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익명의 로디
총 13개의 포스트
키쿄 리오는 어두운 터널 속을 지나가듯, 고요한 정적을 차분히 걷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깊은 안개 속. 어둠을 밝히는 빛줄기 하나가 마치 이정표라도 되는 듯, 그것을 향해 쭉 걷기만 했다. 한참을 걸어도 다리에는 감각이 없다. 현기증이 날 것처럼 머리만 아플 뿐이다. 빛의 근원으로 다가갔다고 생각한 순간, 어둡던 세
신부님, 있죠. 이 세상에는 악마가 있대요. 저는 본 적 있어요. 악마는요. 새까맣지 않았어요. 오히려 새하얗고… 또 붉었어요. 마치 불꽃의 색처럼요. 악마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그 앞에서 사람들은 황홀하다는 듯이 제 삶을 바쳤어요. 사람들이 전부 죽자, 악마는 홀연히 사라져버렸어요. 거기에는 불어오는 바람에 나부끼는 재뿐이었죠. 歡樂 레온은
전철이 다가오는 소리에 A코의 손가락이 바삐 움직였다. 아쿠아마린 컬러의 핸드폰 케이스에는 새먼 핑크색 하트가 잔뜩 붙여져 있었다. 저 장식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흔치 않은 색이라 투명한 아크릴에 직접 매니큐어를 칠해서 장식할 정도로. 왜 굳이 저 색을 고집하냐 묻는다면 두어달 전부터 전철에서 보게 된 미인 때문이었다. 두 달 쯤 전에 어쩌다보니 3
숨이 거칠다. 가슴이 아릴 정도로 달리고 또 달렸다. 옷은 붉은 액체로 젖어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스자키 쥰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 비루한 삶도 여기서 끝일 거라고. 그래, 어차피 남을 좀 먹는 인생 따위는 사라지는 게 나을 지도 몰라. 비참한 삶이었잖아. 은총알은 관통되지도 못하고 심장을 찔러댔다. 차라리 곧 바로 죽는 편이 나았을
성당은 꽤 어수선했다. 건강하던 신부님이 병상에 누운 지도 벌써 열하루가 넘었다. 성당은 어수선하고, 다들 묘한 분위기에 사로잡혀 서로의 눈치만 보며 자리를 지켰다. 디 신부님께서는 좋은 분이셨다. 성당에 있는 누구보다도 키도 크고, 그만큼 인자하신 분이었다. 빵을 훔쳐서 주인에게 맞아 죽을 뻔한 나를 감싸다가 큰 상처를 입기도 하셨다. 성이 난 주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