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보기 전엔 달은 존재하지 않을까
たばこ - ダズビー
たばこ
昨日の夜から君がいなくなって24時間がたった
僕はまだ一歩も外には出ていない
一番最初に浮かんできたのは
君の好きなタバコの名前
─후드득.
세라믹 타일에 피가 울컥 떨어져 내렸다.
후지와라 료헤이는 킹교가 물고기를 건져 올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표백하면 괜찮다며 하얀 옷을 입은 채로 몇 마리고 계속 건져내고 있었다. 백색에 번진 피가 저주의 무늬를 그린다. 핏자국이 욕실 전체에 튀어 이 공간이 그녀의 존재 그 자체가 된 것 같았다.
료헤이는 아직 앳된 금붕어였던 그녀를 회상했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야나기바를 자꾸 놓쳐 피를 본 날도 있었다. 무릎 꿇고 미안하다고 대상 없이 빌고 애원하던 밤도 많았다. 웃으며 우는 표정이라는 게 어떤 건지 알게 된 때도, 자꾸 바득바득 긁어서 손톱과 비늘과 피가 구분이 안 되던 하루도.
그럴 때마다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입에 담배를 물려주는 것 정도였다. 중독이라도 그녀를 삶에 붙잡아둘 수 있다면 그리해야만 했다. 언제 바스러질지 몰랐으니까. 처음엔 매캐한 연기에 눈물이 눈가에 고이면서도 점점 몽롱하게 물에 잠기듯 금붕어는 가라앉곤 했다. 그런 그녀를 안아주고 재워주던 시절이 있었다.
“궐련은 별로야?”
잠자코 바라보다 피고 있던 담배를 내밀었다.
이제선 적황보다 주홍이 어울리는 그녀였으나, 후지와라 료헤이는 붉게 물들지 않은 물이 그립다. 그리고 안다. 자신과 함께 있으면 그때만큼은 잉어가 금붕어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그래서 괜히 말을 건다.
“⋯아니, 안 피우는 건 아니야.”
그녀가 꿈에서 현실로 돌아온다.
능소화를 닮은 밝은 주황색.
그것이 죄악의 색보다 그녀에게 어울린다고 잠시 생각한다.
습기가 맺힌 비닐 커튼 너머로 물방울이 떨어진다. 인공적인 레몬 냄새가 거품처럼 올라오다 샤워기 소리와 함께 맑은 물의 향으로 정리되었다. 핏물이 옅은 분홍색이 되어 하수구로 사라진다.
킹교가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비누 거품이 반짝였다. 귀에 걸린 머리카락이 고개를 숙이면서 사르륵 흘러 떨어졌다. 붉은 부적 매듭 장식에 눈이 갔으나 시선은 다시 제 손으로 옮겨졌다. 그녀가 손가락 사이의 담배를 그대로 입술로 물고 폐부 깊숙이 빨아들인다. 담배 끝이 잔잔하게 타오르고 얇은 연기가 욕실을 가득 채웠다.
잠시간의 평화는 얼마 가지 않고 콜록거리는 기침 소리로 끝났다. 짧은 거리의 손바닥에 닿는 숨이 세차다. 궐련은 너무 써, 니코틴이 빨리 돌잖아. 아직도 익숙지 않은지 연신 기침한다. 그건 그렇지. 료헤이는 손을 거두고 다시 제 입술 끝에 담배를 걸치고 부드럽게 등을 다독여주었다. 고마워, 그녀가 간단히 인사하고 숨을 고른다.
“그리고 짧아.”
킹교는 큼지막한 거울이 달린 서랍장을 열고 담뱃잎 하나를 골라 키세루에 비벼 넣었다. 그녀가 찾을 필요 없이 주머니 속 라이터를 먼저 건네주었다. 자연스럽게 키세루를 입에 물고 자신을 바라본다. 료헤이 역시 당연하게 라이터를 켜서 턱 밑에 대준다.
“죽었단 사실을 받아들이기엔 궐련은 너무 짧잖아.”
불에 붙은 연초가 하얗게 타오른다.
──죽음은 천천히 음미하고 싶어.
연기 한 가닥이 가늘게 천장으로 올라갔다.
상자를 열어보기 전에는
살아있는 상태와 죽어있는 상태가 중첩되어 있으나
관측하는 순간 하나의 상태로 확정된다.
불이 꺼진 스이소우는 고요했다. 평소라면 돌고 있을 턴테이블은 멈춰있었고, 매초마다 시간의 흐름을 알리는 시계 소리만 미세하게 울렸다. 창문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빛만 은은하게 공간을 밝혀주고 있었다.
3월의 햇볕은 따사로웠다. 그 빛이 너무 눈부셔서 커튼을 모조리 쳐두었다. 그런데도 그사이를 비집고 살갗이 따끔거릴 만큼 매서운 일광이 비껴들어 왔다. 정오려나…. 킹교는 고개를 숙인 채 온기로 시간을 가늠했다.
룟군은 늘 베란다에서 담배를 폈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그제야 창가를 바라본다. 그거 알아? 햇살이 너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난 네 다정한 온기를 알잖아. 부드러운 햇살이 너를 훑고 지나갈 때 검은 네 머리에도 봄이 찾아왔어. 네가 아지랑이로 피어난 것 같아서 몇 번이고 커튼을 걷고 괜히 이름을 불러봤어. 네가 좋아하는 카푸치노 한 잔을 들고선 다가갔지.
지금도 베란다에 있을 것 같아.
킹교는 커튼을 걷지 못했다.
네가 죽은 모습으로 말이야.
언젠가 너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기억한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창밖의 달을 보며 들려줬었다. 너는 어려운 말도 참 낭만적으로 말했다. 복잡한 말은 휘발되어 사라졌지만, 고양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결정되는 것은 관측하는 순간이라고⋯.
너를 안고 싶다.
다시 한번 보고 싶다.
네 목소리와 눈빛과 머릿결이 그립다.
그리고 커튼을 거두고 너를 안는 순간,
품속엔 싸늘한 고양이 시체가 안겨있을 테다.
그날 이후 킹교는 수조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금붕어는 영원히 낯선 우주를 떠돌게 되었다. 물은 고여서 썩을 거야. 방치된 수조는 녹조로 뒤덮이고 산도가 높아져 생명을 앗아가는 밤이 찾아오겠지.
그럼에도 빛은 커튼을 비집고 들어왔다. 그 빛은, 나에게 네 죽음을 강요하는 것 같아서 계속 그림자로 숨었어. 어둠으로. 우주로. 킹교는 햇살이 비치지 않는 카운터 뒤에서 몸을 움츠렸다.
길게 늘어진 그림자는 나무의 가지 위를 따라 움직이고, 작고 동그란 그림자가 컵과 접시 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움직이는 것은 그림자뿐만은 아니었다. 그림자에는 빛이 따라온다. 햇빛이 창가 테이블 다리에 걸쳐 움직이고 스이소우의 각종 소품에 묻었다.
킹교는 더욱 구석으로 숨었다. 어느새 발끝까지 쫓아온 빛이 무서웠다. 제발 오지 마. 점점 내가 있을 안락한 어둠이 없어져 간다. 얼마 남지 않은 우주에 필사적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더 물러날 공간도 없어 카운터 벽과 부딪히고 톡. 뭔가 떨어졌다.
네가 폈던 담뱃갑.
그게 하필 빛 위로 떨어졌어. 환한 태양 빛에 색마저 잃고 형태만 선명하게 보였다. 뭔가에 씐 것처럼, 방금까지 두려워했던 햇빛을 지나 덥석 집었다. 매끄럽고 빳빳한 종이 담뱃갑. 네가 피우다 깜빡했는지 얇은 투명 비닐 포장이 뜯겨있고 성냥갑 하나가 들어있다.
기억났다, 그날이구나. 스이소우의 로고를 정하자고 너를 앉히고 하루 종일 낙서했었다. 결국 정하지도 못하고 볼품없는 고양이 그림만 그렸지. 그때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정성껏 가위로 오려서 성냥갑에 붙여뒀었구나. 정말 별거 아니었는데.
성냥갑에서 성냥개비를 하나 꺼내 불을 켰다. 어떤 동화에선 성냥 하나에 따듯한 난로와 화려한 만찬이, 성냥 하나에 죽은 이의 모습이 보였다고 하지만 그런 환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담뱃갑에서 담배를 한 개 빼어 물었다. 입술에 닿는 궐련의 느낌이 익숙하지 않다. 대신 그립다. 단단한 키세루에 비해 건조하고 말랑한 감촉에 네가 또 떠올라버렸다. 지금까지 들고 있던 다 타들어간 성냥에서 불을 옮겨왔다. 담배를 한번 빨아 마신다.
─────, …,
매캐한 향이 입에 퍼졌다. 이제 입에 막 물었는데 기침이 자꾸 나왔다. 매운 연기에 눈을 질끈 감았더니 눈물이 몇 방울 떨어졌다. 너무 썼다. 호흡기가 짓물러지는 감각에 연신 콜록대며 아,
무심코 창을 열어버렸다.
커튼이 너울너울 일렁인다. 부드러운 물결이 차갑게 내 심장과 부딪혔다. 창밖의 새 소리는 킹교에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봄꽃들이 활짝 피어나 그늘진 곳을 더욱 밝게 만들었다. 황홀한 계절의 향기가 스이소우 안으로 새어 들어온다. 봄이 도래해 모든 것이 파괴되어 삶이 새롭게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정오를 조금 지난 햇살은 따듯했다.
봄을 알리는 꽃을 전부 봐버렸다.
네가 없는 하늘을 봐버렸다.
너의 죽음을 관측하고 말았다.
스이소우는 장소에 따라 3월인데도 눈이 내렸다. 오늘도 내렸으면 좋았을 걸. 함께 만들었던 눈사람은 종이상자에 젖은 자국만 남기고 사라졌다. 네가 썼던 유리 재떨이에 햇빛이 반사되어 무지개가 발밑에 걸려있었다. 무지개 끝에는 보물이 있다는데, 네가 없잖아.
룟군, 입이 너무 달아.
너한테서 나는 향이 났다.
폐가 까매질 정도로 쓴 담배에선
너의 다정한 단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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