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샘플

Happy Birthday, Vince!

─괜히 케이크로 준비했다고 처음으로 후회를 했다.

조각 글 by 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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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태우며 요리를 손질하는 건 이제와선 식은 죽 먹기보다도 쉬운 일이 됐다. 이번에 들어온 신입 웨이터가 감히 이 부분에 대해 지적을 놓긴 했지만, 알게 뭐람. 내가 내 주방에서 담배를 피우든, 요리를 하든, 쥐새끼랑 놀든 음식이 위생적이고 맛만 있게 나오면 됐지. 하여간 별 쓸데없는 데에 사사건건 시끄럽고 귀찮게 구는 망할 웨이터. 정말이지, 마음에 안 들어. 그럼 왜 고용했냐 묻는다면 당시 그가 절절하게 제게 매달리는 모습에 어떠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해두자. 저로서는 꼭 시험해 보고 싶은 게 있었기에…. 아무튼간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신입에게는 퇴근 전 매일 보상처럼 자신이 직접 만든 요리를 안겨주곤 했다. 우리 레스토랑의 직원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특권 중 하나이기에 첫날 때부터 그래왔고 오늘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 잘 구운 빵 위로 생크림을 짜내고 평평하게 펴 발라 코팅을 한 뒤 적당히 모양을 내 자른 레몬을 곳곳에 올렸다. 생크림 짜개로 빵의 동그란 라인을 따라 데코레이션 하며 마무리를 지은 뒤, 한 치의 오차 없이 반듯한 크기로 등분을 내면 끝. 한 네 등분이면 되겠지. 덩치가 있으니 많이 먹을 것 같고. 조각 케이크용 박스 안에 자른 조각을 집어넣고 스카치 테이프를 조금 뜯어 케이크를 바닥에 고정한 뒤 케이크 박스를 닫았다. 그리고 박스 손잡이를 덜렁덜렁 성의 없게 들고 흔들며 음식을 내보내는 창구로 다가가 노크하듯 두드려 소리를 냈다. 홀을 다 쓸고 대걸레질을 하던 웨이터가 이쪽을 돌아보더니 고개를 한껏 기울이며 갸웃거리고만 있다. 됐으니까 이쪽으로 오라고.

 

“왜요, 빈스?”

“당신 저녁이요.”

“아, 다 됐구나. 고마워요.”

 

헤실거리며 사용하던 대걸레를 겨드랑이에 끼운 채 질질 끌며 창구로 오는 그를 보며 저도 모르게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었다.

 

“그만하고 퇴근해도 됩니다. 수고했어요.”

“정말요?”

“대걸레는 제자리에 돌려놓고요.”

“네, 사장님!”

 

대답은 잘해요. 어느새 타 들어간 담배 끝이 엄지손톱만큼 길어진 걸 발견해 바로 싱크대 안쪽에 대고 툭툭 털어냈다. 청소 도구를 반납하기 위해 그가 주방으로 들어왔고 대걸레를 본래 자리에 돌려놓은 뒤, 두르던 앞치마를 벗었다. 마치 물물교환이라도 하듯 각자 들고 있던 앞치마와 케이크가 중간에서 교차되며 서로의 손에 들려진다. 그는 제가 준비한 케이크 박스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이리저리 살피더니만, 대뜸 아! 큰 소리를 뱉었다. 깜짝이야.

 

“이런, 말씀드리는 걸 깜빡했네.”

“뭡니까. 월급 인상 얘기라면 이전에 기각했어요.”

“케이크 보니 생각나서요.”

 

그는 또 헤헤, 바보들이나 낼 만한 멍청한 소리를 흘리더니 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생일 축하해요, 빈스.”

“……뭐?”

 

잠시 제 귀를 의심했다. 생일?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생일이라서 케이크 만들어 주신 거 아니었나요?”

“누가 자기 생일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요. …그보다 어떻게 알고 있는 겁니까?”

“저번에 사무실에 들어갔다가 봤어요. 탁상 캘린더에 별 표시가 있던데요?”

“그건….”

 

중간 정산하는 날 표시해둔 것 뿐인데…. 별이라서 착각한 건가.

 

“생일이니 친구라도 불러서 놀고 그래요. 음식은 입에 대지 않아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잖아요.”

“아니, 나는….”

“그럼 저는 가볼게요, 빈스. 내일 봐요!”

“…로디 잠깐,”

 

그는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단 듯, 콧노래를 흥얼이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입문을 밀고 나가 버렸다. 지 말만 말이야? 이미 사라져 없는 그의 자리를 가늘게 뜬 눈으로 쳐다보다 이내 시선을 돌린다. 관두자. 탓할 당사자도 없는데. 저도 이만 퇴근해야겠다 싶어 제 사무실로 들어섰다.

 

툭. 재떨이 위로 거의 다 태운 담배를 대충 던져놓고 뒤돌던 찰나, 문득 탁상 캘릭더가 눈에 들어왔다. 붉은색으로 동그라미를 친 뒤, 별 표시를 모퉁이에 그려놓은 오늘의 날짜는 10월 16일이었다. 정말 내 생일이긴 했네. 어쩐지 멋쩍은 기분이 들어 괜스레 제 뒷목을 쓸어 만졌다. 자신의 생일을 마지막으로 인지해 본 적이 언제였더라. 챙겨지는 것도 꽤나 먼 옛적의 일처럼 느껴져서…. 영 낯선 기분을 떨치지 못해 16이란 숫자를 뚫어져라 쳐다볼 뿐이었다.

 

 생일 축하해요, 빈스. 

“……고맙,”

 

순간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에 제 이마를 철썩 때렸다. 뭐 하는 거냐. 됐으니 집에나 가자. 입고 있던 작업복을 벗고 사무실 불을 끈 뒤, 저 또한 마찬가지로 가게를 나섰다. 해는 기운 지 오래고 현재 기온은 꽤 쌀쌀한 축에 속해 옷을 단단히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뺨에 와닿는 바람은 상당히 냉했다. 입김을 후, 내뱉으며 그대로 고개를 올려 자신의 집이 있는 층을 올려다보았다. 이대로 들어가면 되는데, 어째선지 영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짧게 숨을 한번 들이키면 물기를 머금어 축축하게 젖은 밤공기 향이 선선한 기운을 품은 채 콧속을 맴돌았다. 조금만 걷다 들어갈까…. 마음이 서자 바위처럼 무겁게 굳었던 걸음이 꼭 새털처럼 가볍게 들렸다. 이렇게 계획 없이 충동에 몸을 내맡긴 것도 얼마 만인지…. 시작은 나름 좋았는데 문제가 있다면 정처 없이 밤거리를 걷는 동안 어쩐지 그가 제게 건넨 축하의 말이 계속적으로 뇌리를 뱅뱅 맴돌아 가다 서다를 쉼없이 반복할 수밖에 없었단 것 정도일까.

대체 그 한마디가 뭐라고 자꾸 생각나는 건지!

짜증을 있는 대로 박박 부렸다가, 쿵쿵 신경질적으로 발을 굴렀다가, 고개를 푸르르르 털어냈다가, 누가 보면 저새끼 돌았구나 싶을 정도로 아주 요란법석을 떨며 산책을 한참이나 이어갔다. 그렇게 약 4,178보 가량을 걷고 난 뒤에야 비로소 지친 몸을 이끌고 터덜터덜 제 집 현관을 밟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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