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TFP] 휠잭라쳇 1

갱(roddid96)님의 연성 기반


 꽃이라는 생물은 여러 개의 행성을 거치면서도 보아왔다. 그 중, 붉은 쇳물이 흐르는 곳에서는 반짝이는 보석들이 발밑을 굴러다녔고, 여린 새순이 돋아나는 곳에서는 작은 우주선만한 곤충들이 날아다니기도 했다. 기상천외한 환경에서도 필 꽃들은 꼭 피어났다. 즉 휠잭이 거친 행성들의 십분의 일 정도는 꽃이 피었다는 뜻이다. 

그중 지구는 탄소 유기체들이 가장 번성한 행성이었다. 그렇기에 생소했다. 그동안 거쳐온 행성들의 가장 여린 것들이 모여 옹기종기 사는 것 같았다. 렉커즈에게 딱히 구미가 당기는 환경은 아니었다. 그들은 낭만에 빠지기엔 지나치게 바빴다. 게다가 오토봇들이 연료와 부품 등을 구할 수 있을 만큼 발달한 행성은 탄소 유기체들이 살지 않았고, 가끔 낭만적인 풍경을 마음놓고 볼 수 있을만한 곳도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가령 바닷가 파도에 부딪혀 별을 터뜨리는 푸른 플랑크톤들이나 하루보다 짧은 시간에 피었다 사라지는 모래위의 꽃들같은. 그런 감성을 품고 살아가기엔 오메가 원의 오토봇들은 (휠잭을 포함해서) 에너존을 캐느라 혹은 디셉티콘들을 내쫓는 게 더 급했다. 

그러니, 아주 작은 항성이 내뿜는 빛이 기꺼운 건 본인이 무의식적으로도 아주 놀랄 일이었다. 빛을 가리는 낡은 손의 흠집들이 사랑스러운 건 둘째 쳐도, 촘촘히 짜인 푸른 잎들이 바람에 너울거리는 모습이나 별거 아닌 듯 작게 올라간 입꼬리가 유난히 반짝거리는 모습은 감각회로의 오작동을 의심케 하기 충분했다. 

이 색조합 완전 그거 아닙니까, 크리스마스. 같은 낄낄거림이나 나와야 하는데. 그럼에도 차분히 깜박이는 옵틱에 눈이 맞닿으면 스파크가 불꽃처럼 번쩍이는 것을 센서로 똑똑히 들었다고 고백해버리고 싶었다. 누구의 박동인지, 누구의 오작동인지도 몰라도 좋았다. 살짝 벌린 입, 입술을 훑는 혀끝에 와닿는 안쪽 여린 플레이트를 깨문다. 이성을 터뜨리는 단어들이 튀어 나갈 듯 맴돌았다. 구름 한 자락 없는 하늘이 혈관을 가득 메운다. 쏟아졌다, 오로지 당신의 옵틱으로부터. 


트위터 갱님(@roddid96)께서 그리신 라쳇 팬아트의 2차 창작물입니다. 여름 라쳇이 너무너무 청량하고 예뻐서 저도 모르게 써버렸는데 누가 되진 않을까 걱정스럽네요. 갓 아트를 그려주시고 2차 창작을 허용해주신 갱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 

아래는 해당 팬아트입니다. 

https://twitter.com/roddid96/status/1531958248773140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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