으며 다시금 핸드폰을 바로 쥐었다. 익숙하게 메신저 앱을 눌러 채팅창을 한두번 내린 뒤, 하나를 눌러 스크롤을 확인하다가 이내 다시금 타자를 쳐서 보내기 시작했다.

[야, 너 전에 보내줬던 영상 링크 뭐였냐?]

***

"박서원 씨."

"네."

"저 하나만 부탁드려도 괜찮나요?"

옆에서 귤을 까먹고 있던 박서원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소파에 앉아 간만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박서원은 내 말에 어깨에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켜 나를 바라보았다.

"왠일로요? 들어는 볼게요."

"저.."

막상 말하려고 하니까 말이 잘 안나오네. 괜찮겠지? 말정도만 하는거니까. 안돼면 마는거고. 나는 박서원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저 박서원 씨가 요리하는거 찍어봐도 될까요?"

내 물음에 박서원은 눈을 두어번 깜빡이더니 이내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어딘가가 납득이 안된다는 표정. 곧바로 박서원이 입을 열어 되물었다.

"저 정해준 씨랑 같이 얼굴 나와도 괜찮나 보네요?"

"아, 아뇨. 얼굴은 안나오고 손정도만? 나오게 찍어보게요."

나는 박서원의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였다. 나랑 박서원이 같이 얼굴이 나온다니, 심지어 그 박서원의 요리 영상이면 평범한 사이는 아니라고 단박에 알아보지 않을까? 일단 들킬 염려는 최대한 줄여야 한다. 내 대답에 박서원은 의문이었던 점이 조금 풀렸는지 기울였던 고개를 바로하고, 한손으로 턱을 괴며 무언가를 생각했다. 그러곤 이내 다시금 나를 보며 물었다.

"흐음....찍어서 올리기라도 하게요? 무슨 바람이 불어서?"

"아, 그...그냥.."

"그냥?"

내가 조금 얼버무리려하자, 밀어붙여온다. 자기가 나오는건데 이정돈 알려주는게 맞으니까. 막상 말하려니까 좀..그렇네. 내가 고개를 살짝 돌려 아까보다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우리 둘이 같이 찍은 사진도 못올리니까..그거라도.."

내가 엇갈린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말 끝을 얼버무리자 옆에서 낮게 웃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조금 큰 손이 내 얼굴을 살며시 감싸쥐었다. 그러고는 이마에 조금 따뜻하게 맞닿았다. 쪽. 금방 떨어질것 같던 박서원은 입술을 붙인채 간드러지게 웃으며 말하였다.

"어쩌다가 그렇게 귀여운 생각을 했어요?"

"그, 그냥요."

내 대답에 박서원이 입술을 떼고 이마를 맞대어 내 눈을 바라보았다. 나는 가까운 그 시선에 저도 모르게 눈을 피했다. 아마 이유를 안말하니까 써먹는 그거다. 미인계. 얼굴이 더운걸 보면 이미 내 얼굴은 빨개진 채일거다. 그런데도 굳이? 안지 얼마나 됐다고 약점은 다 잡혀있었다. 내가 부러 눈을 피하고 마주치지 않자 잠시 아무말이 없더니 이내 박서원은 얼굴을 멀리하곤 입을 열었다.

"흐응. 알겠어요. 사실 그 말 듣고 공개연애 하고 싶어졌는데."

"안돼죠!"

"그래요, 그럴거 같았어요. 그러니까 그거 할게요."

나는 박서원의 말에 기겁을 하며 말하였다. 공개연애? 안하고 싶은건 아니지만 그렇게 된다면 지금같이 못다닐게 뻔하다. 다른이도 아니고 박서원이니까. 박서원도 그것을 알기에 침묵해주는거고.

그런데 저는 편집 할줄 모르는데. 박서원 씨는 영상에 나와주시기만 하면 돼요. 정해준 씨는요? 저는 찍어야겠죠? 같이 안나오는거에요? 그치만 전 요리 제대로 할줄 모르는데요..그럼 맛 정도는 봐줘요. 네. 그정도는 해야죠. 박서원 씨 집 모습 방송에 나온적 없죠? 네, 없죠. 나는 곧바로 박서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할게 좀 늘어난거지만 어떤가.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이제는 더 익숙해진 부드러운 미소를 보며 생각했다. 기분 좋은 햇살이 창 너머로 들어오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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