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왕

형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었을 뿐인 남동생 이야기

카이바 세토 탄생제


파티가 끝난 자리에는 무엇이 남을까.

샹들리에는 무지개색으로 빛을 흩뿌리며 텅 빈 파티 회장을 비추었다.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창문으로는 달빛 한 줄기 들이치고 있지 않건만, 이곳만은 완연한 낮처럼 환했다. 그러나 고작 인공적인 빛으로 흉내만 냈을 뿐인 양지에는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 싸늘하게 식은 공기와 적막함만이 남아 있었다.

모쿠바는 아무도 없는 회장을 거닐었다. 천천히 발을 내딛는 그 모습을 까만 유리창이 영화관의 스크린처럼 비추었다.

오늘을 위해 신경 써서 세팅한 헤어스타일과 맞춤 정장, 시월의 탄생석인 오팔을 가공하여 만든 넥타이핀. 유우기는 오늘 정말 멋있다며 칭찬해주었다. 그 무해한 미소에 대고 모쿠바는 미안해, 유우기…… 라는 사과밖에 할 수 없었다. 중간을 잘라 이어 붙인 필름 같은 대화였다. 유우기는 의젓한 톤으로 괜찮다고 대답했다. 상냥하면서도 강인한 주인공 역할을 맡은 배우가 말할 법한 억양이었다.

형보다 겨우 네 달밖에 먼저 어른이 되지 않았는데도.

테이블마다 질서정연하게 쌓여 있던 음식들은 무너진 젠가처럼 흐트러져 있었다. 샴페인 잔에는 마시다 만 물방울이 고여 있었고, 빳빳하게 펼쳐져 있던 융단은 물결처럼 주름 지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따금 하얀 테이블보 위에 잘못 떨어진 소스가 눈길을 끌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하더라도 말소리와 음악이 흐르던 이곳에는 이제 이런 것들만이 남겨져 있을 뿐이다.

모쿠바는 의자를 하나 끌어내 털썩 앉았다. 넥타이도 아무렇게나 풀어 헤쳤다. 이젠 청바지와 조끼 차림보다도 스리피스 정장과 구두가 익숙하지만, 끝까지 꽉 조인 넥타이가 가끔은 목줄 같다는 생각을 벗어날 수 없었다.

어린 시절, 후계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던 형의 목에는 이따금 붉은 자국이 나 있었다. 모쿠바는 이제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 위에 잔뜩 덧그려진 손톱자국과 상처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스스로가 한심하고 무력하다 느껴질 정도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모쿠바는 무심코 손톱을 세워 목을 긁던 행위를 깨닫고는 손을 멈추었다.

회장 정면에는 마이크도 화환도 치워진 황량한 단상만이 있다. 파티 도중에는 수많은 사람이 저 위를 올라갔다 내려왔다. 정계의 인사며 유명인이 축사를 읊었지만, 그중에 몇 명이나 진심을 담아 말했을까. 오색찬란한 겉모습에 비해 내용물이 없어 한순간도 머무르지 않는 비눗방울 같은 말이라면 지긋지긋하다. 그렇기에 더욱 유우기의 축언이 와닿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카이바를 절친한 친구라고 말했다. 실제로는, 잔인한 일을 강요하고 떠나버린 형도, 사내 정치에 끌어들인 동생도, 그저 원망하고 싶을 텐데.

변명을 해보자면, 모쿠바 역시 KC의 일에 유우기를 말려들게 하고 싶진 않았다. 여태껏 도와줘라고 말 한마디 하지 않았던 것은, 자신의 나약한 요청으로 인해 우정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불순한 감정은 아주 조금이었을 뿐인데도, 벌레가 들어간 물은 마시지 못하고 버려야 하는 것처럼, 제 손으로 모든 우정을 쏟아버리게 될까 봐 그것이 가장 무서웠다. 이러한 염려에 대해 유우기는 괜찮다고 말했다.

파티든 대회든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갈게, 그렇게 해서 너를 지킬 수 있다면. 그러니까 난 괜찮아.

아니었다.

괜찮지 않은 사람은 모쿠바였다.

한 번 어리광 부리면 더욱 기대고 싶어질 터다. 앞으로가 더욱 가혹한 시간이 될 것이다.

모쿠바는 인기척조차 없는 회장을 둘러보았다. 제자리에 돌아가지 못하고 테이블 밖으로 빠져나와 있는 의자들, 쓰레기통에 버려질 식은 음식이 들러붙은 채 굳어버린 접시들. 그리고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누군가가 떨어뜨린 귀걸이 한 짝.

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이토록 초라하게 남아버린 것이 카이바 세토가 성인이 되는 생일 파티였다는 것을.

모쿠바는 허리를 숙여 귀걸이를 주웠다. 은은한 광택이 나는 하얀 진주 귀걸이였다. 모쿠바는 그것을 손 안에 꽉 쥐었다. 이것이 꼭 자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이 찾으러 올지 기대조차 하지 못하는, 남겨진 것.

카이바 세토를 잊어가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그를 다시 한번 각인시키고 KC의 건재함을 보여주는 화려한 행사를 매년 열어도 소용이 없다.

카이바 세토 본인이 없으므로.

불에 댄 듯 눈가가 뜨거워지고 시야가 뭉개지며 일렁거렸다. 모쿠바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나 울었는데도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은 듯했다. 오늘만큼은 원망이나 그리움보다는 축하와 축복이 어울리겠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가 없었다.

생일 축하해, 라고.

돌아온다면 몇 번이고 말해줄 수 있을 그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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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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