𝚛𝚞𝚗𝚗𝚒𝚗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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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meji's Theme - 화양연화

「すいそう」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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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樣年華


영역 전개를 펼치자 천개의 붉디 붉은 기둥이 늘어졌다. 빨간 풍등이 흔들리고 바람 한 점 없는 여름 밤이 되었다. 더 이상 시끄러운 축제 음악은 들리지 않고 쉴새 없는 주술을 읊는 음성만 자리했다.

길거리 음식을 만드는 노점 대신 사방에 매인 붉은 초, 그 위엔 촛불이, 소란스럽게 북을 두드리는 사내들 대신 갈라진 시체의 뱃가죽과 그 안에서 울컥거리며 흘러나오는 내장. 솜사탕을 들고 달리는 어린아이는 온데간데 없고 그저 고요히 차오르는 핏물.

나는 중앙에서 다시 붉은 금붕어를 한 마리 건진다.

처음으로 주술사를 건졌다.

나는 시선을 옮겨 이제 막 1급이 된 그를 바라보았다.

그를 죽일지 말지 고민할 이유는 별로 없었다. 사실 죽이는 게 맞았다. 너는 약하다는 말과 다르게 현장에서 굉장히 많은 주저사를 죽였다. 뛰어난 주술사가 될 것이다.

───그럼 언젠가 나도 죽이게 될테지.

킹교는 쭈그려 앉아 나유타와 눈높이를 맞췄다.

전부 거짓말이라는 말? 할 생각 없어.

들킨 마당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

“다 사실이야.”

“응.”

“총감부가 한 선택이 틀리지도 않았어.”

봤잖아…….

그리고 가만히 웃었다. 아아, 슬프다. 네게 비밀을 들켜서 슬픈 게 아니었다. 그저 허무하게 네가 인질로 잡혔다는 점과, 앞으로 이런 일이 몇 번이나 반복될지. 그게 슬퍼서 견딜 수 없었다.

맑고 새빨간 주홍빛이 새까만 검은 눈을 주시하다 유연하게 휘어지며 아치를 그린다.

“일급 된거, 축하해.”

하지만 그런 날에 죽는 건 너무 딱 맞아 떨어지잖아.

그런 건 싫거든.

어떤 예감이 들었다.

오늘이 가면 다시는 널 볼 수 없을 거라는 직감이었다.

분명 오늘까지가 내 인생에서 제일 아름다운 시절이겠지.

더 이상 네 멘토는 못할 테지만 이 말은 해서 다행이야.


그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 거기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어느새 눈이 오기 시작했다. 해가 진 신사는 토리이가 줄지어 서 있고,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몰라 두렵곤 했다. 아니다. 무엇도 없을 것 같아 두려웠다.

나는 항상 내 존재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 이렇게 남들의 기억을 조금씩 지운 끝엔 언젠가 완전히 사라져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었다. 그렇기에 총감부에 잡히면 나 자신조차 남지 않을 것이 극도로 무서웠다.

그건 은연중의 심정이 아니라

분명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총감부의 말에 고분고분 들은 건 너희에게 어떤 해를 가할지 몰라서. 그런데, 그날 봤잖아. 네가 거기 있었고, 내가 아닌 너를 붙잡았다. 나를 잡기 위해. 그 순간 깨달았어. 매 순간 나를 제어하려 할 때마다 너가 잡힐 거란 사실을.

그래서 주술계를 나오기로 결심했다.

적이 되면 나유타가 나를 죽일 수는 있어도,

나 때문에 나유타가 죽을 일은 없을테니까.

나는 찬 공기 밖으로 있는 힘껏 모진 말을 내뱉었다. 볼을 타고 흐른 눈물을 소매로 닦아내자 뻑뻑하게 굳은 감촉이 볼에 말라붙었다. 심해처럼 깊게 가라앉은 하늘에 깜박, 하고 가로등이 켜지며 주홍색 빛이 공기를 가로질렀다.

네 하얀 머리카락에도 불온한 붉은 기운이 내려앉는다. 분명 내 머리도 그럴 것이다.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붉게 물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네 까만 눈만은 물들지 않았다. 그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을 뿐이다. 누군가는 그걸 버겁다 하겠지만 나는 그것이 올곧게 결백하다 느낀다. 그도 그럴게 난 항상 색에 물드는 투명한 눈을 갖고 있지 않던가.

“있지, 나유타 군.”

혼자가 되고 싶지 않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야. 나도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혼자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어. 그러니까 나유타 군도 솔직하게 말해.

“더 이상 헷갈리지 않지?

혼자가 되고 싶지 않은거지?

나를 마음 편히 저주로 볼 수 없게 되어버렸잖아.”

잠시 말을 멈춘다. 그녀는 당신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천천히 올려 웃었다. 슬플 정도로 괴로운 웃음이었다. 다시는 나유타 군을 내버려두지 않을거야. 어디를 가도 느리게 걸을게. 나유타 군이 절대 혼자가 되지 않도록.

그러니까 악몽처럼 따라붙어.

기쁘게 받아들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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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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