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으니. 살아있으므로. 살아있기에.
나 감히 말할 수 있다.
차디찬 바람이 균열난 상처를 헤집는다.
아주 어릴적 흐릿해진 기억이 떠오를 적 느꼈던 바람처럼, 칼날같은 바람이 헤집고 사라진다. 그 때 적에는 동화책을 보며 현실을 버텨갔는데제 손에 남은건 다 찢어져 타버린 책들 뿐아닌가. 드림은 격한 싸움에 사라진 책 쪼가리들을 잠시간 바라본며 손에 묻은 재들을 털어낸다. 아릿한 상처를 꾸욱 누르며 지나간 일을 회상한다. 빌어처먹을…
차디찬 현실이였다. 동화에 안주하며 살기엔 제 자신이 살아온 환경이 평화롭지 않았다. 그럴 시기도 지났으메 온전히 제 선택에 대한 책임이 몰려오는 현실이 아닌가. 스러져 사라진 동료들은 몇이며 뜨거운 피를 흩뿌려 차디찬 흔적만을 남겼던 이들은 또 몇이던가. 빌어먹게도 현실은 동화가 될 수 없다는걸 다시한번 느끼는 시점이 되버렸다. 기억을 다 잃어버리고 그저 어린애 마냥 동화를 믿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텐가. 숨을 들이마쉬고 폐부에 차디찬 바람을 집어넣지만 이 역시 이루어지지 않는 바램이렸다.
벽에 기대어 고개를 든다.
저 하늘 아래, 마음 편히 놓일곳 하나 없음은 제 태생부터 그렇다 하여도 바램정도는 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저 바램정도로 흩어져가는가.
자유란 날개가 가위짓에 썰려나갔다. 그간 계획했던것들은 정부란 이름과 무력이란 이름 아래 실패한 혁명으로 남았다. 씁쓸한 맛이 입안 전체를 감돈다. 먼지 붙은 제 얼굴을 벅벅, 문질러봐도 변하는건 하나 없더라. 안일했다. 또한 물렀다. 친구라는 명칭은 탈영과 함께 버렸어야 함이 옳았거늘. 바보같았지. 또한 멍청했다 자신했다. 참담한 심정에 꾹꾹 참았던 분노가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다. 소리를 지른다. 흩어지는건 나무 위 올라있던 애꿎은 새들 뿐이라.
한참을 씩씩 거린 끝에 차가워진 체온과 함께 머리는 맑아진다. 고개를 떨구고 숨을 몰아쉬니 드림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한다. 그래. 먼저 치료를 하고 후일을 기다리자. 살아있으니 살아남았으니 혁명이란 것은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으니. 경쾌했던 발걸음이 미련을 남긴다. 걷는다. 또 걷는다. 또 걸었다.
.
.
.
.
.
[삐빅-]
첫 번째 신호가 울린다.
어두웠던 시야가 밝아진다. 벽에 기대어 눈을 감았기 때문이라.
천천히 눈을 뜨면 부숴진 잔해들만 온전히 시야가득 채운다. 이어마이크를 매만지며 숨을 뱉었다.
재수도 없지, 왜 이럴때 옛기억이 떠오른건지. 어색한 손짓으로 제 앞머리를 대충 흐트려트린다. 눈을 뜨고 있으면 얼마 없는 인내심이 동날것 같아 감고있었는데 옛 기억만 줄줄 새어나올듯 하니 그저 애꿎은 총기의 탄창만 뺏다 끼었다를 반복한다. 툴툴거리는 중얼거림이 이어진다.
..대체 언제까지 기다리라구우.
[삐빅-][삐빅-]
두번째 신호가 울린다.
총기를 다시 원래있던곳에 쑤셔놓고선 굳은 몸을 이리저리 풀기 시작한다.
경쾌한 발걸음이 망가지고 부숴진 건물 복도 전체에 울렸다. 부셔져 활짝 열려진 현관앞에 서서 귀에 착용한 기기를 매만진다. 통해 들어오는 말들을 들으며 해야할것을 다시끔 상기하고 기억한다. 여전히 드림이란 사람은 의자에 앉아 판을 짜는것은 하지 못했으므로, 그저 그 판위에서 뛰어놀기만이 자신있던 사람이였으니 그 어느때보다 여유로운건 다 그 덕일테지. 믿고 있는 이, 제게 날뛸 수 있게 판을 만들어주겠다 한 이의 말 덕일테다.
어느덧 2년이 지난 시점, 이제 드림의 1순위는 해피엔딩이 아니다. 자유를 앗아갔고 친구였던 이들에게 총을 겨누게 했던, 정부의 몰락이 그의 1순위로 변했다. 살아있기에 해피엔딩을 다시 바랄 수 있지만 그걸 이루기 위해선 저 거대한 장애물을 격파하는 수밖에 없다. 그저 넘어가려다 실패했던 것이 2년전 그 날 이였으니까. 정부에 남아있던 이들에게 미안한 말이테지만 드림이란 인간은 이제 대적하는 이에게 까지 해피엔딩을 빌어줄 정도로 여유있고 관대한 이가 아니다.
남아있고 계속해서 연을 이어가는 이들에게는 몇번이고 가능한 일이면서도 제멋대로 생각하고 제멋대로 움직이는건 옛적의 드림과도 같으므로.
[삐빅-][삐빅-][삐빅-]
세번째 신호가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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