𝚛𝚞𝚗𝚗𝚒𝚗𝚐

맑아⋯진 것 같아.

우울한 파티 - 친절한 금자씨

「すいそう」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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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파티


죽은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건 세상이 만들어질 때부터 새겨진 순리였다. 그래도 ‘제대로’는 떠나야 할 거 아니야. 두 다리가 잘린 사장님은 갈 길을 잃었다. 그리스도교가 말하는 신의 요람이든 불교 교리가 말하는 윤회의 문턱이든 어디든 좋았다. 보내줘야만 했다.

발목을 잡아대는 시체의 산을 넘어 끝없이 걸었다.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글쎄. 어느 순간부터 모르게 되었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목적 없는 부적이 된 것이라 믿고 끔찍한 주문만 반복했다. 이렇게라도 자신을 죽이지 않으면 걸어갈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죽어야 살 수 있는 삶이 평범한 생이 아니어도 좋았다.

계속 걷고 싶었다.

이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아집 하나만을 믿고 싶었다.


예리한 야나기바가 귀에 묶인 끈을 끊는다. 투둑, 파훼는 고작 손짓 하나로 간단히 이루어진다. 금붕어의 꿈이 사라지고 킹교는 비로소 사람이 된다. 자신에겐 아가미가 아닌 폐가 있어 숨을 쉴 수 있다는 사실도 동시에 깨닫는다. 대체 왜 도와달라고 말하지 못했을까? 지금은 너무 늦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분명 되돌릴 수 있는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살릴 수 있을까?”

킹교는 묻는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의 온도에 더 슬퍼졌다.

“지금까지 죽인 사람의 수보다,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을까?”

센소지에서 뽑은 오미쿠지는 13번.

「天地をつらぬくものは

人ごとにもちて生まれし誠になりけり。」

길이었다.

진심이란 뭘까? 마음 깊게 바란다는 건 뭘까. 오염된 마음을 깊이 속죄하면 깨끗한 진심이 될 수 있는걸까? 깨끗하게 된다면, 저주가 깃든 부적이 아니라 나 자신만 남을 수 있을까. 죄를 끌어안고도 행복해질 수 있는걸까—⋯. 여전히 모르겠어.

금붕어는 머리가 나빠.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었던 일, 주술사의 길, 내가 가야할 길, 내 의미, 삶의 의미도… 전부 모르겠어. 그걸 찾는 건 아마 오래 걸릴거야.”

오늘은 겨울이고 때늦은 눈이 내린다. 수북히 쌓인 하얀 눈 속에서 목소리가 먹먹하게 울린다. 킹교는 차마 떳떳하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시이나 킹교였던 시절처럼 입을 벌리고 신나게 눈을 먹는 건 아마 앞으로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있지, 마사루 군.”

자신이 폐 호흡을 할 수 있단 걸 알게 된 순간 산소가 돌고 머리가 깨끗해졌다. 도와달라고 하지 못해 너무 오랫동안 아가미로 호흡하려 한 기분이었다. 그러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그렇게 살아야만 할 것 같아서. 세상은 물 대신 공기로 가득 차 있는데도. 심지어 그녀 자신조차 헤엄치지 않고 두 발로 서 있는 반증을 해주고 있음에도.

─나랑 생크림 케이크 먹으러 가줄래?

설령 용서받지 못한다 해도 조각 케이크 하나 분의 구원 정도는 허락받고 싶었다.

케이크에 얼굴을 파묻지도 못할 죄를 지은 걸 안다. 악몽도 계속 꿀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목적’이 아닌 ‘진심’으로 살아갈 필요가 있다고 당신이 가르쳐주지 않았던가. 더 이상 맹목적인 부적이 아니니 제대로 걸음마부터 배워야 했다.

추운 겨울 바람이 볼을 스쳐 하얀 양 뺨이 붉게 물들었다. 말라붙은 눈물 자국이 뺨을 굳혔지만 킹교는 입꼬리를 올렸다. 여전히 흉하게도 우는 낯이었지만 현실로 건져올려진 그녀에게서 새하얀 웃음이 떠오른다.


아사쿠사 센소지 오미쿠지 제 13번 길(吉)

「천지를 관철하는 것은

사람마다 가지고 태어나는 진심이다.」

  • 기다리는 사람: 늦더라도 반드시 온다.

  • 분실물: 때를 놓치지 않으면 찾는다.

  • 여행: 모험이라면 얻는 게 있다.

  • 다툼: 지겠지만 한 편으로는 이긴 것이다.

  • 소원: 올바른 마음으로 몸가짐을 조심하며 틀린 길을 가지 않으면, 타인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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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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