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의 독백
J는 죽어가는 중이다.
무력한 사람에 대한 비유가 아니다. 실제로 피를 쏟아가며 생명력을 잃고 있다. 평소 미스터리에 관심이 많던 J라면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머리를 굴렸을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현재 J는 몽롱한 정신과 본능적인 사고 그 이상을 할 수 없는 상태이다. 비명이 한숨처럼 흘러나올 정도로 몸도 말을 듣지 않는다. J 본인이 느끼는 마지막 순간은 잠에 드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J는 침잠하는 정신을 붙잡으며 한가지 물음만을 반복하고 있다.
'왜 내 친구가 나를 죽이는가?'
J가 제 목숨처럼 생각하는 친구였다.
'목숨처럼 생각하기에 친구가 스스로를 살리기 위해 나를 죽인 걸까. 나에게 차마 대신 죽어달라고 말할 수도 없었던 걸까.'
어처구니없는 생각이라는 건 알지만, 반대로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J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의 삶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왔다.
아이 하나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해줄 수 있는 풍요로운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렇다고 마구 사치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평범하고 소박하게 살았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경험을 하고... 모두가 이 정도로만 살 수 있으면 세상에 근심걱정이란 없겠구나 하는 삶을 살아왔다.
남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았던 걸까. 아니면 친구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았던 걸까.
세상에 이 이상가는 친구는 없을거라 여겼던 이가 이렇게 끔찍한 배신을 하니 더 살 수도 없는 인생에 회의감이 든다. 내가 죽으면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왜 벌써 가느냐고 슬퍼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너무 아프지 않게 마음을 추스리고 서로를 다독이며 언젠가는 나를 추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전부 나의 착각이었던 건 아닌지, 내 장례식 대신 축하 파티를 하는 건 아닌지.
그래,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 나는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곧 죽을 것이다. 죽은 J의 몸과 이름을 어떻게 취급할지는 산 자의 몫이고 거기에 죽은 나는 관여할 수 없다.
"그래서, 곧 죽을 너는 미련없이 떠날 생각인가?"
눈을 감기 직전,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혼자 남은 방에 문을 열지도, 걷지도 않고 어느 순간 존재할 수 있는 이는 누구일까.
"겨우 그런 게 궁금한 거야? 나라면 왜 죽게 됐는지를 물어보겠어."
힘없는 실소가 흘러나온다. 실소라니. 눈을 뜨는 것도 힘에 부쳐 눈꺼풀이 내려오던 중이었는데.
"대충 무슨 상황인지 감이 안 와?"
"...아니, 그럴리가."
쉰 목소리는 나오지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죽음이 정체된 거지 활력이 돌아오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이유를 알고 싶어."
"방법은 내가 지정할거야."
"상관 없어. 막연히 답답하기만 한 지금보단 나을 테니까."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상대가 흐음, 하고 콧소리를 냈다.
"행운을 빌게. 끝까지 만족스러울 수 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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