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Rhys

디에고키아라

“리스가 학교에서 자경단 활동을 했습니다.”

“그것 참 아이 아버지 같은 행동이네요.”

“그리고 도둑질도 했습니다.”

“자기 엄마 같은 행동도 했네.”

제발… 시간을 한시간 전으로 돌릴 수 있다면, 리스 하그리브스는 장담컨대 교장에게 그냥 이대로 퇴학시켜달라고 외쳤을 거다. 제발 이 어디 내세우기 부끄러운 부모님은 학교에 오지 못하게 하고. 부모면담 같은거 필요없으니까, 그냥 퇴학. 정규교육과정을 안 밟아도 잘 사는 건 삼촌이모들로 증명되었으니까 제발.

“그런데 자경단 활동이 문제인가?”

“도둑질이 문제겠지.”

“하긴, 안 잡히면 되는 시대는 끝났지.”

애초에 학교에서 자경단 활동을 어떻게 하는지는 제쳐두고, 키아라는 태연했다. 그야 정말로 문제가 되는 이유를 몰랐으니까. 하그리브스 부부와 대화하게 된 교장에겐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이 부부에게 아이 양육에 대한 상식은 요구할 수 없었다. 열일곱의 자신들은 어땠는지 머리를 굴려보는 키아라에게 자경단 활동이나 도둑질이나 큰 문제가 될 것은 아니었다. 도둑질은 걸렸으니 문제긴 하지만, 그래도 자경단 활동까지는 괜찮지 않을까. 조금 더 솔직하자면 디에고가 도둑질에 불같이 화낼거라고 생각했다. 얘가 나한테 익숙해져서 물러진 건 아니겠지. 갑자기 안좋은 생각이 들었다. 설마. 아니겠지. 옆에 앉은 남편을 힐끔 쳐다봤지만 평소와 별다를 것 없었다. 큰일났다. 얘 정말 나한테 익숙해져서 물러졌나 봐. 남편의 직업이 형사라는 게 갑자기 상기되었다. 망했다.

“그래서 무얼 훔쳤습니까?”

“우선 바이크 키부터…”

디에고가 돌린 말에 교장은 책상 밑 서랍을 열어 꺼내기 시작했다. 옆에 있는 아내의 얼굴을 봤을 때, 별달리 화나보이진 않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키아라는 언제 무엇으로 터질 지 모르는 사람이라 가능한 자경단 얘기는 빨리 넘기고 싶었다. 자신의 자경단 시절을 키아라는 정말로 안 좋아했고, 그러니 아이의 같은 행동에 대해서도 분명 안 좋아할 거다. 도둑질도 도둑질대로 큰 문제지만, 일단 말을 돌리는 게 디에고에겐 더 중요했다. 그나저나 바이크 키라니… 이런 걸 닮을 필요는 없는데. 키아라와 다시 만났을 때 주머니 속 자동차 키가 사라졌던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돌려주려고 훔친 거라고요, 그러니까, 아까도 말했는데…”

끊임없이 나오는 물건에 리스가 변명하듯 말을 늘어놓았다. 아빠가 침착한 게 이상하고, 엄마가 입을 다문 게 이상하다. 십칠년을 보아왔으니 안다. 부모님은 멀쩡해 보일 때가 제일 위험하다. 그냥 처음처럼 쓸데없는 사족을 붙이는 게 더 괜찮다. 원래는 파이브 삼촌이랑 바냐 이모를 부르려고 했는데, 왜 하필 오늘 그 집에 엄마가 있어서…

돌려주려고 훔친 건 정말이다. 자경단 활동이란 게 이상한 짓이 아니다. 그러니까, 얼굴을 보이고 하면 시끄러워질 게 뻔하니까 조금 감췄을 뿐이지.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안 좋게 흘러가는 상황을 내버려둘 수는 없잖아. 물론 약간의 돈을 받고… 한 일도 있긴 하지만… 히어로도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닌가. 하여간. 저 바이크 키의 주인은 릴리다. 만년필은 숀. 작문과제는 로저. 그것 말고도 하여간. 정말 전부 다시 원래 주인에게 향할 물건이었다. 걸리고 다들 입을 싹 다물긴 했지만. 개자식들. 겁이 너무 많아. 근본적으로 조져야 하는 상대는 따로 있지만.

“…그리고 주사기도 있었죠.”

정말 다행인 사실은 저 주사기가 정말 주사기인 상태란 거다. 리스는 진심으로 안도했다. 만약 안에 내용물이 있었다면? 그런 끔찍한 상상은 하지 말자. 교장은 마치 내용물이 뭐였는지 아는 것처럼 말했고, 알고 있겠지만, 어쨌든 증거는 없다. 저건 사용도 안 한 새 거다. 교장이 주사기의 바늘 캡을 열자…

쾅.

“하그리브스 씨?!”

“아, 젠장.”

옆으로 넘어지는 소리와 함께 키아라가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리스는 옆을 보지 않았지만 무슨 일인지 알았다. 아빠가 주사바늘을 보고 기절하는 걸 처음 보는 것도 아니니까. 그저 앞의 교장만 갑작스러운 일에 당황해서 흔들린다. 머리가 아프다. 왜 이렇게 된거지. 디에고와 키아라도 그리고 리스도 아마 평생 눈치챌 일 없겠지만, 그 둘이 자신들의 첫사랑에서 하나씩 따서 지어준 이름을 가진 리스 하그리브스는 정말로 자신의 부모를 닮았다. 그리고 제일 닮은 부분은 무슨 일이 생겨도 자신의 잘못이라고 여기지 않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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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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