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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젠 프로필

Roshen

로젠 Roshen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자

요정의 초대를 받은 손님

마녀라고 불리던 오해와 진실


동트기 직전의 어둠을 닮은 여인.

잿빛 머리칼은 새벽녘의 희미한 푸른빛을 머금고 있으며 검푸른 옷자락이 흔들릴 때마다 차가운 밤의 향기가 스친다.

촛불처럼 옅은 미소를 짓고 있지만, 끝없이 타들어가는 심지를 볼 때와 같이 눈을 떼기 어렵다.

잿더미 같은 두 눈동자는 폐허 한 폭을 담아낸 듯 한쪽이 유독 옅다.

과거

  • 에린으로 넘어오기 전의 이름은 로젤린 에스턴. 애칭은 로제.

  • 유일한 가족은 남동생 하나였다. 어릴 적, 사냥꾼이었던 부친이 죽고 모친 또한 일찍이 병사한 이후 몸이 약한 남동생의 요양을 위해 외진 시골에서 지내며 마녀라는 오명을 쓴 채 살아왔다.

  • 하지만 사실은, 진짜 마녀가 맞다. 사람들이 흔히 마녀로 정의하는, 비현실적인 존재를 보며 약간이라도 교감을 나누는 범주 안에 속하고 있으니.

  • 감각을 인지하기 시작했을 적부터 요정과 유령 등 비상식적인 존재를 보거나 이와 관련된 힘을 다루었다. 이러한 능력을 이용해 머무는 지역의 날씨를 점지하고 농사, 사냥 등을 도왔으나 요정과 대화하는 모습을 발각 당해 마녀라며 멸시와 위협을 받아왔다.

  • 삶의 부표이자 족쇄였던 가족을 성장시킨 후엔 자신의 평판과 편견이 결코 이득이 되지 않는다며 스스로 먼저 연을 끊어냈다. 제 역할이 끝났음을 깨닫고 자신의 삶을 위해 자취를 감춰버리지만, 정처 없이 떠돌며 자신의 목적을 찾던 중 맞닥뜨린 적 없는 요정의 초대를 받는다. 그 비현실적인 존재는 그녀에게 호의를 보였을지언정 그녀는 한낱 인간이었기에, 가본 적 없는 땅에 도착했다고 느꼈으나 사실상 요정에게 홀려 죽은 셈이 되었다.

  • 죽음을 실감하지 못한 이유는, 그녀가 이후 새로운 몸을 얻어 에린으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에린

  • 처음 에린에 떨어졌을 당시엔 금발의 작은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다. 외지인에게 배척이 심하지 않으며 작고 소박한 티르 코네일에서 주로 성당이나 여관 아르바이트, 혹은 던컨의 심부름을 하며 머물렀다.

  • 그러나 이 작은 마을에서의 정착을 고려하던 시점에 귀걸이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들어주게 되며 소박하게 이들과 어울려 살아가겠다는 바람이 어그러진다. 이후 메인스트림 관련 서사는 후술. (차차 적어갑니다.)

  • 티르 코네일에서 머물 당시엔 주로 여관에서 지내왔다. 이후 던컨의 부탁을 받기 직전, 꿈에서 여신을 본 후 던전에 발을 들였다가 처음으로 환생을 한다. 이전까지는 금발의 작은 어린아이의 육신이었으나 의식에 남아 있던 전생의 모습과 비슷하게 눈을 뜬다.

  • G3 여신강림 직후부터 스스로 환생을 거부하고 있다. 기존의 육신 그대로 죽은 자리에서 되살아나는 부활만을 반복하고 있으며, 새로운 몸으로 다시 살아나는 환생을 거부한 채 다난의 삶을 모방하고 있다. 그녀도 알고 있다. 단순하고 어리석은 고집일 뿐, 그들과 같은 시간을 살아갈 수는 없다고.

  • G25 이후 현 시점엔 에레원의 배려로 티르 코네일와 슬리아브 퀼린 사이, 안트림 산맥에 속한 숲으로 거처를 옮겼다. 집이라고 할 만한 거처는 이멘 마하에 있으나 주로 비워두고 이곳의 오두막에서 지내고 있다.

  • 환생을 거부하는 후유증으로 육체의 내구도가 닳아가고 있다. 금이 간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와 유체이탈 상태로 주변을 돌아다닐 때가 있다. 영혼 상태이지만 의식도 정신도 또렷하며, 다시 몸으로 돌아갈 때까지 근처에서 쓰러져버린 자신의 몸을 지키고 있다.

성격 및 기타

  • 감정의 동요가 적고 차분한 성격이지만 호전적이기도 하다. 상대가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위협할 만한 존재라면, 더욱. 주로 검을 이용해 몸을 아끼지 않는 저돌적인 전투 방식을 취하며 간혹 마법과 연금술을 섞어서 활용하기도 한다.

  • 몸의 내구도가 얼마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선 이전의 저돌적인 공격 방식 대신 좀 더 방어적이 되었다.

  • 말수가 적은 대신 생각이 많아서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생각의 정리가 필요할 땐 홀로 투신하듯 던전 깊이 들어가 며칠간 잠적하곤 한다.

  • 외관상으로는 무심하고 건조해보이는 인상이지만 말을 걸면 희미하게 부드러워지는 표정을 볼 수 있다. 깊게 친해지지 않아도 다정한 성격임이 드러난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편이며, 대다수의 이들에게 온화한 면 때문에 오히려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속을 읽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본인 역시도 남에게 자신의 이야기나 감정을 꺼내는 걸 기피한다.

  • 아이부터 시작하여 전생의 남동생 또래 나이대까지 자신보다 어린 외형에 약하다. (트리아나, 에레원, 밀리아, 알터, 피르안, 타닐리엠 등.)

  • 검푸르고 긴 기장의 옷을 선호한다. 활동성을 위한 적절한 노출은 편하게 느끼지만 신체가 과하게 드러나는 디자인은 주춤하는 면이 있다. 환생을 거부하기 시작한 후부터는 본래의 모습과 가장 비슷한 짙은 잿빛 머리의 성인 여성 모습을 유지 중이다. 간혹 에린에 온 지 얼마 안 된 당시 같은 차분한 금색의 가발을 착용할 때가 있으나 흔치는 않다.

  • 좋아하는 장소는 티르 코네일, 슬리아브 미시, 피오드, 발레스, 스쿠압틴, 용뼈 무덤, 셀라 항구, 실바 숲처럼 침엽수가 자라는 건조한 숲 등이다. 서늘하고 인적이 드물며 척박하고 고요한 곳을 좋아한다.

  • 여신강림 시점 이후 다난의 짧은 시간을 의식하게 된다. 아무리 이곳에서의 연을 만들어도 자신은 끝끝내 이방인일 거란 외로움과 유리감, 그들과 같은 존재가 아니란 깨달음이 그녀에게 고독감을 주었다. 이를 기점으로 죽어도 다시 새 육신을 얻어 살아나는 자신을 다른 사람들이 잊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긴다.

  • 다난들과 같은 시간대를 살고 싶어하며 환생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환생을 거부하는 부작용으로 몸의 내구도가 닳는 바람에 간혹 깨져버린 몸의 틈새로 영혼이 빠져나와 유체이탈 상태에 들게 되는 불상사가 생긴다.

메인스트림

  • 여신강림 : 다난과 밀레시안의 본질적인 차이를 깨닫게 된 모든 일의 시작. 처음 환생을 경험한 후, 이질적인 것을 본다며 남들에게 거부당하던 전생을 떠올리고 환생을 거부하게 된다.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을 연달아 잃은 루에리를 동정하고, 난생 처음 누군가가 행복하길 바란다는 마음을 품게 되지만 이미 그와의 관계는 어긋난 뒤였다.

  • 이리아

  • 연금술사

  • 셰익스피어

  • 드라마

  • 신의 기사단

  • 아포칼립스

인물 관계

  • 모리안 : 다난과 밀레시안의 시간이 상호 다르다는 계기를 제공하게 된 시작점. 그녀가 자신을 이용하려 했다는 걸 알았어도 그것과는 별개로 신족에 속하는 그녀도 다난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모리안의 방식에 대해 약간의 이해와 납득을 하고 있으며, 자신 또한 에린이라는 세상으로 넘어오게 되었으니 특별히 원망하지는 않는다.

  • 피르아스 : 12살. 로젠이 처음 티르 코네일에 나타났을 때 피르아스는 그녀의 나이가 12살 언저리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10살이라기엔 조금 키가 있었고 청소년기의 외형이라기엔 지극히 앳된 구석이 있었다. 밀레시안으로서 그녀가 이 작은 마을에 첫 발을 딛게 되었을 때, 그녀가 가장 처음 한 일은 이곳에서 먹고 살기 위한 일을 찾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자립하기 위해서 그동안 임시방편으로 머물러야 할 공간을 구하는 것이었다.
    처음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찾아간 성당에서 엔델리온은 그녀에게 이른 오전에도 할 일을 구한다면 여관에 가보라고 일렀다. 일당 대신 숙박으로 할 수 있느냐는 제안에 피르아스는 고민하다가 수락했고, 그녀가 짧게나마 여관의 군식구가 되어 머무는 동안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을 알려주었다. 그가 여행하며 얻은 중요한 팁부터 시작해서 사소하고 자잘한 잔소리까지.

  • 포셔 : 자유를 갈망하는 엘프를 바라보며 로젠은 그녀가 자신과 닮은 면이 많다고 여겼다. 그러나 포셔가 선택한 자유는 그저 드넓은 사막 위에 드리운 신기루와 같이 허상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진짜 자유를 택하지 못했다. 그녀가 선택한 사람은 결코 자유로운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로젠은 그녀에게 차라리 그자가 아닌 자신을 고르라고, 그런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자신도 무엇이 자유로운 삶인지 잘 알지 못했으니까. 때문에 포셔가 떠나는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아야 했다.
    자유를 갈망하는 엘프는 로젠에게 앞날을 위한 의문을 남기고 떠났다. ‘어쩌면 언젠가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몰라.’, ‘그때는 그녀도 나도 진짜 자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을까.’, ‘다시 만나는 날엔 올바른 답을 공유해줘야지.’ 불확실한 재회를 위해서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무엇을 이정표 삼아 걸어가야 할지 고민하는 수밖에 없었다.

  • 에레원 : 휩쓸리기만 하던 자신의 삶에 대해 처음으로 방향성이란 걸 고민하게 된 직후 만나게 되었다. 또다시 복잡한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회의적이고 염세적인 갈등이 스쳤으나, 끝내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에레원을 돕는다. 현재는 에린의 다른 누구보다 가족처럼 아끼고 있으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에레원을 계속 지켜보고 싶어한다.

  • 멀린 : 신세를 많이 지고 있는 친구. 몸의 내구도가 아슬아슬해진 시점부터는 특히 더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주기적으로 바스라져가는 육신의 관리를 위해 벨바스트의 주점에서 만나고 있으며, 굳이 쓴소리하지 않고 환생을 하지 않아도 지금 몸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멀린에게 고마움을 갖고 있다.

  • 알터 : 제게 맹목적으로 호감을 표현하는 알터에게 부담을 느꼈으나, 사실은 전생의 가족을 겹쳐보고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려 했다. 상대에게 누군가를 투영하는 짓이 얼마나 큰 실례인지 알기 때문에.
    그러나 알터는 자신을 위하는 진심과 행복을 바란다는 말을 건네며 전생의 가족을 투영해도 되지만 자신이 알터라는 사실만 잊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 말에 그녀는 비로소 깨달았다. 알터와 전생의 가족이 무척 다르다는 사실을. 이자는 자신의 예전 가족과 무척 다르다는 것을. 알터는 굳이 예전의 가족을 덧씌워보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고 있다는 건 이미 남매 같은 관계가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스포일러 관계

  • 루에리 : 가장 처음 밀레시안이란 정체성, 그리고 다난과 밀레시안의 차이점을 (부정적으로) 깨닫게 된 원인. 그에게 안타까움을 느꼈을 뿐만 아니라 한때 영웅이 되길 바랐던 그의 행복을 바랐으나, 점차 어긋나는 관계 속에서 로젠 역시 잘못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 예를 들면, 자신을 탓하는 그에게 더 이상 해명하길 그만두는 대신 직접 그의 삶을 고쳐주겠다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다던가.
    그러나 남자는 그녀의 손길을 질색했고 그녀 또한 그가 선뜻 자신의 말을 들어주리라는 기대 따위 하지 않게 되었다. 자신을 증오하는 그를 위해서, 다소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에게 평화와 안식을 되찾아주겠다고 생각했을 뿐.
    자신이 주는 것이라면, 그는 행복이라 할지라도 거절할 걸 알면서도.

  • 톨비쉬 : 첫 만남 당시, 그녀는 자신에 대해 깊게 파악하고 있는 듯한 톨비쉬를 보며 거부감을 느꼈다. 이후로도 이러한 감상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으나 변한 것이 있다면 딱 하나, 불멸을 사는 밀레시안인 이상 영겁이 시간이 흐른다 해도 결국 자신의 곁을 지키고 있을 존재가 톨비쉬 단 한 명일 거란 사실이었다. 밀레시안으로서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싶은 그녀에게는 가장 최악의 상대였다.
    그와의 관계를 비유하자면, 불편하기 짝이 없는 사업 파트너에 가깝다. 정작 그는 그녀를 마지막까지 함께할 유일한 존재로 여기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불멸자로서의 삶을 얻게 된 이상 남겨지는 이들은 손 한 줌에도 잡히지 않을 거라고. 그리고 가장 보장된 관계란 바로 눈앞의 이자임을.

드림 관계

  • 베인 : 처음 베인을 대면한 순간, 그녀는 그와 자신이 어딘가 닮은 구석이 많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 직감대로 사실이기도 했다. 크게는 무엇에도 연연하지 않고 떠도는 것 같으나 어떠한 굴레에 얽매여 있는 처지부터 시작하여, 작게는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호전성을 드러내는 면모까지.
    그러나 많은 것이 비슷한 그에게는 정작 그녀와 다르게 그토록 바라는 것을 얻어내고야 말았단 큰 차이점이 있었다.
    그녀가 가장 바라는 다난다운 모습, 그들처럼 살아갈 수 있는 죽음이라는 게 공존하는 삶을.
    그의 모습을 보며 스친 감정은 동병상련에 가까운 이해와 공감보다도… 자신을 두고 사라지는 그를 향한 원망과 시기, 부러움과 애증, 그리고 붙잡고 가지 말라 매달리고픈 절박함이었다. 지금에 이르러 그녀는 어쩌면 그자가 더 나은 모습으로 다시 걸어가게 될 자신을 내다보았는지도 모른다고 깨달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고 간 그를 그리워하는 감정을 꺼뜨릴 순 없었다.
    그녀의 한쪽 눈을 망가뜨린 주범이기도 하다. 마지막 전투에서 베인 역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의도인지 아닌지 모를 흉터를 남겼다. 지금은 완전히 회복되었대도 원래의 두 눈보다 옅어진 홍채는 마치 후유증처럼 남겨진 채 때때로 그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 로시네
    1. 로젠의 입장
    : 첫 만남 당시 에린의 영웅에게 잡일을 시키는 노라의 지시로 여관 일을 거들고 있던 중 최초로 그를 만났다. 가장 처음 느낀 첫 인상은 외강내유. 남들이 함부로 말을 걸기 어려운 말투, 산 아래의 타인들과 최소한의 교류를 위해서 흉내내는 사회성, 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도 상대를 찬찬히 탐색하고 경계하는 속내까지. 그런 것들이 청년의 눈빛 속에 역력했다.
    그녀는 이자가 굳이 깊게 엮일 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그쪽 역시 이쪽을 언뜻 주의 깊게 살피는 듯했으나 괜한 말을 걸지는 않았다. 한 번씩 마을 내에서 스쳐 지나가거나 대면하는 일이 있었으나 그때까지도 말 한 번 섞어볼 일이 없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약간의 경계심을 품고 있었을 뿐.
    그런 상황이 몇 번인가 더 스쳐간 이후, 그녀는 그와 처음으로 대화란 것을 나누게 된다. 그가 내려온 산에서 발생한 어떤 이변으로 인해서였다. 그녀가 이 세상을 몇 번이나 구해낸 소문의 영웅임을 알게 된 그로서는, 자신이 사는 곳에 벌어진 이변을 해결하기 위해 그녀의 도움이 필요했고, 영웅인 그녀와 달리 영웅이 아닌 평범한 자신이라 해도 빚을 지기보다는 가능한 동등한 입장으로서 그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여 수평적인 거래를 하고자 했다.
    사실 그녀, 로젠은 그, 로시네가 거래를 청하지 않아도 그의 부탁을 들어줄 생각이었다.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과 소통한다는 이유로 마녀 취급을 받으며 늘 겉돌았던 과거는 늘 그녀에게 어딘가에 얽매이고 싶어하는 욕망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에. 이미 영웅이라 불리는 몸인데도 그녀는 늘 이 세상이 자신을 필요로 하길 바랐다. 세상의 이변을 해결함으로써 더 이곳에 발을 붙이고 싶다고.
    하지만 그녀가 기꺼이 그의 부탁을 수락하고 이 이변을 수습하기 위해 나섰음에도, 그는 이변에 휘말려 영혼을 빼앗기는 일을 겪고 말았다. 이후로도 본래의 자신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등의 일을 겪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녀는 이 사람이 어딘가 자신과 비슷한 면이 많다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기시감 때문이었다. 닮은 면이 너무 많아 마음을 주고 말았던 어떤 남자처럼, 산에서 내려온 청년에게도 그녀가 가지고 있는 것과 가지지 못한 것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었다.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요정의 사랑을 받는 그녀와 같이 그 또한 혹독한 재앙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는 점에서.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그를 사랑하고 아꼈던 일족이 자신들을 희생하여 그를 지켜내고자 한 반면, 그녀의 삶에는 그런 유대감도 교류도 주고받을 만한 존재가 없었다는 차이가 있었다. 만약 그런 존재가 그녀에게도 있었다면 선뜻 원래의 세상을 버리고 요정의 초대에 응했을 리도 없었을 테지만… 다만 그녀는 이를 계기로 그에게서 과거의 자신을 겹쳐보게 되었다. 과거의 자신은 가지지 못했던 것. 때문에 단순한 거래를 넘어서 진심으로 그를 도와주게 된 것이다.
    어쩌면 그때 이미 그녀의 마음속에 이 젊은 산지기를 향한 뜻 모를 감정이 일렁이게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그 감정을 단순하게 동병상련이라고 정의 내리고 있었다.
    이자의 곁에선 부표처럼 삶을 방황해도 언젠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밀레시안인 동시에 다난처럼 살아가는 법을 찾아낼 수도 있을 거라고.
    그러니 그녀가 그를 해줄 수 있는 일은 하나였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그에게, 어쩌면 그를 통한 대리만족일지 모르는 감정을 품은 채로 다시 봄을 되찾아주는 것.

    2. 로시네의 입장
    : 칼리아흐라는 신이 있었다. 그의 일족인 산지기들이 두려워하며 따르던 겨울과 북풍의 신으로, 그들은 겨울이 혹독한 만큼 이후 풍요가 따를 거라 믿으며 그 자연신과 거래를 맺고 살아왔다. 이 겨울을 두려워하고 따를 테니 혹독한 만큼의 풍요를 약속해달라고. 그런데 어느 날 이 신이 이전과 다른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면 어찌하겠나? 마치 다른 존재가 된 것처럼. 무언가가 기존의 칼리아흐를 집어삼키고 대신 칼리아흐의 행세를 하게 되었으며, 이 이변으로 산지기들은 모두 장작으로 변해 실종됐다.
    그는 이 산지기들이 원래의 칼리아흐와 거래를 해서 지켜낸 유일한 산지기이자 생존자였다. 혼자가 된 마지막 생존자로서 그는 자신의 사람들을 되찾기 위해 이 세상에서 가장 알려진 영웅을 찾아가 거래를 청해야 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비록 그전부터 스쳐가듯 마주친 검푸른 옷자락마다 찰나간 지워내기 쉬운 눈길을 남겼었다는 건 깨닫지 못한 채로. 그렇게 거래를 시작했다. 하지만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이 상호 계약 관계는 의외로 계속되었다. 이변이 쉽게 끝이 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의 삶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면서 오히려 이 관계는 더욱 도움이 되었다.
    그런 앞을 읽을 수 없는 흐름 속에서 그의 거래 상대, 그녀는 늘 제자리에 서있었다. 어디에도 가지 않고, 때로는 길을 잃은 그를 다시금 바깥으로 데려다주며 언제나 같은 자리를 지켰다. 그는 이런 그녀에게 당신을 이정표로 삼아도 되는지 새로운 거래를 제안하지만, 글쎄. 과연 그것이 적절한 거래였을지는 모르겠다.
    스스로를 잃을 뻔한 방황 끝에 다시 스스로를 되찾은 그가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된 그녀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마치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이 길의 바깥에서 어디에도 가지 못한 채 우두커니 서 있을 뿐.
    그제야 그는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그가 나침반이 되어준다 해도, 이 세상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그녀는… 마치 방향을 읽지 못하는 사람처럼 어디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녀를 이곳에 뿌리 내리게 하고 싶다는 자신의 마음도.

밀레시안

  • 녹턴(부캐) : 로젠이 살던 마을의 성직자였다. 그녀를 마녀로 의심하여 증거를 잡아내 신을 거스른 죄값을 받게 하겠노라 맹세했지만, 정작 그가 발견하게 된 것은 어떠한 상처도 흔적도 없이 잠들듯 눈을 감은 시신이었다. 묘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그녀는 정말 마녀였는가 고민에 휩싸이지만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로젠의 죽음에 대한 답을 찾고자 숲을 배회하다가 그를 맹수로 오인한 사냥꾼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이후 에린에서의 새 삶을 얻으나, 새로운 육신을 얻어 다시 태어난 것이 신의 안배인지 혹은 무고한 사람이었을지 모르는 자를 매도한 죄값을 치르는 것인지 알지 못해 방황한다. 그리고 반쯤 폐인의 모습으로 포워르에게 습격당해 죽을 뻔하다가, 그녀와 재회한다.
    로젠에게 감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끝내 이 감정을 받아들이고 그녀에게 자신을 벌하라고 이르지만, 그녀는 이런 그에게 자신이 머무는 거처의 관리를 맡겨버린다. 현재는 무보수 집사 겸 노동꾼이 되어 그녀가 방치하는 거처의 온갖 일을 도맡고 있다.

  • 오르티-에셰 : 가장 닮았으나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반대편 세상의 영혼. 누구보다 닮게 생겼으나, 서로가 서로의 반대만을 모아 빚어낸 듯 크게 대비되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비슷하게 생겼을지언정 본질은 무엇보다 다르며, 에셰는 자신과 다르게 한없이 인간적인 감정을 가진 로젠을 다소 가련하게 바라보는 면이 있다.

  • 닐테 : (작성 중)

  • 아카샤 : 기억을 잃고 에린에 떨어진 아카샤를 주워 그녀가 이름을 기억하고 홀로 자립할 때까지 함께했다. (작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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