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인격

마티아스 체르닝, 과거에서 온

Night Rain by 91
15
0
0

주의 소재: 어린 아이를 향한 적나라한 폭력 묘사


마티아스는 눈을 떴다.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은 하얀 천장. 이질감이 든다. 자신이 알던, 집의 천장이 아니다.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주변을 살핀다. 이곳은 하얀 방이었다. 정사각형의, 모서리가 분명한 방. 상자 안이라고 해도 손색 없을 정도의 90도의 각. 방 안에 있는 것은 자신이 일어난 침대, 위의 하얀 이불과 베개. 가운데 부근의 의자 두 개. 성인 남성 둘이 앉을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크기다. 구조물은 고작 이것 뿐이다. … 이것 뿐? 이상한 일이다. 들어오고 나가는 문이 없었다. 그렇다면 자신은 어디서 들어온 것인가? 아니, 애초에 이런 방에서 잔 기억은 없다. 분명 어젯밤은 혼자 잠들었다. 다른 날이었으면 그의 사랑스러운 연인-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 생각한다.-과 함께 침대를 썼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는 당시 집에 없었다. ‘미안해, 3일간 출장이 있어서!’ 라는 이유 때문이다. 마티아스는 수긍했다. 외롭겠지. 다만 마티아스는 스스로 다 큰 성인임을 인지했고, 홀로 드는 잠자리는 차가울지언정 눈을 감지 못 할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마티아스의 예상대로 그가 없는 잠자리는 차가웠고 텅 비었다. 고독함을 눈꺼풀 아래로 꾹꾹 밀어넣어 억지로 잠을 청했다. 그것이 마지막 기억…. 그래, 악몽인가. 마티아스는 금방 상황을 되짚어냈다. 그리고 멋지게 악몽이라는 결과까지 도출해냈다. 그렇다면 깰 때까지 시간을 죽이면 그만이다. 꿈속인데 시간을 죽일 수 있나? 잠시 의문이 스쳤다. 마티아스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잡념을 떨치고 몸을 이불 밖으로 꺼냈다. 순간 마티아스는 눈치챘다. 이 침대, 옆에 누가 있다. 몸집이 작다. 5~6살 정도의 어린 아이같다. 그렇다면 안에 있는 것은 누구인가. … 루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루이였다. 끔찍하게도 꿈에서까지 나를 괴롭히러 오는 구나. 마티아스는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제 미간을 쓸었다. 옆에 누운 아이가 꼼지락거린다. 머리 끝까지 이불을 덮고 있어 누구인지는 아직 육안으로 확인이 되지 않는다. 마티아스는 인간의 호기심에 따라 이불을 걷어냈다. 그러자 나타난 것은 루이………….

“안녕하세요?” 총명하다는 말을 담은 듯한 목소리. 똘망똘망한 눈. 풍성한 갈색 머리카락. 예쁘게 파인 보조개. 누군가가 정갈하게 묶어준 목덜미의 빨간 리본. 루이다. 아니, 그것은 루이가 아니다. 루이가 아니라면, 그것은… “당신은 누구인가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곳은… 어디죠?” 마티아스에게 질문을 쏟아내는 목소리는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 그것은 자신의 목소리였다. 그것은, 그것은. “… 저기요? 왜 그런 얼빠진 표정이죠?” 다른 것도 아닌 어린 시절의 자신. 부모님에게 사랑을 받는 아이. 체르닝 가문의 하나 뿐인 외동 아들, 마티아스 체르닝. 마티아스는 어린 마티아스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악몽이다, 악몽이야! 그것도 아주 질 나쁜 악몽이다. 차라리 루이였으면 좋았을텐데. 자신이 진심으로 루이를 그리워 하기는 처음이었다. 이런 상황에 어이 마저 상실해 헛웃음이 나왔다. 어린 마티아스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계속해서 마티아스를 쏘아붙였다. 당신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냐, 무엇을 원하는 것이냐, 하다하다 부모님이 기다릴 것이니 내보내 달라는 말까지. 마티아스는 천천히 올라오는 두통에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제 입가에 검지 손가락을 가져가, “쉿.” 하고 작게 속닥거리니 어린 마티아스는 이내 입을 닫았다. 여전히 하고 싶은 말은 많은 모양이었다. 마음의 정리를 마친 마티아스가 서두를 꺼낸다. “… 일단 내가 너를 데려온 것은 아니야. 나도… 눈을 떠보니 이곳이었고.” 당연하지, 꿈속인데. “미안하지만 나에게 꺼내달라고 해도 꺼내줄 수 없어. 하지만 그건 장담해… 시간이 지나면 우리 둘 다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왜인지 모르게 그런 기분이 드네.” 미안한 마음은 쥐뿔만큼도 없다. 내가 왜 미안해. 미안해야 될 것은 내 꿈에 튀어나온 저 어린 자신이다. 마티아스는 최대한 자신의 단어를 정제했다. 꿈속인데도 이상하리만치 예의를 챙기게 됐다. 어째서인지 마티아스 자신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린 마티아스는 금방 수긍했다. 그야 마티아스, 그는 얄쌍하고 볼품없는 몸을 가지고 있으니까. 한 쪽이 그을리긴 했어도 위협적인 인상은 아니다. 숫기없이 축 처진 어깨에, 피곤한 인상은 누군가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을리 만무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애초에 위협적인 태도를 내비친 것도 아니기에 마티아스의 설득은 어린 마티아스에게 금방 닿았다. 어린 마티아스가 침대에서 기어나왔다. 두리번거리며 방 안을 살핀다. 방을 살피기도 전에 마티아스에게 불만을 털어놓은 것인가. 어린 아이의 마음은 참 알 수 없구나. 마티아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 어린 아이가 어린 시절의 자신인데도 말이다. 침묵을 깬 것은 어린 마티아스다. “이름, 뭔가요?” “… 알아서 뭐하게.” “네? 무언가 할 생각은 아니지만 첫만남에는 이름부터 알려주는 거라고 했어요.” “그럼 네가 먼저 알려주는 것이 예의 아니야?” 퉁명스러운 말이 끝나자, 당연한 대답이 돌아온다. “체르닝 가문의 마티아스입니다. 형이 인형극에 관심이 있다면, 들어보셨을 수도 있어요!” 자랑스럽다는 듯 입꼬리를 씰룩이며 웃는 아이는 누가 봐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예외는 존재하겠지만. “그으래…” 마티아스의 대답이 길어진다. 지금껏 느껴본적 없는 기묘한 기분과 불쾌함이 얽혀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저 이 망할 악몽에서 깨어나고 싶다는 욕망만이 머릿속을 흔들었다. 더 이상 말을 붙이고 싶지 않다! 그런 마티아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불거리는 어린 마티아스다. “형은요? 이제 알려주세요.” “나는…”

내가 마티아스 체르닝인데. “나는…. ■■야.” 무엇이라 말 했는가? 마음 속에 그렇게 불리길 바라는 이름, 그것을 말한 것 같다. 확실한 것은… “아하, 그렇군요!” 어린 마티아스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해했다는 제스쳐를 취하며 덩그러니 솟아나있는 의자에 앉는다. 까딱까딱 다리를 떤다. 양손을 가지런하게 의자에 놓는다. “그런데 형, 아까 전부터 안색이 안 좋아요. 마치 안 좋은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것처럼.” “그건… 아니야. 됐어. 그냥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래.” 마티아스는 자연스럽게 마주 앉는다. 마치 원래부터 그래야 됐던 것처럼. 감각에 이끌린다. 다시 시작된 공백.

“형,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요?” 가만히 있을 수 없던 어린 마티아스가, 하얀 방을 사방팔방 뒤져보다 한 마디 툭 뱉었다. “아까부터 가만히 앉아서 저만 보고 있잖아요! 솔직히 무례해요!” 악몽이라 인지하고 있는 마티아스가 불필요한 동작을 취할리가 없었다. 이 불청객은 그런 마티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네가 열심히 찾아보고 있잖아. 어때? 뭔가 나온 거 있어? 없지 않아? … 쓸데없이 힘 빼지 말고 얌전히 있어. 부산스러워….” “읏, 그렇지만.” 마티아스의 냉랭한 태도에 어린 마티아스의 기운이 한 풀 꺾였다. 제 손만 꼼지락거리며 가증스러운 그 눈으로 마티아스를 바라본다. “심심해요.” 마티아스는 제 이마를 짚었다. 내가 어렸을 때 이렇게 귀찮았나? 정말, 이래서는 루이와 다를 것이 없군. 부모님은 이런 자신의 어디가 사랑스러웠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이해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와서 앉아.” 어린 마티아스는 순순히 앞의 의자에 앉는다. 다시 다리를 떤다. “… 부모님은 어떤 사람이야?” 마티아스는 가벼운 물음을 던졌다. “부모님이요? 음, 아주 좋은 분들이세요. 저를 항상 사랑해주시죠! 다른 사람도 아닌, 저는 마티아스 체르닝이니까요.” 그러니까 그 이름은 내 것이라니까. “형, 누나, 그리고 동생은 없어요. 부모님의 사랑은 전부 제 것이라는 말씀.” 아니야, 그건 내 것이야. “형은요? 형의 부모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아아, 그래. 나의 부모님은… “아주 못된 사람들이었어. 아닌가. 내가 문제였을지도 모르지.” “….” “네가 받는 사랑의 절반도 받지 못했어.” 절반이 뭐야, 전부를 받지 못 했어. “하지만 이제 상관 없어. 난 혼자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거든.” “그게 뭔가요?” “기대를 버리면 되는 일이야. 상대에게 사랑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면 되는 것이지.”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지? 나불거리는 입이 멈추지 않아. “나는 마티아스 체르닝이야. 그것만 떠올리고 있으면 되는 거야….” 지금 너는 무슨 표정을 짓고 있니, 마티아스. 아마 비웃고 있을 것이다. 루이는 그랬으니까. 루이와 별반 다르지 않는 너는 분명 웃고 있을거야. 한심한 마티아스, 라면서… 하지만 괜찮아. 이제 그런 말에는 익숙해. 기대 자체를 하지 않았으니까.

“아주 슬픈 일이네요.” 그렇게 말하는 네 표정은 곧 울 것 같았다. “사실은 사랑 받고 싶잖아요… 세상에 기대를 버릴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야? “자신이 누구인지, 마티아스는 제대로 알고 있어요?”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냐고. “그러지 않고서 혼자 지낼 수 있을 리가 없어요. 마티아스, 괜찮아요. 부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저희는 아주 닮았으니까… 그러니까…” 그만 해. “그러니까, 저는 당신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당신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결핍된 부분을 올바르게 채워나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네가 나에게 손을 뻗었다.

나는 그 손을 잡았다.

손을 잡자, 다른 텅 빈 손이 움직인다. 손은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뻗어 나가 얇고 갸날픈 목을 감싸쥐었다. 손에 힘이 들어간다. 갑작스러운 공기와의 차단 때문에 너는 마른 기침을 두어번 뱉었다. “… 어, 째서…” 아무리 힘이 없는 나라도 작은 인형 정도는 들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대로 바닥과 발의 간격이 벌어진다. “왜, 그러는 거야…” 너야말로 왜 그러는거야! 나는, 이제서야 나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부정하면 안 되는 거잖아. “케엑, 크, 크윽, 하, 아아……” … 빠지는 것은 숨인가, 영혼인가. 인형에게도 영혼이 있던가? 한참을 발버둥치는 작은 몸뚱어리가 하찮았다. 이렇게 쉽게 부술 수 있던 것인가. 멎어가는 움직임에 저려오는 팔을 내렸다. 손에서 힘이 빠지니 그 몸은 바닥에 쓰러졌다. 실이 끊어진 인형은 늘 이런식이었다.

토할 것 같아.

하얀 방에 한 명의 인간만이 남아있다. “이제 꺼내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나를 이 악몽에서 꺼내줘.” 하얀 상자에 하나의 인형이 남아있다. “꺼내줘.” 상자는 손길이 닿지 않는 창고 깊숙한 곳에 쑤셔박힌다. “루이…”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뭐랄까 쓰고싶었던 것은 과거의 자신을 만나서 멘헤라 온 마티 브컨 파티였는데 걍 캐해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만으로 보이네 해석? 쓰기 귀찮다. 영원히 미완에 퇴고 안 한 글로 있어라

카테고리
#2차창작

해당 포스트는 댓글이 허용되어 있지 않아요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