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Happy Halloween, Rody

당신을 친애하는 죽은 자로부터.

조각 글 by 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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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재즈풍의 노래가 공간을 채워간다. 로디 라모리는 평소와는 다르게 와이셔츠의 윗단추까지 꼼꼼하게 챙겨 잠갔고 조금 갑갑하게 조여오는 넥타이 또한 참을성 있게 견뎌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깔끔하고 맵시 있는 차림의 그는 강박적으로 매무새를 단정하며 거울 앞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여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오늘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미래를 약속하고 축복받는 아주 아주 중요한 날이다. 본래라면 긴장으로 머릿속이 새하얘지고도 남았을 텐데 이상하게도 차분했다. 심장도 꼭 죽은 것처럼 잠잠하고 말이다.

 

‘뭐, 이런 날도 있는 법이지.’

 

로디 라모리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어떤 앞날을 그릴지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찼다. 그러고 보니 우리, 식을 마친 뒤에 어디로 여행 가기로 했지? 떠올려보려 해도 어쩐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러나, 로디 라모리는 아무래도 좋았다. 순백색의 웨딩복을 차려입은 그 사람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아름답겠지. 기대에 부푼 웃음이 푸슬푸슬 새어 나왔다.

 

“신랑분, 입장 준비해 주세요!”

 

직원의 부름에 그제서야 로디 라모리는 겨우 거울을 등질 수 있었다. 실수 없이 해내자. 아니, 괜찮아. 오늘은 어쩐지 느낌이 좋아. 뭐든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묘한 자신감에 어깨가 잔뜩 솟은 로디 라모리는 그대로 모두가 기다리는 식장으로 당차게 걸어 나갔다. 제 키의 배 이상 되는 커다란 문이 양옆으로 갈라지며 입을 벌린다. 로디 라모리는 기쁨에 젖은 눈으로 안쪽을 바라보았다. 환희에 가득 찼던 표정이 일그러지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식장은 어쩐지 뼛속까지 얼어붙을 만큼 서늘했다. 내부는 순백이라기 보단 스테인리스를 닮은 차디찬 색으로 가득 차 있었다. 로디 라모리는 이 모든 것이 의아했으나, 그럼에도 안 쪽으로 내딛는 걸음을 멈추진 않았다. 흥겨워야 할 재즈풍의 곡조가 뒤틀린 음색을 낸다. 기분 나쁜 불협화음 같은 것이 바탕으로 깔리며 분위기는 점차적으로 음산해지기 시작했다. 원래… 결혼식이 이랬던가? 그러고 보니 식장이 너무나도 조용하다. 신랑이 입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변은 꼭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느리게 하객석을 살폈다. 길게 깔린 버진로드 양옆으로 마련된 자리에 착석한 사람들이 몇 보였다.

 

아니, 정말로 사람인가?

 

자세히 보자.

 

눈을 비비고 다시 그것들을 눈에 담았다.

 

고깃덩어리였다.

 

사람도 따지면 고깃덩어리이긴 하지.

 

아니야! 잘 봐! 흔히 정육점에서나 볼 수 있는, 심지어 무슨 고기인지 가늠하기도 어렵게 몸통 부분만 덩그러니 놓여있잖아! 저것들이 우리의 하객이라고? 두 사람의 앞날을 축하해주기 위해 모인 것들이라고?

 

그럴 리 없잖아!

누구야! 누가 저런 걸 식장에 가져다 놓은 거냐고!

 

따져 물을 직원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이 공간에는 살을 에는 듯한 추위만 가득할 뿐이었다. 그때, 짤그랑대는 소리가 들려 위를 쳐다보았다. 쇠로 된 갈고리들이 천장에 무수히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이게, 이게 대체 뭐란 말인가! 여긴 어디지? 나는, 나는 결혼식장으로 가야 해. 이런 영문도 모르는 곳에 있을 수 없어!

 

그때였다.

 

“신부 입장합니다.”

 

묵직하게 깔린 낮은 음성에 휙 뒤돌아보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 옷을 입고 있는 빈센트 샤르보누가 그곳에 있었다. 한 손에 은색의 클로슈를 들고.

 

“비, 빈스? 당신이 왜 여기 있어요?”

“…….”

“신부는요? 내 신부는? 마농은 어디 있는데요?”

 

빈센트 샤르보누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들고 있는 클로슈를 내려볼 뿐이었다.

 

그의 시선을 따라 로디 라모리의 시선 또한 내려앉았다. 어쩐지 식은땀이 흐르는 듯했다. 아니지? 어쩐지 불안감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아니지, 마농? 덜덜 떨리는 손으로 클로슈의 뚜껑을 쥐었다. 마른 침을 한 번 삼켜내고. 조심스레 클로슈의 뚜껑을 열었다.

 

거기에는…….

 

아주 먹음직스럽게 손질된,

 

구운 토시살 스테이크가 놓여 있었다.

 

하하,

 

뭐야….

 

스테이크였잖아.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하지, 빈스.

 

어라,

 

그런데 나 왜 눈물이…….

 

왜 이렇게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고 눈물이 주륵주륵 흐르는 거지?

 

어째서?

 

흐트러진 얼굴로 고개를 들어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순백이었던 셰프복이 붉게 물든 빈센트 샤르보누가 이쪽을 말없이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목 오른편을 한 손으로 틀어막은 채 조용히 입을 벌렸다.

 

 “허억…!”

 

고여있던 숨을 단번에 뱉어내며 로디 라모리가 소파 위에서 눈을 떴다. 주변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있었고 심장은 미친 듯이 쿵쾅대며 세차게 박동했다.

 

‘꿈이었구나….’

 

축축하게 젖은 얼굴을 두 손으로 닦아낸다. 땀? 아니다. 얼굴 위로 눌어붙은 이것은 눈물이었다.

 

“윽….”

 

이것이 눈물이란 사실을 깨닫자마자 설움에 가까운 울음이 터져 나왔다. 로디 라모리는 그제야 자신이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저질렀는지 다시금 자각하게 됐다. 그 사실을 하필이면 오늘 깨닫고 만 것이다. 꿈에서 깨어나기 전, 소리 없이 속삭이던 그 잔인한 한마디 덕에.

 

─Happy Halloween, R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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