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인격

혈적

플로마티 | 익명 글 커미션

Night Rain by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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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 관련 민감한 소재 포함


바람을 따라 불이 옮겨붙는 속도가 빨라졌다. 붉게 치솟는 불길 사이에서 재로 변하는 모든 것들을 보고 있는 눈이 두 쌍, 하나는 내 것이고, 그럼 하나는? 아, 쌍이라는 말은 오류가 있다. 동공 하나가 불길을 따라 이리저리 흔들린다. 이미 너덜거리는 마티아스의 팔목은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고, 그는 아마 이 모든 일들이 자신의 탓이라 책망할 것이었다. 그가 여기서 죽는다면, 화재로 인한 사고로 처리되겠지.

플로리안에게는 마티아스를 살릴 책무가 있다.

플로리안은 마티아스의 팔을 잡아 자신의 입가로 가져갔다. 그러고는 그의 팔목을 핥아 올리기 시작했다. 분명 불꽃과 비슷한 붉은 색인데, 불이 남긴 흔적들과는 전혀 다른 맛이 느껴졌다. 플로리안의 입안에 피의 비릿함이 감돌았다.

제 행동에 놀란 마티아스가 급하게 팔을 쳐내고는 자신의 팔을 문지르는 일련의 행동을 보고 있으니 괜히 장난기가 돌았다.

마티아스는 의자에 앉은 탓에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은 플로리안을 내려보는 입장이 되었다. 둘의 눈이 얽히자, 플로리안이 입을 열었다.

"마티아스, 아파?"

플로리안은 다시 마티아스의 팔을 잡곤 상처에서 흐른 혈흔 대신 상처에 혀를 댔다. 상처에선 연이어 피가 비집어나오고 있었고, 혀를 상처 안으로 비집어 넣으려는 시도에 마티아스가 몸을 움찔 떨었다. 감각이 느껴지는 건지, 혹은 제 행동에 놀란 것인지는 구태여 물어보지 않았다.

둘의 옆에는 이미 다 연소하여 무너진 한 때는 건물이었던 것의 잔해만이 남아 있었고, 이 공간에서 살아 움직이는 건 둘밖에 없었다. 마티아스는 플로리안의 질문에 대답하려는 듯 고개를 저었고, 플로리안은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피가 멎기 시작할 때쯤, 플로리안이 혀를 떼자, 상처와 혀 사이에 붉은빛의 실이 흘러내렸다.

플로리안은 마티아스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으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마티아스는 그 웃음이 거짓이라는 걸 알 게 분명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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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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